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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4-11 조회수 : 2947

4월11일 [부활 제2주일] 
 
복음 : 요한 20,19-31
 
교회는 용서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언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먼저 제자들에게 성령을 주시며 죄를 용서하는 권한도 주십니다.
당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은 하느님에게만 있다고 믿었는데, 또 제자들이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러 다닌다면 이는 분명 목숨에 위협이 되는 행위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제자들이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다녔다면 이는 분명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 뵈었음을 보여줍니다.
 
토마스 사도는 그들과 함께 없었기 때문에 감히 죄를 용서해주는 사도가 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뵙지 못한 것이 동시에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갖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사도들과 하나가 되어 여드레 뒤 예수님을 만나 뵙게 된 이후로는 따로 그러한 권한을 받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부여되었음을 믿게 됩니다.
 
따라서 교회가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만큼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 뵈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이는 비단 교회 전체에 해당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개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남과 자비를 베풂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났다면 그 황송함과 기쁨에 놓아주고 용서합니다.
그러면 그 모습을 보는 이들도 그 용서하는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 부활의 증거를 발견합니다.
용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입니다.
 
가톨릭에서도 이러한 용서의 모범은 수없이 많지만 개신교 한 집사님도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소개해 드립니다.
우리 교회 이모 집사님은 직장 전도훈련(BBS)을 열심히 합니다.
그 BBS 동료인 A라고 하는 어느 집사님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A집사님은 어느 날 직장 회식 자리에서, 자꾸 권하는 술을 그리스도인의 양심으로 계속 거절하다
급기야 화가 난 직장 상급자에게 뺨을 맞게 되었습니다.
처자식이 있고, 연배도 있는 사람이 여러 사람 앞에서 뺨을 맞았으니, 얼마나 창피하고 분하겠습니까?
집에 와 며칠 동안 회사도 무단결근하며, 분을 삭이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려고 결심하고, 사표를 내기 전
산으로 올라가 기도드렸답니다.
 
뺨 맞은 서러운 생각, 분한 마음, 막상 직장을 그만두려니 막막한 두려움 등으로 간절히 하느님께 호소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도하는 중, 뜻밖의 음성을 들으셨답니다.
‘너는 겨우 뺨 한 대 맞은 것으로 그렇게 분해하고 억울해하느냐?
나는 모든 이에게 멸시 천대와 고난을 받았고, 너를 위해 십자가를 지었다.’
 
침 뱉음을 당하고, 저주와 욕설, 살을 찢는 채찍으로 맞으시면서, 아무런 자존심도, 혈기도, 변명도 없이
묵묵히 당신의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길을 오르셨던 우리 예수님.
손과 발에 못을 박고, 조롱하던 그 무리를 저주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고통의 십자가 위에서도 저들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하셨던 그 예수님의 음성이 아닙니까?
 
뺨 한 대 맞은 것을 어찌 고난이라고 분해하고, 직장까지 그만두려 했을까?
A집사님은 그 신비한 음성에 그리스도의 고난을 깊이 생각하며,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고 눈물로 회개하셨답니다.
그리고는 산에서 내려와 다음날 직장으로 출근하였습니다.
 
며칠 간의 무단결근 후 출근한 회사에서는 그 며칠 동안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그의 뺨을 때린 상급자가 아주 곤란한 지경에 처하여 징계를 받을 처지에 있게 된 것입니다.
그 상급자가 회사에서 처리했던 여러 일이 문제가 되었고, 그중에 A집사님의 뺨을 때린 사건도 있었던 것입니다.
 
A집사님은 자신의 뺨을 때린 그분을 두둔하며, 그분의 구명을 위해 힘썼습니다.
피해 당사자인 A집사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분을 도우니 결국 회사에서 내리려던 징계도 잘 해결되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뺨을 때렸던 그 상급자는 A집사님의 ‘이해하지 못할’ 관용과 사랑에 감동하고 복음을 받아들여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지금은 직장 선교회의 한 지부의 leader(지도자)가 되어 열심히 다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술 마시지 않는다고 뺨을 때렸던 바로 그 사람이 말입니다.
[출처: ‘뺨 맞고 용서하신 집사님’, 다음 카페, ‘주님 오실 때까지’]
 
비록 개신교 신자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현실과 매우 밀접하여 예화로 선택해 보았습니다.
우리 삶 안에서 이러한 크고 작은 용서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당신 상처에서 나오는 성령을 주시며 용서하라고 교회를 파견하십니다.
그 용서의 힘이 전교의 힘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마음에 미움을 담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직접 우리 안에 모시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며 “내가 너를 용서하기 위해 당한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미워해도 괜찮다.”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분께서 나를 위해 참아주신 십자가의 고통에 비하면 나에게 그만큼 고통을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힘이 모이면 교회에 더 많은 신자가 모이는 선교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교회는 용서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거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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