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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9-01 조회수 : 1360

아침기도의 기적: 나는 아침마다 인생을 리셋 한다.
 
예수님께서는 온종일 병자를 치유하시고 악령을 쫓아내시는 복음선포를 하십니다.
이는 영적으로는 죄의 상처를 낫게 하시고 자아의 압제로부터 인간을 구원하시는 삶입니다. 
 
그런데 새벽에는 밖으로 나가 외딴곳에서 혼자 머무십니다.
아침기도를 하신 것입니다.
이때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지만, 예수님은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기도란 나를 주님께 봉헌하고 주님의 뜻을 받아 파견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세상에서 얻고 싶은 것을 청하는 것이 기도의 본질이 아닙니다.
기도는 나의 뜻을 십자가에 봉헌하여 주님의 뜻대로 파견받는 시간입니다. 
 
“그러면 나의 삶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 라며 두려워하실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 나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나의 삶’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학교에 갔다 오라고 했는데, 그러면 자기 삶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한탄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시지만, 또 그들을 떠나는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으십니다.
당신 자신을 하느님 뜻에 완전히 맡겨버리셨기 때문입니다. 
 
나를 죽이고 하느님의 뜻대로 하루를 리셋(초기화) 하는 것이 오히려 내 힘으로 사는 것보다 얼마나 행복한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 귀한 아침기도를 건너뛰게 만드는 것입니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의사 김범석 씨의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에서 ‘인생 리셋’이란 부분이 아침기도를 하고 나서 변화되는 것과 비슷해서 소개합니다. 
 
김범석 의사는 롯데호텔로 빨리 가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 운전사는 백미러로 의사 선생님을 보더니 대번
“어? 김범석 선생님 아니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얼굴을 보니 이전에 자신의 환자였습니다. 
 
5년 전 그는 폐암 4기인 환자의 보호자였고(아마 아버지?), 1년 뒤에는 자신이 ‘환자’가 되어 병원을 찾았습니다.
위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고 흉선암 수술을 받았는데 그것이 재발하여 재수술과 항암을 했는데 다행히 완치되었던 것입니다. 
 
택시 운전사는 차가 막히는 중에 자신이 죽는 줄 알았던 그때를 잘 통과하고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를 쉼 없이 이야기하였습니다. 
 
첫째 친구가 정리된다. 
암에 걸리니까 걱정하며 찾아와 고기를 사 주는 이도 있고 병원비에 보태라고 봉투를 건네는 이도 있었지만,
어떤 이들은 갑자기 연락이 안 되고 심지어 암 보험 작은 것을 들어놓았는데 그것을 어찌 알았는지 그 돈을 빌려달라는 놈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자녀에 대한 애착이 줄어든다. 
아들이 둘이 있는데 품 안에 끼고 있을 때는 기대도 많았지만 이제는 결혼해서 아내에게 충실하라고 합니다.
결국, 아플 때 끝까지 지켜주는 사람은 아내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자식에게 기대하지 않고, 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대했더니 오히려 애들이 아버지를 더 편하게 대한답니다. 
 
셋째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 
“저는 이미 4년 전에 죽은 목숨이었어요.
그때 좋은 선생님들 만나서 수술받고 방사선 치료받고 항암 치료받아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거죠. 선생님들 아니었으면 이미 제삿밥 세 번은 먹었을 거예요.
저는 복이 많아서 좋은 선생님 많이 만났어요.
선생님들 시간 뺏을까 봐 외래에 가도 그냥 빨리 나와요. (중략)
저야 이제 특별히 아픈 데 없으니 검사 결과 괜찮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나와요.
밥 잘 먹고 안 아프고 검사 결과 괜찮다는데 더 물어볼 것도 없고요.”
 
넷째 삶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어차피 죽은 목숨인데 죽은 사람이 귀신처럼 다니는 거로 생각하니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끼어드는 차가 있어도 이전과는 다르게 “그래라!” 하고 그냥 보내줍니다.
운전한다고 하대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나이까지 돈을 벌 수 있는 게 어딘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소풍 다니는 듯이 일을 나오니, 한 달에 200 정도 아내에게 가져다주고 절대 무리를 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빈둥대지 않고 삼식이를 면하고 아내에게 월급봉투 가져다주는 게 아내도 고맙다고 합니다.
 
제사도 없앴다고 합니다.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들이 더 중요하니 아이들 부담 주지 않고 명절에는 가족여행을 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녀들이 명절 때 더 열심히 온다고 합니다. 
 
“암 걸리고 나서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죠. 선생님, 고맙습니다. 암 치료 잘해주셔서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우리 아들놈이 그러더라고요, 아버지 인생이 리셋 된 것 같다고. 허허.”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김범석 선생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대한민국 최고라 불리는 대학을 졸업했고 나름 의사로서 인정받고 있으며 교수라는 안정된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도, 지금 자신은 많이 배운 것 같지 않고
암 수술도 세 번을 한 택시 운전사를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공부하느라 아버지 임종도 지키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씁니다. 
“인생 리셋이라... 그와 인사를 나누고 택시에서 내려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전자제품에 리셋 버튼이 있듯이 가끔 우리 인생에도 리셋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고. 인생이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이 버튼을 누르고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아주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왜 사는지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덤으로 여기며 오늘 하루 타인을 더 배려하며 살려는 마음을 자주 되새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오늘의 삶이 덤이 되려면 나는 어제 죽었을 수도 있다고 여겨야 합니다.
그래서 아침기도 때 나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루가 새롭게 주어진 추가의 삶이 됩니다.
그러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 달리는 삶이 아닌 사랑 하라고 파견받는 삶이 됩니다.
죽음을 잊으니 삶도 잊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기적의 리셋이 매일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아침입니다.
새벽이면 더 좋습니다.
기도는 나 자신을 십자가에 봉헌하고 주님께서 나 대신 살라고 나를 내어드리는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시는 과정에 새벽 기도가 빠지지 않고 복음서에 등장하는 것은 아침기도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주님의 기도로 30분 정도 나 자신을 봉헌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입니다. 
정 시간이 안 된다면 출근하면서 해도 좋습니다.
아침기도의 인생 리셋의 행복을 모두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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