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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4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9-24 조회수 : 781

우리의 기억은 완벽할까요? 자신이 직접 보고 직접 들은 것인데 어떻게 틀릴 수 있겠냐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틀릴 수 있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언젠가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서 대화를 하다가 제가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 하나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저라는 것입니다. 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데, 상대방은 분명히 제가 그랬다면서 자신의 좋은 기억력을 강조합니다. 제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했다고 하는데, 너무 강하게 이야기해서 “그래 네 기억이 맞아.”라면서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친구가 틀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친구가 했다는 것을 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지금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억이라는 것은 입력되는 정보를 끊임없이 해석하고 분석한 결과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기억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입니다. 지금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 모두가 진실이 아닌 바뀐 기억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님께 대한 기억도 그런 것 같습니다. 주님의 뜻 자체에 맞추면 올바른 기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뜻 자체에 맞추면 주님을 제대로 기억할 수 없습니다.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을 채워주는 알라딘의 램프 속 ‘지니’ 정도로만 기억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물으십니다.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옛 예언자 중 한 분이 다시 살아나신 것이라는 군중들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군중들이 그렇게 말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수님을 자신의 기준으로만 생각하고 판단했기에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분으로 예수님을 만들어 기억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제자들 중의 으뜸 제자답게 베드로가 나서서 말합니다.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예수님을 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기준으로 예수님을 보았기에 가능했던 정답이었습니다. 물질적인 욕심을 채워주는 분으로 기억했던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진정한 구원을 주시는 분으로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습니까? 잘못된 기억으로 주님의 외면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베드로와 같은 정답을 말할 수 있도록, 주님의 뜻에 맞게 철저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올바른 기억으로 주님께 제대로 고백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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