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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2-11 조회수 : 2862

악을 몰아낼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의 악령 들린 딸을 고쳐주시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 고쳐주신다기보다는 이방 여인의 믿음이 더 강렬하게 드러나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은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라며 그녀의 청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이 이방 여인은 예수님만이 사람의 ‘고장 난 영’을 고쳐주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마귀’가 들린 딸의 상태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 직전에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라고 하셨고,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나오는 악한 것들이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라 하십니다. 이는 실로 악령이 들린 것과 다름없는 삶입니다. 
사람을 죄짓게 만드는 마음의 악한 영을 쫓아내는 방법은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 캘리포니아주에 한 금광을 채굴하는 촌락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금광촌에는 싸움과 강도, 술 취함과 도박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거칠고 교육받지 못한 광부들만 사는 그 금광촌의 주민은 단 한 명의 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한 명뿐인 여자가 아기를 낳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죽고 어린아이만 살아남았으니 광부들은 어떻게 아기를 처리할 것인가를 의논하다가, 아기를 기르기로 했습니다. 
 
우선 아기를 나무 상자 안에 누이고 때와 기름이 잔뜩 묻은 수건으로 덮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기를 재우기에는 나무 상자가 너무 더러워 140㎞나 떨어진 도시에 사람을 보내 아기 침대를 사 오게 했습니다.  
 
아기가 덮고 자는 더러운 수건도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광부들은 다시 사람을 도시로 보내 이번에는 아기가 입을 옷과 담요를 사 오게 했습니다. 
광부들은 아기가 잠자는 방의 마루를 물과 비누로 깨끗하게 청소했습니다. 
 
매일 아침 광부들은 금광에 들어가기 전에 아기를 한번 안아 보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손이 너무 더럽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비누를 사서 몸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더러운 욕도 삼가게 되었고 자라는 아기를 위해 황폐한 금광촌에 꽃도 심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변화가 한 아기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한 아기는 아무 힘도 없습니다. 
어른들에게 귀찮은 존재일 뿐입니다. 
그러나 아기를 사랑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사람들 마음에서 사랑이 샘솟아 그 사람들을 깨끗하게 만듭니다. 
사랑은 희망과 믿음의 날개를 가진 새와도 같습니다. 
아기도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과 그렇게 사랑하면 더 행복할 것이라는 희망입니다. 
이 두 날개가 없다면 사랑은 자라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 그리스도만큼 사랑받을 자격이 있으신 분이 없습니다. 
그리스도도 사랑하지 못하면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려면 그분이 먼저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믿으면 희망하게 됩니다.  
 
나를 사랑하시는 분은 모든 것을 해 주실 것인데, 내가 사랑하시는 분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니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말은 그분을 사랑하고 모든 것을 희망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마치 금광촌의 사람들처럼 마음에서 돈과 쾌락과 싸움의 마음이 사라집니다.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죄를 없애시는 방법입니다. 
 
물론 마을 사람들이 아기를 사랑하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듯이 우리도 그리스도를 사랑하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기는 먹고 싸고 우는 것밖에 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방 여인에게 모진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그분의 사랑을 믿었기 때문에 결국 딸의 악령이 사라졌습니다. 
악한 마음을 변화시키는 기적을 얻어내는 힘은 내 안에서 사랑이 솟구치게 만드는 것뿐입니다. 
 
저도 돈 많이 벌고 예쁜 여자와 결혼하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악령인 줄도 모르고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저를 사제로 쓰시겠다고 아무리 불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참 행복은 사랑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사랑해주신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를 읽었습니다. 
열 권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니 그만큼 그분을 더 잘 알고 그러면 더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을 사랑하게 되면서 제가 정화됨을 느꼈습니다. 
삼구를 자아내는 악령이 씻겨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급기야 그분을 위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도 생겨서 사제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물론 지금도 큰 죄인으로 살아가기는 하지만, 그때보다는 훨씬 죄에서 벗어난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할 수 없으면 아무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조금만 더 사랑하려고 노력합시다. 
그분을 사랑하는 마음만이 우리 마음의 악한 때를 벗겨낼 수 있습니다. 
그분은 준비가 되어 계십니다. 
이제 우리가 더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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