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일
가엾은 마음의 참 목자
[말씀]
■ 제1독서(예레 23,1-6)
기원전 6세기 예언자 예레미야는 더는 피할 수 없게 된 남 유다 왕국의 멸망을 내다보며, 그 이유 곧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퍼져 있던 패악을 고통스럽게 고발한다. 나아가 자신의 예언 목소리를 질식시켜 버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마다하지 않던 당시의 정치, 종교 지도자들을 거슬러서 예언자는 그들이 맡겨진 사명을 저버리고 백성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들 지도자로부터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예레미야는 흩어진 양떼를 다시 불러 모으기 위해 오실 참 목자를 예고한다.
■ 제2독서(에페 2,13-18)
사도 바오로는 유다인과 이방인의 대립 관계 속에서 인간세계 대립의 상징적 예를 목격한다. 유다인들은 이방인들을 자신들의 고유 신앙을 훼손하거나 파괴하는 자들로 간주하고서 노골적인 적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예전에는 배타적인 이들 동족 유다인에게 그토록 얽매여 있었으나, 이제 그리스 세계를 위한 복음 증거자로 나선 바오로는 자세를 새롭게 한다. 복음을 받아들이면서 바오로는 십자가상 죽음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사랑으로 모든 증오의 벽을 헐어버리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온 인류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분이며, 이로써 온 인류가 한 가족이 되도록 불러 모으신 분이다.
■ 복음(마르 6,30-34)
지난 주일 복음에서 우리는 선교사명 수행을 위해 당신 제자들을 시험 파견하시는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었다.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한” 제자들은 잠시 휴식을 청했을 것이며, 그래서 그리스도는 이들을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려 하신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당한 인간적 바람도 영적 갈증으로 목말라 하던 청중들 앞에서는 보류되고 만다. 스승처럼 제자들도 “가엾은 마음”을 늘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새김]
■ 하느님은 시나이 계약으로 당신 백성을 선택하셨으며, 이 백성을 중심으로 모든 민족이 하나 되어 구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필요한 온갖 제도를 마련해 주셨으나, 제도권의 지도자들은 오히려 하나 됨을 파괴하는 자, 구원의 길을 가로막는 자들로 처신하기 일쑤였다. 구약의 사람들은 그래서 새 계약, 이 계약을 체결하고 채우실 참 목자를 예고하고 기대해 왔으며, 그리스도교 신자들인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당신 십자가상 피로 이 계약을 체결하셨고, 십자가에 높이 달리시어 모든 민족을 불러 모으시는 참 목자이심을 믿어 고백한다.
■ 그리스도는 모든 민족의 일치와 구원을 위하여 수난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처절한 운명을 감수하셨을 뿐만 아니라, 복음 전파에 관한 일이라면 어떤 극한 상황 속에서도 “가엾은 마음”을 잃지 않으시며 성부의 뜻을 철저하게 따르신 분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따라서 ‘닫힌 우리’가 아니라 ‘열린 우리’가 되어야 하며, 이웃을 위한 희생과 봉사로 누구와도 하나 됨으로써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이 되어 주신 주님께 화답할 수 있어야 한다. 흩어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불러 모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교우 여러분, 주님은 우리를 통해 다른 이들을 만나고자 하십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