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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9-22 조회수 : 980

자기를 이긴 사람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산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열두 제자에게 병을 고치는 권한과 함께 복음을 전하는 소명을 주십니다.
그리고 재물에도 집착하지 말고 애정에도 집착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그런 집착이 영적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제자들은 주님의 말씀을 따라 어디에서나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줍니다. 
 
따라서 루카 복음의 이 말대로 하면 병을 고치는 능력과 복음을 전하는 능력은 같은 것입니다.
영적인 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말로만 복음을 전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말보다 사람의 존재를 먼저 믿으려 합니다. 진실한 사람에게서 진실한 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중국 역사에서 여자 임금이 딱 한 사람 있었습니다. 바로 당나라의 측천무후입니다.
측천무후는 훌륭한 남자를 늘 곁에 두고 국정에 관한 의견을 듣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주위의 눈총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좋은 꾀를 생각해 냈습니다. 
당대에 덕망 높기로 유명한 두 스님을 궁궐로 초대한 것이었습니다.
한 스님은 당시 국사(國師)로 있던 ‘충국사’였고 또 한 스님은 ‘신수’(神秀) 대사였습니다. 
 
여왕과 함께 있으려면 조금이라도 여색을 탐해서는 아니 되었기에 측천무후는 두 스님 중 여색에 초연한 스님을 고르려는 것이었습니다. 
“스님들도 때로는 여자 생각이 나십니까?” 측천무후가 두 스님을 떠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충국사는 “우리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습니다.”라고 단호해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신수 대사는 “몸뚱이가 있는 한 그런 생각이 없을 수 없겠지만 다만 방심치 않을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측천무후는 두 번째 테스트에 들어갔습니다. 두 스님을 큰 목욕탕으로 안내하여 목욕을 시킨 다음 아름다운 궁녀를 시켜 두 스님의 때를 닦아 드리게 하였습니다.
그래놓고 자신은 목욕탕 꼭대기에 앉아 두 스님을 몰래 관찰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절대로 여색에 동하지 않는다던 충국사는 몹시 흥분해 어쩔 줄 몰라 했고
신수 대사는 여여(如如)하여 조금도 달라짐이 없었습니다. 
 
측천무후는 “물에 들어가니 길고 짧음을 알겠더라(入水見長).”라는 시를 짓고 이후 신수 대사를 곁에 두고
늘 국정을 논하였습니다. 
         [출처: ‘이 책을 읽으면 유능해지고 부자가 됩니다’, 유튜브 채널, ‘북올림’]
 
사람이 믿을 수 없다면 말은 아무 소용 없습니다.
그리고 성덕의 길고 짧음은 실제 그런 상황에 다다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사람은 자신과 싸워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자신과 싸워본 적이 있다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이길 수 없음을 잘 알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재물을 아예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하시는 이유는 재물이 있으면 그것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며, 이집 저집으로 거처를 옮기지 말라는 말도 역시 더 좋은 거처나 사람을 찾기 위해
신경을 분산시키지 말라는 뜻입니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세속-육신-마귀’에 사로잡힌 사람은 그 사람 자체가 믿지 못할 사람이 되기 때문에 누구도 그런 사람들이 전하는 복음은 믿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자신을 이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나의 말도 믿게 됩니다. 
 
영국이 역사상 가장 부강했던 때는 엘리자베스 1세 시기라고 합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눈치 보며 살아야 했던 영국을 무려 40년 동안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여군주가 엘리자베스입니다. 
그녀는 특히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함으로써 앞으로 수백 년 동안 전 세계인이 영어를 배워야 하게 만들었습니다. 
 
군주는 백성의 신임을 얻어야 하거나, 정략결혼 등을 통해 적을 만들지 말아야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이전의 대부분의 왕은 정략결혼을 통해 세상과의 타협을 추구하였습니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 헨리 8세도 재혼을 하기 위해 로마 가톨릭을 등졌습니다.
심지어 재혼을 위해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인 앤 볼린을 참수하였고, 6번의 결혼을 하는 동안 또 다른 아내도 참수했습니다.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였지만 실제로 세 번째 아내에게 아들을 얻었기에 이것도 핑계로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로부터 딸로 인정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한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그 사람과 나누었던 편지가 있었고 마지막 때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고도 합니다.
그녀는 결혼하는 대신 독신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짐은 국가와 결혼했노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당시 무적함대를 무찌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백성을 하나로 집결할 힘이었습니다.
수적 우세에도 제대로 싸움 한 번 해보지 못한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을 보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싸움을 승리로 이끈 엘리자베스 여왕의 힘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국은 그녀를 중심으로 똘똘 뭉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꼭 종교 안에서만 자신을 절제하는 이가 성령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어디에나 해당하는 예외가 없는 규칙입니다. 
육을 살리려면 영은 죽고 영이 살면 육이 죽습니다.
이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진정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끊어야 하는 것을 끊습니다. 
 
영과 육은 반대입니다. 그러니 육을 끊는 작업을 죽을 때까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나를 믿게 될 것이고 나를 믿게 되면 내가 전하는 복음도 믿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다음 하는 말들은 허공의 메아리가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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