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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9-09 조회수 : 1102

흐르는 물엔 녹조가 끼지 않는다
 
오늘 복음은 용서에 관한 주제입니다.
원수까지 용서하라고 하시며 결국엔 달라는 대로 다 내어주라고 하십니다.
물질적인 내어줌이 미운 사람까지 용서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집착하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람은 용서도 쉽습니다.
어차피 흘러갈 것이기에 잃어도 많이 고통스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용서는 그 사람을 용서하려고 하는 데서 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아프게 한 것을 내려놓는 데서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흐르는 물엔 녹조가 끼지 않습니다.
흐르게 하지 않았기에 미움이 끼게 된 것입니다. 
 
‘존 캘러핸’(1951-2010)은 세상을 풍자하는 만화를 그리는 인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인생은 세상을 비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아일랜드의 정통 가톨릭에서는 혼외로 태어난 아기를 키우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존의 어머니는 그를 버렸고 그는 수녀원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라 한 가정에 입양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정에서도 그는 그들을 가족이라 여길 수 없었습니다.
양부모가 친자녀를 더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세상을 비꼬는 사람이 되었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덱스터라는 친구와 술을 진탕 먹고 덱스터가 운전하는 차를 함께 타고 집으로 오던 중이었습니다.
덱스터는 신호등이 출구인 줄 알고 시속 140km로 들이받았고 덱스터는 가벼운 찰과상, 존은 전신 마비가 됩니다.
당연히 덱스터도 미안하고 두려운 나머지 존을 찾아오지는 못합니다. 
 
재활 중에도 존은 여전히 술을 마십니다.
자신을 막 대하는 사람들을 볼 때도, 이런 상황이 되게 만든 엄마가 생각날 때도, 졸음운전으로 자기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도망간 덱스터를 생각할 때도, 자기를 물건처럼 다루는 간병인을 볼 때도 술을 찾습니다. 
 
그러던 때 운명처럼 그를 특별한 사람으로 믿어주는 한 여인을 만납니다.
처음엔 병원 자원봉사자로 만났지만, 나중엔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아누는 비행기 승무원입니다. 아누는 존에게 믿음을 줍니다.
존은 아누를 잃지 않기 위해 금주 단체에 가입합니다. 
 
그 금주 단체를 이끄는 사람은 도니라는 인물입니다. 둘은 친구가 되어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누구나 다 그렇듯이 존도 자신이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처지를 말합니다.
어렸을 때 버려졌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고, 자기를 이렇게 만든 놈은 나타나지도 않고 등등.
 
그러나 그것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의 말에 동조하지 않습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듣습니다.
그는 자기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납니다.
그러나 그들은 말합니다.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라고. 도니는 에이즈 환자로 죽을 날이 머지않았고 어떤 사람은 말기 암 환자이며
또 어떤 사람은 그보다 더 어려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술을 끊기 위해서는 이전의 삶을 흘려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방법이 ‘용서’입니다.
존은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도니는 말합니다.
그걸 할 수 없다면 당신이 죽는다고. 존은 살기 위해 용서를 시작합니다.
 
자신에게 쌀쌀맞게 대한 사람들, 자기를 키워준 양부모, 그리고 죄책감에 삶이 망가져 있는 덱스터까지.
다 자기 잘못으로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하고 오히려 용서를 청합니다.
어머니를 찾을 수 없자 그는 어머니의 얼굴을 그려놓고 어머니를 용서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어머니를 창녀라 부른 것을 용서해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자기 자신까지 용서합니다. 
 
그는 그림을 다시 시작합니다.
처음엔 신문에 실린 풍자만화를 보고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쇄도합니다.
만약 이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또 술을 마셨다면 그의 인생은 끝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흘려보내는 것을 배웠습니다.
흐르는 물에는 녹조가 끼지 않습니다.
그는 그런 모든 상황을 잘 받아들이며 발전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 앞에서 연설하는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됩니다. 
 
영화 ‘돈 워리’(2019)의 내용입니다.
영화이지만 실화이고, 그냥 한 사람의 인생 여정 극복기가 아닌 많은 말을 하는 영화입니다.
과거를 놓지 못하고 있으면 미움이 끼게 되고 그러면 삶이 망가집니다.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사람을 사랑해 줄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누군가 새로운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내가 흘려보내지 못해 잔뜩 끼어버린 녹조를 흘려보내야 합니다.
그것이 용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용서하기 위해 용서가 된 것이 아니라 알코올을 끊으려다 용서까지 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미움은 알코올과 맥락을 같이 했습니다.
 
용서 먼저 하려고 하면 막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코올을 끊는 것이 용서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용서하는 것이 알코올을 끊게 했지만, 그 용서는 알코올을 끊으려고 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용서 이야기를 하시며 달라는 대로 내어주라고 하십니다.
지금 내가 집착하는 것을 놓아버리면, 곧 술을 끊으려고 노력하면 용서까지 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흘려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용서를 시작도 못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내가 돈을 좋아해서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다 사라질 것이라 여기고 가난한 사람을 돕다 보면 돈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고 그러면 그 돈을 갚지 않은 사람이 덜 미워집니다.
 
세상 집착을 먼저 흘려보냅시다.
이는 마치 흐르는 강물과 같습니다.
그 흐르는 강물에는 과거의 상처나 미움이 머물러 있으려고 해도 내 집착과 함께 흘러갑니다.
흐르는 물에는 녹조가 끼지 않습니다.
 
용서보다 집착에서 먼저 벗어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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