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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1-11 조회수 : 2357

복음: 마르코 1,14-20 
 
집착을 버리려 결심하면 그 집착이 버려질까? 
 
오늘부터 연중시기가 시작됩니다.
연중시기란 예수님께서 복음을 공적으로 전파하는 3년간의 시기를 말합니다.
예수님의 복음 선포 내용은 이것입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때가 찼다”는 말은 ‘드디어 당신이 오셨다’는 말이고,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말은 ‘참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며, “회개하라”는 말은 ‘지금까지 행복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을 버리라’는 뜻이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말은 ‘내가 죽고 그리스도로 사는 것이 참 행복임을 믿으라’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 복음 선포를 믿었던 이들이 등장하는데 바로 예수님의 첫 제자들입니다.
예수님은 그물을 던지는 시몬 베드로를 부르십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베드로는 지금까지 행복이라 여기던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섭니다.
베드로는 이제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해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삽니다.
야고보와 요한도 “아버지 제베대오와 삯꾼들을 함께 배에 버려두고” 그분을 따라나섭니다. 
 
복음을 믿는 것은 사람을 낚는 것과 하나입니다.
또한, 복음을 믿는 것은 물고기 잡는 삶을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고기 잡는 삶이란 이 세상에 집착하는 삶입니다. 단순히 말하면 돈을 좋아하는 삶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1티모 6,10)라고 말합니다.
저는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고통의 뿌리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옛날 어느 나라의 귀족이 자신의 하인에게 많은 돈을 주며 시장에서 맛이 좋고 값비싼 물고기를 사 오라고
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욕심 많은 하인은 귀족의 돈을 상당 부분 빼돌리고, 맛없는 싸구려 물고기를 몰래 사다가 들키고 말았습니다. 
 
귀족은 자신의 명을 어긴 것도 모자라 자신을 속이고 돈을 빼돌린 하인에게 크게 화가 났지만,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네가 나를 능멸했으니 벌을 내리겠다. 세 가지 벌 중 하나를 선택하라.
네가 저 싸구려 물고기를 모두 먹든지, 곤장 100대를 맞든지, 물고기 값을 물어내든지, 그중에서 하나를 택하라!” 
 
사실 귀족은 잘못한 하인이 물고기 값을 다시 돌려주고 용서를 빌면, 용서해 줄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자기 손에 들어온 돈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하인은 물고기를 모두 먹겠다고 나섰습니다.
아프지도 않고 돈도 들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인은 그 많은 물고기를 절반도 먹지 못했는데 벌써 토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나머지 물고기를 모두 먹다가는 배가 터져서 죽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결국, 하인은 물고기 먹는 것을 포기했지만 끝내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곤장을 맞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곤장도 고작 10대 정도를 맞고 나니 더 맞다가는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 또한 견딜 수 없었던 욕심3 많은 하인은 결국 물고기 값을 물어내겠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돈을 좋아하면 고통뿐입니다. 
 
어떤 스님은 “손에 든 찻잔이 뜨거우면 그냥 놓으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뜨겁다고 괴로워하면서도
잔을 놓지 않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돈 욕심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그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뭐라도 마셔야 하는데 뜨거운 차밖에 없다면 그 사람이 잔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뜨거워도 찻잔을 끝까지 들고 싶다는 말은 다른 선택이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뜨거운 것이 아닌 콜라라도 주면서 잔을 내려놓으라고 한다면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요? 
 
록펠러의 자서전에 보면 그가 55세 때 큰 회개를 하였다고 합니다.
30대에 이미 세계 최고 갑부가 되었던 록펠러는 55세 때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됩니다.
지나치게 돈 욕심이 많았던 록펠러는 그때까지 남을 위해 돈을 써 본 적이 없는 수전노 중의 수전노였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수술비가 부족하여 수술을 받지 못하는 한 여자아이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벽에 걸린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는 예수님의 말씀을 봅니다.  
 
록펠러는 처음으로 선행을 합니다.
그러자 그 여자아이는 병이 나아 긴 감사의 편지를 록펠러에게 써 보냅니다.
록펠러는 그 편지를 읽으며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행복을 체험합니다.
그 이후부터는 십일조를 꼭꼭 내고 남을 돕는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자 병이 나아 99세까지 장수합니다. 
 
돈 욕심에서 벗어나려면 돈의 욕심을 버리는 것 대신에 얻는 행복이 있어야 합니다.
길이 하나밖에 없는데 그 길을 거부한다면 아무 데도 못 갑니다.
세상에 산다면 돈 욕심이 고통인 줄 알면서도 돈 욕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 길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 길이 복음을 전하는 행복입니다.
베드로는 물고기를 잡는 대신 사람을 잡는 기쁨을 선택하였습니다. 
 
누가 돈 욕심이 있는지 알려면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보면 됩니다.
생각하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 말이기 때문에 돈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하면 돈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다른 사람이 돈 이야기하면 질색을 합니다.
이렇게 돈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돈 욕심에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돈을 싫어하기로 한다고 돈 욕심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욕심을 벗어날 다른 욕심을 찾아야 합니다. 
 
물고기 잡는 삶에 지쳐있던 베드로는 물고기 대신 사람이 물에 빠진 것을 봅니다.
그러면 베드로는 물고기 잡는 일도 좋지만, 사람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일을 하다가 물고기 잡는 일을 잊습니다.  
 
복음을 받아들인 이는 돈을 건지는 바로 그곳에 많은 영혼이 함께 허우적대는 것을 봅니다.
그러면 그들을 구하려다 보니 돈의 욕구를 잊게 되고 참 자유를 얻게 됩니다.
물론 그 일을 하면서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사람을 잡는 사람은 물고기만 잡는 사람보다 더 먹을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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