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를 쉬면서 

먹어야 살고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살려고 먹는 것이지

먹으려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살기 위해 먹어야하지만

살리기 위해 먹혀야합니다 

먹든 먹히든

세상이 살아있으려면

먹기는 있어야만 합니다 

바로 그 먹기를

잠시 쉬어 봅니다 

살기 위한 먹기를

잠시 쉬어 봅니다 

살기 위해 먹는 이로써

살리기 위해 먹히는 이들을

떠올리기 위함입니다 

먹히는 햇빛

먹히는 공기

먹히는 물

먹히는 생명들

먹히는 사람들

먹히는 하느님 

나를 살리기 위해서

기꺼이 먹히고 또 먹히는

고마운 수많은 벗들 

먹히는 벗들이 있어

먹음으로써 살아왔음을 

먹기를 잠시 쉬면서

가슴에 새기며 

살기 위해 먹지 않고

먹기 위해 살아가는

게걸들린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난 결코 아니라고

선뜻 손사래 칠 수 없는

스스로가 부끄러워  

한 끼 두 끼

밥 한 그릇 건너뛰는

겉 단식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 사람으로서 또한

살리기 위해

먹히는 사람이 되고자 

때로는 감사히 먹고

때로는 기꺼이 먹히고

모두가 서로에게 그렇게

모두가 더불어 함께하는

참세상 이루고자 

기나긴 단식의 삶을

보잘것없는 작은 마음이지만

정성껏 다짐해봅니다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