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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7-25 조회수 : 2260

7월25일 [연중 제17주일] 
 
요한 6,1-15
 
가장 많이 가지는 자는 유통업자다
 
오늘은 요한복음의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입니다. 
공관복음과는 차별되게 요한복음의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빵과 물고기를 나누어주는 사람이 제자들이 아니고 예수님입니다.
제자들은 그저 사람들을 자리 잡고 앉게 하고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들을 모으는 것입니다. 
 
‘빵’은 보통 ‘말씀’을 상징합니다. 
가르침일 수도 있고 은총이신 말씀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으십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이런 면에서 제자들은 ‘말씀의 유통업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팔려고 하는 말씀에 관심을 두게 하고 팔고 남은 것들은 자신들의 몫이 됩니다.
그런데 결국 자신들의 몫이 가장 많습니다. 
 
오늘은 제가 돈을 벌어본 적은 없지만 돈 버는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제로 사회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은 비웃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냥 순수한 저의 생각이고 제 말이 틀려도 상관없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아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생명을 주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러 면에서 ‘유통업자’들이 가장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유통업자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제주도 여행 갔을 때 함께 간 누군가가 자연산 전복을 먹어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찾아다녀도 오분자기나 양식전복은 많이 보았어도 자연산은 찾지 못했습니다. 
 
얼마 뒤 분당 횟집에 갔는데 주방장이 커다란 자연산 전복을 들고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서 잡은 것이냐고 물어보니 제주도에서 나온 것이라 했습니다.
자연산 전복은 크고 값도 비싸서 잡은 현지인들은 먹지 못하고 도시로 팔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비싸서 사 먹으려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어떻게 될까요? 유통업자가 처리해야 합니다.
사 먹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양 만큼만 사기에 남는 것은 유통업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유통업자가 가장 많이 남는구나!’
 
왜냐하면, 팔면서 이윤을 추구하고 또 남는 것들도 자신들의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생산하는 사람은 아까워서 못 먹고 사는 사람은 딱 먹을 만큼만 사기에 유통업자만 좋은 것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가치 있는 물건을 생산하면서 동시에 유통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큰 자본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유통을 하며 재산과 기술을 축적하여 생산까지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남아봐야 처치 곤란한 상황이 되는 것들을 팔면 어떨까요?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학용품을 판다라고 가정해봅시다. 학용품을 팔고 많은 재고가 남았습니다.
결국, 이것은 유통하는 사람이 다 사용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채소나 과일이 남아도 시간이 지나면 상하기에 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절대로 위의 것들을 파시는 분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돈을 더 벌기 위해서라고 가정하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런 가정하에서, 저 같으면 이런 것보다는 남아도 가치가 되는 것을 팔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에 시작하는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비싼 명품 가방이나 옷, 혹은 금은보석을 팔다가 남으면 그것이 또 나중에라도 팔 수 있는 것이 되기에 사실 이런 것들을 파는 것이 더 돈을 벌기에 유리할 것입니다. 
 
만약 내가 파는 것이 축적될 수 있는 기술이라면 어떨까요? 컴퓨터 기술이나 백신 기술과 같은 것이라면 어떨까요?
이것들도 팔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축적된 기술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더 높은 성을 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회사들은 가치와 기술을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회사들입니다. 
 
세계 대기업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과 같은 회사들은 기술을 팔면서도 그 기술을 축적하는 회사들이고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구글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들은 가진 기술을 통해 사람을 이어주거나 물건을 유통해 주는 기업들입니다.
단순히 생산만 해서는 돈이 남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을 이어주거나 가치를 파는 이들이 가장 많이 남깁니다. 
 
사제는 무엇을 파는 사람일까요? 바로 ‘말씀’을 파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 신자들을 모으고 그 말씀을 듣고 깨닫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다 보면 남기는 게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는 이 ‘말씀’은 생명처럼 고귀하고 또 축적되는 기술과 같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제게 언제부터 강론을 썼느냐고 물으신 분이 있기에 생각해보니 주일 강론은 신학생 때부터 썼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가 한 강론의 가장 큰 덕을 본 사람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전하려는 말씀을 통해 제가 더 많이 깨닫게 되고 또 그동안 축적된 기술도 많습니다.
사제는 그리스도와 신자들을 이어주는 역할입니다. 유통업자와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5천 명을 먹인 기적을 체험한 이들 중에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요?
예수님께서 그것이 당신 살과 피라고 말씀하실 때 끝까지 그분 곁에 남고자 했던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말씀의 유통업자인 제자들뿐이었습니다.
세상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오늘 기적만 보면 말씀의 가장 큰 수혜자는 그 말씀을 유통해 주는 복음 전파자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보편사제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복음을 전해야 하는 예언자직을 수행하기 위해 연결해 주는 유통업자의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말씀에 고프지 않고 항상 충만하여 기쁨과 평화를 누리려면 말씀을 이어주는 이가 되어야 합니다.
 
성경 말씀의 가장 큰 수혜자는 평신도라도 성경 말씀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이는 가르쳐 본 사람은 다 압니다. 
자신이 가르치면서 더 배운다는 것을. 
 
더 가지고 싶은 게 있으십니까? 우선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 알고 그것을 유통하는 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돈입니까? 명예입니까? 세속의 즐거움입니까? 그런 것들은 가져도 더 가지고 싶고 공허하기만 합니다.
 
신앙인이라면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이젠 말씀의 유통업자가 되기로 마음먹으면 됩니다.
말씀으로 충만한 사람은 절대 목마르지 않고 배고프지 않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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