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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3-24 조회수 : 3490

항상 감사를 위한 선결 조건: 자랑스러운 아버지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는 어떠한 말씀을 해 주십니다. 그 말씀을 듣는다면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그 진리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죄의 종살이에서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아버지를 본 적이 없어 실의에 빠진 아이에게 어머니는 이런 말을 해 줍니다.


“너의 아빠는 네가 태어나기 전 외국에 돈 벌러 나가셨어. 네가 먹고 입고 자고 하는 모든 것들이 아빠가 힘들게 일해서 보내오는 것들이란다. 그러다 사고가 나서 그곳에서 돌아가셨고 아직 그곳에 묻혀계셔. 네가 조금 더 크면 아빠 무덤이라도 한 번 찾아가자.”


자신이 아버지 없는 아이라고 우울해하기만 했던 아이는 이 말을 받아들이고 아버지가 계신다는 말에 항상 기쁘고, 감사하게 됩니다. 만약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믿지 않는다면 아이는 낮은 자존감으로 그 열등감을 채우기 위해 죄의 종이 됩니다. 자아와 세상, 어둠이나 나쁜 친구들을 아버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어머니와 같습니다. 아버지는 사랑이고 어머니는 그 사랑의 번역자입니다. 아버지의 말씀이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존재를 믿게 만들어 아이에게 자존감을 심어줍니다. 아이가 어머니의 말을 믿으면 세상 집착의 노예가 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깨닫게 해 주시려는 진리입니다. 이 진리가 우리를 죄에서 해방해줍니다.


아버지의 존재가 나에게 어떤 자존감을 주고 어떻게 죄에서 벗어나게 만드는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나는 서른이 다 되어가는 취준생이다. 요즘 코로나 상황이라서 그냥 부모님께 뭐라도 하는 것을 보여주려 도서관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다. 5시쯤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약속이 있어 나가셨고, 아버지만 계셨다. 아버지는 맛있는 것 시켜 먹자고 하셨다. 돈도 못 벌면서 부모님 돈으로 저녁을 때워야 하는 상황이 매우 불편했다. 그래도 아버지께서 오랜만에 함께 소주 한잔하자고 하셔서 족발과 쟁반국수를 시켰다.


그런데 시킨 지 1시간이 넘는데도 음식은 도착하지 않았다. 난 조금 짜증이 나서 족발집에 전화를 걸었다. 떠난 지 30분이 넘었는데 이상하다고 했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가?’라는 생각으로 아버지와 어색하게 TV를 보며 30분을 더 기다렸다. 그제야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좀 따지려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배달 온 사람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비에 홀딱 젖어있었고, 대뜸 ‘죄송합니다. 오던 길에 빗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넘어져서 수습하고 오느라고 늦었습니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음식은 먹기에 민망할 정도로 불어있었고 또 엉망이 되어있었다. 뭐라 한마디도 못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현관으로 나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음식을 시킨 저희 탓입니다. 다치지는 않으셨습니까? 당신의 책임감으로 오늘 우리 부자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음식값과 세탁비까지 건네주었다. 그러자 배달원은 펑펑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고마울 일이 하나 없는 코로나와 무직 상황에서도 이상하게 감사한 마음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아들이 ‘배달 중 넘어져서 음식이 섞여서 옴’이란 제목으로 SNS에 올려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들은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절대 절대 절대로 돈을 적게 벌든 많이 벌든 다른 사람의 직업을 하찮게 생각해서는 안 되고 내가 그렇게 살 수 있는 걸 항상 고맙게 생각해야 함.”

[참조: ‘아들도 감동한 아버지의 배달원 대하는 태도’, 유튜브 채널, ‘KMIB’]


세상에 감사하면 모든 좋은 일을 끌어당긴다는 수많은 책과 동영상들이 널려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는 상태에서, 그리고 그 아버지의 존재로 이끌어주는 어머니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감사를 찾으려고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어떤 유튜브 댓글에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이유 없이 스트레스받는다.”(H HS)란 글이 있었습니다. 부모의 사랑에 대한 확신 없이는 아무리 행복하려 노력해도 항상 다시 근원적인 불안과 불만, 우울함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근원적인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아이는 부모만 있으면 굳이 감사하려 하지 않아도 감사하고 기뻐합니다.


모든 사람의 근본적인 불만족은 부모를 찾지 못한 데서 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참 행복의 보증입니다. 저는 집이 가난했어도 불만이 없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러니 굳이 감사하려 하지 않아도 불평불만이 없으니 항상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전에 ‘그레이스’라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천연두로 얼굴에 지울 수 없는 흉터를 가지고 자라던 아이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네가 어렸을 적에 천연두라는 큰 병에 걸린 적이 있었단다. 그 병은 네 오빠와 동생의 생명을 빼앗아갔지. 이웃의 많은 아이도 죽었단다. 하지만 하느님이 너만은 살려주셨단다. 네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아이인지를 기억하라고, 하느님께서는 네 얼굴에 천연두 자국을 남기셨단다. 그래서 이건 네가 아주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표시야.”


아이는 이 말을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남자친구를 사귀고 둘 다 미국 상원, 하원의원이 됩니다.


감사한 것을 찾아내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얼굴에 난 상처를 해결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삶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를 창조하신 분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믿어야 합니다. 이 말씀을 받아들이면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아버지의 뜻이 우리 안에서 이뤄집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아버지가 되어주신다는 것을 믿게 되면 우리는 항상 기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늘 기도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떤 처지에서도 감사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처지에서도 감사할 수 있으면 말씀을 받아들여 주님을 아버지로 믿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자아와 악과 불만족과 죄와 어둠으로부터의 해방의 유일한 길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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