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0일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복음 : 마르코 16,9-15
신앙체험 나눔은 교만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복음을 선포하라고 사명을 주시는 내용입니다.
그 이전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를 하였지만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도 자신들이 만난 예수님에 관해 이야기하였지만, 제자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그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어차피 교회를 통해 복음이 전해져야 하기에 예수님께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신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왜 예수님께서 직접 나타나셔서 그렇게 당신 자신을 보여주면 되지 굳이 다른 증인들을 보내셔서 증언하게 하셨을까요?
본래 교회 공동체가 당신을 굳이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여러 증언을 통해 형성된 믿음으로도 복음을 전할 근거가 충분하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톨릭교회의 약점 중의 하나가 신앙체험을 나누기를 장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나의 신앙체험을 말하는 것이 교만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 개신교 신앙체험 간증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가톨릭 신앙 간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편입니다.
신앙 간증이 많지 않아서 신앙체험이 많지 않은 것인지, 신앙체험이 많지 않아서 간증이 많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오늘 복음에 따르면 분명히 각자가 그리스도를 만난 체험이 교회 내에서 공유되기가 장려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간증의 힘은 잘난 척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당신도 나와 다를 바가 없어요. 내가 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데 있습니다.
“그도 하고, 그녀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해?”라는 영어로 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이것이 공동체 내에서 신앙체험 나눔이 장려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국에서 한 거지가 동냥하며 앉아있었습니다. 동냥을 받고 연필 한 자루를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 사업가가 다른 사람들처럼 1달러를 주고 남들처럼 연필을 가져가지 않고 그냥 지나쳐갔습니다.
그러다 다시 돌아옵니다. 그러며 이렇게 말합니다.
“1달러를 냈으니 연필을 가져가야죠. 왜 가져가라 하지 않죠?”
거지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 여러 개의 연필을 들어 보였습니다.
사업가는 그중 제일 좋은 것으로 보이는 것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이제 당신은 거지가 아닙니다.
당신은 사업가입니다.” 거지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습니다.
‘내가 거지가 아니고 사업가라고?’ 이 말이 머리에서 가시지 않았고 불과 몇 년 만에 사업가가 되어 많은 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 사업가가 나를 사업가로 불러주었기에 내가 사업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출처: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말 한마디’, 유튜브 채널, ‘최불꽃TV’]
간증은 바로 이러한 힘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보고는 베드로만 물 위를 걸을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를 보면 많은 이가 물 위를 걸을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 할 수 있다면 더 힘을 얻을 수 있기에 신앙체험 나눔이 필요한 것입니다.
“인간은 1마일을 4분 안에 뛸 수 없고, 설령 성공하더라도 심장이 터질 것이다.”
이것은 당시 육상에서 통용되는 말이었고 누구도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954년 5월, 의사 지망생으로 수련의 과정을 밟던 로저 배니스터가 1마일을 3분 59초4 만에 주파했습니다.
배니스터 경이 3분대 기록을 쓴 날 이후 1년 동안에는 37명이 기록을 세웠고 2년 동안에는 300여 명의 선수가 4분 벽을 돌파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스포츠 학자들은 “배니스터 효과”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분명 예수님은 당신을 만난 이들이 교회 안에서 증언하라고 시켰고 그것을 믿지 않으려는 제자들을 나무라셨습니다.
교회 공동체는 신앙체험 소통의 장이어야 하고 그래서 “저 사람이 했다면, 나는 왜 안돼?”라는 생각으로 서로 자극을 주어야 하며, 또한 이런 체험들이 복음을 전하는 내용이 되어야 합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감독 거스 히딩크는 축구 선수들 간에도 선후배 문화로 소통이 되지 않음을 인식하고
선후배 간에 분리해서 앉던 습관을 바꿔 자신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끊임없이 대화하게 시켰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4강까지 갈 수 있었고, 이것을 이어받은 홍명보 감독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같은 방법으로 동메달을 따게 했습니다.
소통이 안 되는 팀은 망할 수밖에 없지만,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는 팀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신앙체험 나눔은 교만이 아닙니다.
복음이 온 세상에 전해지기 위해 교회 공동체가 그런 체험들을 모으는 그릇이 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소공동체 모임에서 그러한 체험들을 나누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저의 유튜브 채널 ‘함께 고민해요’가 생각보다 반응이 좋습니다.
많은 신앙인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는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체험 나눔을 통해 신앙도 커지고 자극도 받습니다.
우리 소공동체에서 비록 큰 체험이 아닐지라도 일상에서 만난 예수님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이것이 각자 세상에 나가 뿌릴 복음의 씨앗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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