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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8-05 조회수 : 1972

은총의 잔디가 아무리 좋아도 교만의 잡풀을 뽑지 않으면?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구세주이심을 알아봅니다. 
이때 예수님은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네 힘으로 알게 된 것이 아니니 교만해지지 마라!”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믿음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아기가 부모가 없다면 자신이 인간이라는 믿음을 어떻게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베드로는 교만해져서 구원자는 수난을 당해야 한다는 말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합니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께 의견을 제시하는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내 생각이 하나의 의견입니다.
이것을 스스로 믿는다면 하느님 앞에서 사탄이 되어버립니다.
사탄도 그랬고 뱀을 믿었던 첫 조상들도 그랬습니다.
인간이 하느님께 이래라저래라 의견을 드릴 수 있도록 교만해지면 안 될 것입니다.
옹기가 옹기장이에게 자신을 왜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어떻게 따질 수 있겠습니까?
 
믿음만 성장시키다가는 이러한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믿음이 증가할수록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겸손’입니다.
겸손하면 죄가 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순종’합니다. 
 
한 번은 레오날드 우드(Leonard Wood) 경이 프랑스 왕을 방문했습니다.
왕은 그가 무척 마음에 들었으므로 다음 날 만찬에 초대한다는 기별을 보냈습니다.
레오날드 경은 다음 날 궁전으로 갔고, 한 홀에서 왕을 만났습니다.
프랑스 왕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으로 반갑게 그를 맞으며 말했습니다.
 
“레오날드 경, 나는 이곳에서 당신을 보게 되리라고는 정말 기대도 못 했소. 어떻게 된 일이오?”
그러자 레오날드 경은 몹시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습니다.
“폐하께서 저를 초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었소. 하지만 경은 나의 초대에 아무런 응답도 보내지 않았잖소.” 
 
비로소 사태를 이해한 레오날드 우드 경은 정중히 대답했습니다.
“왕의 초대에는 결코 가타부타 대답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순종만 있을 뿐이죠.”
우리도 주님 앞에서 항상 이런 마음이어야 합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께 불순종했기 때문에 믿음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담과 하와가 왜 불순종했을까요?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은 ‘감사의 봉헌’을 하지 않는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감사하지 않으면 불순종하게 되고 그러면 신앙은 아무 쓸모가 없어집니다.
감사하지 않는 사람이 순종할 수 없고 순종할 수 없는 사람은 믿음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감사하지 못하게 될까요? ‘기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농부가 언제 가장 감사하게 될까요? 추수철입니다. 열매를 보며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감사해야 할 주님께서 주시는 열매는 무엇일까요? 바로 ‘성령’으로 이루어지는 의로움과 기쁨과 평화입니다.
 
돈과 배부름과 명예가 아닙니다.
그런데 성령께서 우리 안에 들어오시는 것은 ‘기도’를 통해서입니다.
다시 말해 감사하기 위해 성령을 받아야 하고 성령을 받기 위해 기도하지 않으면 감사가 나오지 않고
그러면 불순종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1918년, 미국 미네소타주 보베이라는 작은 탄광촌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에릭 엔스트롬(Eric Enstrom)입니다.
어느 날 아주 백발이 성성하고 세상사에 몹시 지쳐 보이는 야위고 남루한 옷을 입은 한 노인이 보잘것없는 신발 먼지떨이를 팔러 왔습니다.
그 노인은 아주 초라한 모습으로 사진관에 들어와 잠깐 쉬고자 했습니다.
몹시 시장했든지 미안하지만 차 한 잔 얻어 마시자 해서 빵과 스프를 조금 주었더니 테이블에 앉아 소박한 빵과 스프를 앞에 두고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사인 엔스트롬 씨는 그 모습을 보고 큰 감동과 전율을 느꼈습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기도를 드리는 초라한 그 노인이 큰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엔스트롬 씨는 그 노인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노인은 세상의 것들을 많이 갖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구나.
그는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으니까.’
비록 그 노인은 가난하고 삶에 지친 모습이었지만, 그의 소박한 감사기도 속에서 그 노인이 세상 그 누구보다
부유한 사람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노인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 흑백사진을 보고 엔스트롬 씨의 딸,
로다 앤스트롬 나이버그도 큰 감동을 하여 이 사진을 유화로 그렸습니다.
그 작품이 바로 ‘감사기도’ 하는 노인의 모습을 그린 유화작품 ‘은혜(The Grace)’입니다.
삶에 지친 노인이 빵 한 조각과 스프를 가지고도 감사기도를 드리는 이 이미지는 2002년 미네소타 주 사진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기도와 감사는 둘이 아닙니다.
사진작가는 가난한 노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잔디밭의 교만을 뽑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기도입니다.
그래서 기도와 순종도 둘이 아닙니다.
하루에 어느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동안 기도하지 않으면 그것 자체가 교만입니다.
사람 앞에서 당당한 것이 교만이 아니라 기도하지 않는 사람이 교만한 것입니다. 
 
제가 사는 영성관 앞쪽은 성지 땅입니다.
성지 땅이 워낙 넓어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잔디밭에 잡풀이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사무장님이 열심히 잔디를 깎았지만, 며칠 뒤엔 여전히 잡풀이 함께 올라와 있었습니다. 
 
우리 영성도 그렇습니다.
끊임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교만의 잡풀이 믿음의 잔디를 뒤덮습니다.
이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전부입니다. 기도는 믿음의 잔디와 함께 자라는 교만의 잡풀을 뽑는 시간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물론이요, 하늘 나라의 열쇠를 받은 베드로도 기도가 없었기에 사탄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음을 기억합시다.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 말씀이 아닌 사람의 일만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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