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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9-21 조회수 : 1050

한가위는 이렇게 묻는다: “돈 버는 이유가 뭔데?”

오늘은 한가위 명절입니다. 
모든 것이 풍성한 때에 조상에게 감사하고 이웃과 나눌 줄 아는 마음을 키워주기 위해 모든 나라에 존재하는
추수감사절과 같은 명절입니다. 
 
지금까지 돈을 벌기 위해 살았다면 이날 만큼은 나눔을 위해 살게 만든 조상들의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추석에도 감사하고 나눌 줄 모른다면 그 사람은 그냥 세상에 속한 사람일 뿐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한 부자가 많은 수확을 하여 그것을 모아둘 커다란 곳간을 짓지만, 그날 그의 생명이 끝난다는 비유입니다.
탐욕과 생명, 혹은 죽음. 이것이 오늘 주제입니다. 
 
‘탐욕’도 하나의 ‘법’(法)입니다. 
자신이 그 규칙에 따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탐욕을 법으로 따르는 사람이 사는 곳은 ‘지옥’이란 나라입니다.
모든 나라는 법이 있고, 그래서 내가 어떤 법을 따르는지 알면 내가 어느 나라에 속해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고지전’(2011)은 백마고지 전투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내내 자신들끼리 이런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그 질문은 바로 우리 모두에게 하는 질문입니다. 
“싸우는 이유가 뭔데?”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배경은 여러 차례 휴전협정이 결렬되는 시기였습니다.
장교였던 신하균은 높은 분 앞에서 그만 군인에 합당하지 않은 발언을 하여 그 벌로 전방으로 발령이 납니다.
전방 악어 중대에 북한군과 내통하는 군인이 있으니 조사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중대장이 죽었는데 그 총이 아군의 것이었습니다. 
 
신하균은 신임 중대장과 함께 악어 중대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같은 고지를 뺏고 뺏기는 전쟁에 지친 군사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 전쟁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신하균은 전쟁의 실태를 눈으로 목격합니다. 
금지된 약물을 투여하며 약의 기운으로 독하게 죽여대는 임시 중대장. 여자라 살려준 사람이 그 은혜와는 상관없이 한국군을 마구 죽여대는 북한군 저격수. 자기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즉결처분하려는 새로운 중대장. 그리고 휴전이 조인되고 그 휴전이 발휘되는 하루 동안 고지를 다시 점령해야 한다고 마지막 전투를 시키는 고위 간부 등...
 
그런데 이들과는 다른 전장에서 만난 친구, 고수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좀 특이했습니다.
알고 보니 북한군과 내통하는 군인이 자기 친구였습니다. 
내통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었습니다.
고수는 전쟁판에서 유일하게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생명을 존중하는 이였습니다.
그는 동료들과 후퇴할 때 막사에 땅을 파고 그들을 위한 초콜릿등 음식을 넣어놓습니다.
그리고 다시 탈환해보면 그들이 남한에 있는 자기 가족들에게 전해달라는 편지들이 있고 감사의 표시로 술도 들어있습니다.
전쟁터에서 나눔이 실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자신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오만한 중대장을 그가 죽인 것입니다. 
 
고수는 군인으로서 나라의 배신자입니다. 
신하균은 자신의 친구가 군법을 어기고 북한군과 먹을 것을 나누어 먹고 편지를 전해주고 심지어 동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아군 장교를 총으로 쏘는 것을 목격하고는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그러나 자기가 살려준 여자 저격수에게 친구가 살해되자 본인도 도대체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전쟁의 의미에 대해 다시 묻게 됩니다. 
 
이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과 독일군 사이의 치열한 전투 속에서 성탄절을 맞아 그날 하룻밤만 휴전하며 성탄절을 즐기려 했다가 모두가 군법에 따라 처분된 실화가 생각나게 합니다. 
 
독일군 한 병사가 불렀던 크리스마스 캐럴은 자기 동료들을 죽였던 적군과 비무장 상태로 서로 포옹하고
보급품을 나누며 축제를 즐기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군법에 어긋나는 것이었습니다. 
 
‘고지전’에서 고수는 저격수의 총에 맞아 죽어가며 신하균과 이렇게 대화를 나눕니다. 
“오지 마. 오면 너도 죽어. 가끔 그런 생각해? 난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는 생각. 우리 악어 중대 모두.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고. 그렇게 많이 죽여댔으니까 당연히 지옥에 가야 되는데 여기보다 더한 지옥이 없어서 그냥 여기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은표야, 우리 엄니 얼굴이 기억이 안 나.”
 
여기서 북한군 간부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죽어가는 그 앞에서 신하균은 묻습니다. 
“도대체 싸우는 이유가 뭔데?”
“확실히 알고 있었어. 근데 너무 오래돼서 잊어버렸어.”
 
신하균은 그 잔혹한 북한군 간부에게, 어쩌면 전쟁이란 명목으로 살인 기계들을 배출하는 북한과 남한 정부에 말하는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주저립니다. 
“개새끼!”
 
이 전쟁은 끝나지 않고 지속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잠시 오늘 한가위에 이 전쟁에서 벗어나 어머니 얼굴도 떠올리고 서로 경쟁하던 사람들과 가진 것을 나누고 사랑의 캐롤을 부르며 지냅니다.
이 짧은 행복이 끝나면 다시 전쟁터로 나가 피조물의 법인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싸우겠지요. 
 
탐욕이라는 법은 피조물 세계에서는 피할 수 없는 법입니다.
이 법은 생명을 경시하게 만들고 그래서 자기 생명도 지키지 못하게 만듭니다. 
모두가 이 법의 피해자입니다.
그 와중에 나눔의 법을 알려주러 오신 분이 계십니다. 사랑의 법은 탐욕의 법과 반대입니다.
탐욕은 모으는 것이고 사랑은 나누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나눔의 법을 실천하면 이 세상에서는 군법에 넘겨지고 심지어는 십자가에 매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용기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어떤 법을 따르느냐가 어떤 나라에 속하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무엇 때문에 싸울까요? 그건 그 나라에 속해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속한다면 이 지옥과 같은 세상에서도 날마다 한가위처럼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영원히 삽니다.
피조물은 사라지지만 천국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탐욕은 피조물의 법이지만 사랑은 창조자의 법입니다.
생명을 창조한 분이 지배하는 나라에서는 죽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매일 한가위처럼 나누는 사랑의 법을 실천하여 이 세상에서부터 천국에 속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짧은 행복을 알게 하려고 나눔의 한가위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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