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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7-14 조회수 : 2576

사람을 알려거든 순종해 보라

 

오늘 복음은 왜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라고 기도하십니다. 

 

예수님은 아버지 앞에서 철부지이십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아십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철부지 자녀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를 아는 것이 진리를 아는 것입니다. 

 

사람은 위에서 내려다보아서는 잘 모릅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아야 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그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변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아래에서 보니 잘 보인다는 말입니다.

그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오르기 전의 모습이지만

그 사람에게 순종해야 하는 철부지 같은 처지가 되면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면이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본성을 쉽게 드러냅니다.

그래서 사람을 알려면 철부지처럼 낮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의뢰인’(2019)은 칠곡 어린이 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영화 보는 내내 분노와 슬픔이 가득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영화는 그나마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덜 주게 하려고 현실보다 많이 순화되어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새엄마는 아빠의 묵인하에 어린 남매를 학대합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그렇게 사정을 하는데도 경찰도, 복지센터도, 학교 선생님도 그냥 골치 아파질까 봐

모든 것을 묵인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 앞에서 그들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그래도 괜찮은 사회 분위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되고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아이들 앞에서 발각되게 됩니다. 

 

너무 솔직해서 진급하지 못하던 한 변호사만이 직장을 때려치우고 남은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칩니다.

처음엔 성공만을 바랐던 그였지만 아이들은 그의 마음을 알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시각으로 누가 착한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변호사는 아이들에게까지 순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유일하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베드로도 멀리서 들리는 한 음성에 순종할 수 있어서 153마리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해할 수 있어야 사랑할 수 있는데 이해하려면 이렇게 누구에게나 순종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낮아져야 합니다. 

 

미국에서 한 아버지가 아들이 마약을 한다며 상담을 신청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매우 화가 나 있었습니다.

의사는 역할극을 시켜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뭘 못 해줘서 그렇게까지 아이가 망가졌는지 답답해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 앞에서 주눅 들어 있었습니다.

 

의사가 이제 역할을 바꿔보라고 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가 아들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 아버지가 “내가 마약 중독자입니까? 나는 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며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사실, 이 아버지는 자신이 마약 중독자 아들의 역할을 하기를 꺼린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까 봐 두려워 그 역할을 맡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은 높이 있어서 자신이 보이지 않지만, 아들의 위치로 낮아지면 자신의 모습이 보이게 될까봐 그것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을 이렇게 표현하십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요한 17,3)

 

성경에서는 아는 것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예수님도 몰랐고 그래서 아버지도 몰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철부지가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하느님보다 높은 위치에 있으니 하느님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주님께 어린이처럼 진정으로 순종해 본 적이 없어서 그분을 알지 못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마태 11,29)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이 철부지의 마음입니다. 순종하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낮아져서 누군가에게 순종하게 될 때 그 사람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모든 사람을 알고 싶거든 모든 사람에게 순종해 보십시오. 물론 죄가 되지 않는 한계 내에서.

그러면 그 사람이 보일 것입니다.

 

교만하게 위에서 명령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고 이웃도 모르게 됩니다.

아는 것이 사랑이기에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을 알고 싶으면 철부지처럼 순종해 보십시오. 그리스도를 알고 싶거든 그렇게 해보십시오.

그러면 그것이 사랑하는 것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순종하는 대상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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