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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5-04 조회수 : 3847

십자가는 자녀의 양식을 위한 어머니의 자기 봉헌

 

오늘 복음도 역시 요한복음으로써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셔야 하는 이유를 최후의 만찬상에서 제자들에게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당신이 아버지께 가야만 성령을 받아서 보내주실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아버지께 가는 방법이 비록 십자가의 죽음이기는 하나 오히려 성령을 받게 되므로 기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신비는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잘 드러납니다. 성모님은 포도주가 없는 교회를 떠나 예수님께로 향하십니다. 포도주도 없는데 예수님께 가시는 성모님이 교회 처지에서는 섭섭하고 안타깝고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모님은 예수님께 믿음으로 포도주의 기적을 받아내십니다. 그렇게 교회가 성령의 포도주에 취해 다시 혼인 잔치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녀는 어머니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오히려 즐거워해야 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 자녀에게 꼭 필요한 것을 받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젊은 부모들이 이 신비를 이해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내가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다면 남편으로부터 사랑이 오지 않아 자녀는 매우 불안해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어떤 아이는 아버지가 자신을 지우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 대인기피증과 불안장애를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어머니 혼자는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나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남편에게 자신을 봉헌하고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목숨을 내어주는 사랑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자녀를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자녀를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부모가 모두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것입니다. 봉헌하는 제대는 항상 십자가입니다. 부모가 먼저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면 자녀 또한 자신들이 창조한 것이 아닌 하느님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믿게 되고 그 믿음이 자녀에게 전달됩니다.
 

아프리카 동부의 어느 부족은 아이의 생일을 정하는 그들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날이나 잉태한 날이 아니라 아이가 어머니 마음에 들어온 날이 아이의 생일이 됩니다.

그러면 아이는 언제 어머니의 마음에 들어올까요? 이를 위해 어머니는 아기를 잉태하기 전 마음을 신에게 열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 숲의 나무 아래 가서 앉습니다. 앉아서 하늘에서 오는 노래를 기다립니다. 이 마을 부족은 모두 각자 자신의 노래를 지니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로 말하면 태몽과도 같은 것입니다. 최소한의 물과 음식에 의지하며 며칠씩 기다리다 보면 특별한 멜로디와 가사가 떠오르는데 그러면 아이가 마음속에 들어온 것입니다. 그날이 아이의 생일이 되는 것입니다.

아내는 돌아와 남편에게 그 멜로디를 들려줍니다. 남편도 그 노래를 배워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함께 부릅니다. 자녀를 맞아들이는 준비입니다. 그렇게 잉태하면 배 속에 있는 아기를 부를 때마다 그 노래를 불러줍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온 마을 사람들이 아기를 환영하는 마음으로 그 노래를 부릅니다. 아기가 자랄 때도 결혼할 때도 그 노래를 불러줍니다. 심지어 잘못해서 꾸지람을 받아야 할 때도 온 마을 사람들이 그 노래를 불러줍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자신이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님을 다시 깨닫고는 하늘의 뜻대로 살려고 결심하게 됩니다. 물론 장례 때도 사람들은 그 노래를 부릅니다. 다시 신에게 그 영혼을 맡기는 것입니다.
 

[출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의 노래는’, 류시화, 더숲]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가톨릭교회에도 적용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분이 아기를 잉태했을 때 신구약 성경을 두 번을 통독했는데 정말 남들과 다른 착한 아기가 태어났다고 했습니다. 분명 아기는 부모의 마음과 감정과 믿음을 먹고 삽니다. 그러니 부모가 그 믿음을 지니기 위해 십자가의 봉헌을 먼저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보고 겁에 질려 도망쳐버렸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아버지께로부터 제자들에게 줄 성령을 받으려 하늘로 가신 것입니다.
아기를 위해 하늘로부터 받는 노래가 바로 성령입니다. 성령은 자녀들을 믿음으로 지켜줄 것입니다. 아기를 잉태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아기에게 줄 성령을 먼저 받을 수 있는 믿음이 있느냐가 부모의 자격이 될 것입니다.
 

아기가 태어나 사춘기 이전에 성모님이 그러하셨듯이 주님께 아이를 봉헌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부모가 먼저 하느님께 봉헌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부모가 받은 성령으로 자녀를 키울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마치 부모가 신에게 자신을 봉헌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성령께서 오시고 성령을 통해 그분이 우리 안에 사십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 ‘나는 갔다가 너희에게 돌아온다.’고 한 내 말을 너희는 들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아버지께서 나보다 위대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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