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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3-29 조회수 : 3151

감사 없는 사랑은 기름 없는 자동차, 실이 없는 바늘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수난을 앞두시고 베타니아의 마리아로부터 비싼 향유로 발씻김을 받으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준 것에 대한 제자들 감사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비록 제자들이 씻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분께 죄의 씻김을 받은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키우시는 목적은 당신처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기 전까지 제자들은 사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감사함 없이는 참다운 사랑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사 없이 사랑하려는 시도는 기름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와 같은 어리석은 이를 대표하는 제자가 가리옷 유다입니다. 그는 마리아의 행위를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장정만도 5천 명이나 되는 사람을 다 먹일 수 있는 빵이 2백 데나리온이면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향유 한 병에 3백 데나리온이라면 그 가치가 얼마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감사는 어쨌건 겸손한 봉헌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습니다.


요한은 감사 없이 이웃사랑만 강조하는 가리옷 유다의 정체를 밝힙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둑이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들으면 가리옷 유다가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해주는 것처럼 들리지만, 하느님께 받은 사랑에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사랑하려 해도 도둑밖에 될 수 없는 것입니다.


혹시 우리 삶 안에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까? 부부 사이에 사랑만 강조하며 감사는 잊고 살지 않습니까?


호랑이 남편과 아내 소의 이야기입니다. 호랑이 남편은 소 아내를 극진히 사랑합니다. 그래서 귀한 고기를 잡아 옵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인 소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낍니다. 호랑이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고기를 잡아 와도 식탁에 오르는 것은 항상 채소입니다. 자기를 토끼로 여기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합니다.


상대에게 감사를 찾아내려 하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만 하려 했던 이 둘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혼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감사 없는 사랑은 실이 없는 바늘과 같습니다.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꿰매는 것은 없고 상처만 남습니다. 감사 없는 사랑은 기름 없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려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감사가 일어나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랑이 충만한 이로부터 사랑을 받아 감사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 감사하면 남편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성당에 나오는 것입니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께도 내 향유 옥합을 깨뜨릴 수 없다면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좀 지난 이야기이지만, 요즘 같이 어려울 때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좋은 영향을 미쳤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홍대 철인 7호 치킨집 사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부모를 여의고 몸이 아픈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두 형제는 치킨이 먹고 싶어 5천 원을 들고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여러 치킨집에서 퇴짜를 맞은 상태였습니다.


그날 철인 7호 치킨집 사장도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그날 치킨을 한 마리도 팔지 못했고 그래서 월세도 밀려 시름에 잠겨있던 차였습니다. 바람이라도 쐬려고 뒷문을 열고 나가니 골목에서 이 두 형제가 대화하는 것을 듣습니다. 동생은 연신 “치킨, 치킨!”이라고 외쳐댔고 형은 5천 원을 꼭 쥔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치킨집 사장은 아이들에게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치킨 요리를 먹도록 해주었고 돈을 받지 않고 오히려 사탕을 주어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배고플 땐 언제라도 찾아오라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동생은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치킨집을 찾아왔고 사장은 동생을 예뻐해 주며 미용실에서 이발도 시켜주었습니다. 이 사정을 안 미용실 사장님도 돈을 받지 않고 아이 머리를 깎아주었습니다.


거의 1년이 흐른 뒤 고등학생인 형이 이 사연을 편지에 빼곡히 적어 가맹점 대표에게 보냈고 그래서 이 사연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가맹점 대표는 1년간의 월세와 천만 원의 물품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돈쭐’을 내줘야 한다며 먹지도 않으면서 치킨을 시켜 돈을 기부하는 등 엄청난 돈 폭격을 가했습니다.


 이에 박재휘 사장은 잠시 가게를 닫는다는 말을 하고 그동안 도와주신 것들에 자신도 더 보태서 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6백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자신이 한 것에 비해 너무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는 “현재 많은 관심으로 인해 주문 폭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밀려드는 주문을 다 받자니 100% 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 영업을 잠시 중단합니다. 이른 시간 안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가맹점 대표에게 편지를 보냈던 형은 그 편지에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저도 사장님처럼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며 사는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형은 아무리 사랑을 하려 해도 세상은 불공평한 곳이란 믿음 때문에 사랑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아가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킨집 사장님의 사랑을 받고는 그와 같은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는 자신의 향유 옥합을 깨뜨려 편지로 그 감사를 전했습니다. 이렇게 누구에겐가 나의 향유 옥합을 깨뜨릴 사람이 없다면 그런 상태로는 어떤 진정한 사랑도 나올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셋입니다. 이 셋의 사랑의 단계는 이렇습니다.


첫째. 모기인 상태인 가리옷 유다입니다. 그는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사랑에 감사가 필요 없다고 여기는 이입니다. 모기는 항상 배고파서 감사의 마음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


둘째. 아기로 사랑하는 마리아의 단계입니다. 마리아는 그리스도를 위해 향유를 깨뜨립니다. 이런 마음이라면 곧 이웃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리아처럼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놓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그분의 사랑에 감동하고 감사의 마음을 키워야 합니다.


셋째. 하느님 자녀인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그리스도는 이웃에게 감사의 마음이 솟아나게 만들어서 귀한 향유 옥합을 봉헌하게 만드십니다. 사랑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랑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철인 7초 치킨 사장님처럼 감사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느 단계에 있는지요? 감사의 마음이 솟아나지 않는 사람에게는 사랑이 불가능함을 명심하고 나도 이웃도 사랑이 솟아나게 합시다. 이를 위해 십자가를 지셔야 하겠지만 오늘 복음은 십자가를 통해 오는 부활의 행복을 미리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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