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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0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2-20 조회수 : 2990

남을 질책하려면 거울처럼 질책하라 
 
 
오늘 복음의 핵심 구절은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입니다. 
예수님은 죄인들을 회개시키는 의사이십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께서 세리들과 그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고 비판합니다. 그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처럼 죄인들을 회개시킬 수 없습니다. 
그들은 자기를 위한 마음으로 비난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위한 마음으로 감싸주십니다. 
 
일단 질책을 당해 기분이 나쁘면 나의 죄를 보기보다는 방어하기 바빠집니다. 
회개는 스스로 나의 죄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드는 사람이 예수님을 닮은 의사입니다.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장애인 학교 선생질했다더니, 우리까지 장애인 취급하면서 
사람을 무시하고 말이야! 당장 저 시건방진 사람 좀 다른 병실로 옮겨줘요! 
6인실 쓰면서 코 골았다고 난리 치고, 창문은 자기 마음대로 열었다 닫았다 하고, 물건도 못 놓게 하고, 
그렇게 하려면 자기가 1인실로 옮기던가!” 
 
베드로 수녀님은 간호사와 환자 모두에게 원성이 자자한 그 형제에게 다가갔습니다. 
그 형제는 토마스라는 세례명을 가진 신자였고 아직 자신이 위중한 간암에 걸렸음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토마스 형제는 자신의 병명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의사에게까지도 큰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며 수녀님께 꼭 병명을 알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형제님 자리에는 성경책과 기도서가 있었습니다. 
7년간 냉담하다가 병을 얻어 다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노트에는 장애인 학교 은퇴 후에 영종도에 집을 짓겠다며 땅도 사 놓았고 기도방도 갖춘 자신이 그린 집 설계도도 있었습니다. 
아내는 병명을 알고 있었지만 한 달도 못 산다는 말을 불같은 성격의 남편에게 해 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수녀님이 병명을 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수녀님은 간이 좀 안 좋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토마스 형제는 간이 안 좋은데 왜 다리가 아프냐고 물었습니다. 
수녀님은 간암이고 그러면 다리가 붓는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형제님은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간암이라고, 내가…? 내가 간암이라고?”
수녀님은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날 오후 형제님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병실을 소란스럽게 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토마스 형제님, 점심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물어도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11시쯤 토마스 형제는 수녀님을 찾았습니다.
“수녀님, 계속 생각을 해 봤는데요. 제가 제 몸은 잘 알거든요. 아무래도 가망이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암이라는 것은 당분간 제 아내에게 비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울고불고 난리를 칠 텐데, 저 조용히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수녀님. 제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요?” 
 
수녀님은 후회되는 일이 있거나 용서하지 못한 사람, 혹은 용서를 구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푸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글쎄요, 전 누구한테 잘못한 일이 별로 없습니다.” 
 
토마스 형제는 용서를 청할 사람이 있다면 용서를 청해야 한다는 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타인의 잘못만을 지적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밤새 생각을 했다며 딱 세 명에게 잘못한 게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한 명은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처음엔 자상한 분이셨지만 재혼하고는 새어머니와 의붓동생과 갈등을 겪는 일이 많아졌고, 
그래서 자신에게 회초리를 드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후 토마스 형제는 결혼해서 16년 동안 아버지를 찾아뵌 적이 없었습니다. 
 
다른 한 명은 장애인 학교 학생이었는데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도 제대로 못 해서 그래서 어떻게 자녀라고 할 수 있느냐며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린 적이 있었습니다. 
학생이 아무리 장애인이라도 자신은 유능한 선생이니까 꼭 가르치고 말겠다는 교만함이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수녀님은 11살 된 학생을 불러 선생님이 용서를 빌 시간을 주었습니다. 
아이도 선생님을 보자 쑥스러운 미소로 반가워했고, 
선생님은 3일 동안 아이를 침대에 올려놓고 놀아주면서 맛있는 것도 먹여주었습니다. 
아이도 돌아갈 시간이 되자 선생님과 떨어지지 않겠다며 엉엉 울었습니다. 
아이가 돌아가자 돌덩어리 하나가 가슴에서 내려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엔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형제님은 하루를 꼬박 새워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용서를 청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답장만 기다리던 일주일 후, 병실 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들어오셨습니다.  
 
편지를 받자마자 삼천포에서 인천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형제님은 16년 만에 본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야위어서 마음이 저렸습니다. 
자신을 때리던 손이 그렇게 작아져 있었고 학교에 데려다주시던 그 손이 떠올라 왈칵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도 토마스 형제의 손을 잡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서로 용서를 청하며 회한의 눈물을 쏟아내고 서로 발을 주물러 주면서 정도 나누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한 명이 남았습니다. 
토마스 형제는 그 한 명이 ‘하느님’이라고 했습니다. 
하느님께 잘못한 것만 생각나고 빚진 것만 생각이 난다고 했습니다. 
하느님께는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장기기증을 하면 어떨지 생각 중이었습니다. 
이전에 병원의 유명한 말썽꾸러기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수녀님. 제가 간암이란 걸 이제 아내에게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입으로는 차마 못 하겠어요. 수녀님 부탁드립니다.” 
 
아내도 남편이 참 대단하다며 칭찬해주었고 자신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간암 환자는 장기기증을 할 수 없어서 결국 시신 기증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학생을 가르칠 때의 양복을 입고 백묵 한 통을 가지고 편히 가셨습니다. 
 
백묵을 넣어달라고 한 이유는 이것이었습니다.
“수녀님, 23년 동안 백묵은 제 삶의 도구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먹고살게 해 준 도구였죠. 
그리고 제가 백묵을 들었을 때는 죄를 안 지었더라고요. 
제가 칠판에 ‘악’(惡)을 쓸 때도 ‘선’(善)을 가르치기 위해서였으니까요. 
백묵이 제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깨끗한 것이니 하느님께 선물로 가져가려고 하는 겁니다.”
[출처: 『내 가슴에 살아있는 선물』, 이영숙 베드로 수녀, 비움] 
 
토마스 형제를 비판하던 같은 병실의 사람들은 토마스 형제를 절대 회개시킬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남의 비판에 기분이 나쁘면 상대를 비판하여 자신을 정당화하느라고 자신의 죄를 볼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녀님을 만나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만약 간암이란 소리를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면 그렇게 바뀔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수녀님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발견했기에 죄인인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수녀님이 사랑이 없는 분이셨다면 그분을 치워버리려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마저 부정하고 죽지 않으려 발버둥 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리스도를 모신 우리도 같습니다.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은 사랑이 없이 비난합니다. 
그 비난하는 사람이 싫으니 그 비난도 듣기 싫습니다. 
그러나 우리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께서 우리 죄를 말씀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잘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나의 모습을 성찰하고 그분께 나아가기 위해 고쳐야 할 것을 고치게 됩니다. 
 
이렇듯 예수님은 거울과 같으신 분이십니다. 
거울을 보면서 완벽하게 자신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조금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보입니다. 
그것이 몸이든, 옷이든, 피부든, 표정이든 간에 말입니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무엇을 바라보려 할 때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 사이에 거울처럼 서 계십니다. 
그러며 “너는?”이라고 물으십니다. 
거울을 보며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군가를 회개시키려면 거울처럼 다가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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