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5월 3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5-30 조회수 : 2525

작년 이맘때 저는 지독한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한 달이 넘었을 시점이었지요. 이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히 어머니 잃은 슬픔을 이겨내리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장례식장에서 또 장례미사 때도 웃으면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서 동창 신부들은 저를 걱정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밤에 또 새벽에 혼자 있는 시간은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고, 어머니가 보고 싶었습니다. 


저와 50년 이상을 함께 해주셨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인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좋은 곳’에 가셨을 것이라고 믿지만, 어머니와 떨어져 있는 저 자신은 참 힘들었습니다. 


슬픔은 사람을 고립시킵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어 가족조차도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기도했고,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비로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과의 만남은 감정을 다치게 할 수도 있지만, 주님께서는 제가 어떤 감정 표현을 해도 다 받아주셨습니다. 저의 감정에 상대방도 흔들리는데, 주님께서는 전혀 흔들리지 않으셨습니다. 


큰 위안이 되었고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주님의 침묵이 얼마나 큰 은총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내 감정을 받아주시기 위해 주님께서는 흔들리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오늘은 교회력으로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삼위일체라는 말은 ‘성부, 성자, 성령께서는 각기 다른 위격을 가지고 있지만 한 몸을 이룬다’라는 뜻입니다. 사실 이해하기 힘든 교리입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세 위격이 하나의 일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묵상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일치의 모범을 보여주시면서 우리 역시 당신의 일치 안으로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에게 모든 민족을 향한 사명을 주시는 것입니다. 세례를 주고, 모든 것을 가르치라는 사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우리는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고 사람에게서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더 큰 분이 있습니다. 바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위로를 받고 그 안에서 길을 찾아보십시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전혀 흔들리지 않으시면서 우리에게 힘과 위로는 물론이고 해결의 길까지 열어주실 것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