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이었던, 2004년은 제가 갑곶성지에 처음 발령받아왔던 해였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미사를 할 수 있는 경당을 먼저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원래 있던 건물 일부분을 부셔야만 했습니다. 그래야 미사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토목 공사를 했습니다.
솔직히 건물 허무는 것을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오함마라고 불리는 커다란 망치로 마구 부수고 정리하면 되는 것으로 간단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일에 순서가 있다고 토목회사 사장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아무렇게나 허물다 보면 건물이 무너져서 위험할 수도 있고, 또 시간 절약을 위해서도 체계적으로 따로 떼어 부셔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사사로운 욕망을 품습니다. 이를 부셔야지만 깨끗한 마음으로 지금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욕망을 억제할 수 있을까요? 건물을 부수는 것처럼 우리의 욕망도 체계적으로 부숴 나가야 합니다. 간단한 것부터 어렵고 힘든 것을 향해서 체계적으로 말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주님의 일을 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열두 사도를 뽑으셨습니다. 사도는 단순히 제자와 다릅니다. 사도는 파견된 이, 사자, 더 나아가서는 전권을 위임받은 이를 뜻합니다. 특수 사명을 띠고 파견된 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와 동등하다.’
사도가 되어 세상에 파견되는 것은 주님과의 동등함을 가지고 파견된 것입니다. 그래서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받았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같이 다니며 하나씩 가르쳐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 나오듯이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세상에 선포하게 하셨습니다.
이런 주님의 교육 방식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계속됩니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서, 성경 말씀을 통해서, 또 신심 서적 등을 통해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이런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처럼 삽니다. 그래서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지 못합니다.
주님의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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