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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7-25 조회수 : 1999

어렸을 때, 시골에 가면 수도가 없고 대신 펌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펌프질을 해서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펌프의 윗부분에 한 바가지의 물을 부어야 했습니다. 이 물의 이름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마중물’입니다.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에 놀러 가서 처음 본 이 펌프는 상당히 낯설었습니다. 마중물을 넣지도 않고 그냥 펌프질만 했다가 아무런 물도 얻지 못했었지요. 그러나 이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부으니, 엄청나게 많은 물을 펌프는 제게 주었습니다. 


우리 마음 안에 이런 사랑의 샘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중물을 찾지 못해서 사랑의 샘에서 사랑을 끌어 올리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요? 바로 주님께서 마중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주님을 보고 주님을 닮아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노력에서 넘치는 사랑이 내 안에서 펑펑 쏟아지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빵의 기적을 볼 수 있습니다. 장정만도 오천 명이 모여있는 상황입니다. 예수님께서 필립보에게 먼저 묻습니다.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예수님의 사랑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제자 필립보입니다. 하지만 자기들도 가지고 있는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자기들도 쫄쫄 굶고 있는 상황에서 저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빵을 사 오라는 듯한 이 말씀에 답답했을 것입니다. 현실적인 상황을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안드레아가 아이가 가져온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이야기합니다. 


제자들이 먹기에도 너무나도 부족한 양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봉헌을 원하셨습니다. 무조건 필요한 것을 베풀어주시는 주님이 아닌, 우리의 것을 먼저 나눌 때 주님께서는 더 큰 기적을 일으켜서 모두가 부족하지 않게 하십니다. 즉, 너무나 부족한 빵과 물고기라도 모두를 위해 봉헌할 때, 이것이 마중물이 되어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 실천을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너무 자그마한 사랑 실천이라면서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물질적인 봉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 지금 내 옆의 사람을 위한 작은 배려를 실천하는 것 역시 우리의 작은 봉헌이고, 사랑의 실천입니다. 이러한 작은 사랑의 실천이 마중물이 되어 주님의 커다란 기적을 일구어낼 수 있습니다. 


내 사랑 실천이 마중물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사랑의 실천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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