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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26 조회수 : 1426

중학생 때 어떤 선생님이 유전에 관해 이야기하시면서, 부모가 젊었을 때 낳은 아이가 늙어서 낳은 아이보다 유전적으로 더 뛰어나다고 하셨습니다. 젊었을 때의 유전자가 훨씬 건강하므로 이때 낳은 아이도 건강하다는 것이었지요. 개인의 재능을 보이는 유전자 역시 부모가 젊었을 때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조금 우울해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부모님께서 마흔 넘어서 낳은 늦둥이였기 때문입니다. 유전적으로 6남매 중에 제일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신학교에 들어가고 또 신부가 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생님의 이론이 꼭 맞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6남매 중에서 막내인 제가 제일 건강한 것 같고, 운동신경도 좋은 것 같습니다. 글도 꽤 쓴다는 소리를 듣고, 말하는 것도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습니다. 신부가 되면서 받은 성령의 은총이 아닙니다. 사실 이제까지 ‘나는 그런 유전자를 받지 못했어.’라는 생각으로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사제로 살아가면서 제 안에 숨은 유전자를 찾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집중할 것은 오로지 주님의 말씀뿐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되기를 원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 주셨습니다. 문제는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스테파노 성인의 순교를 기념합니다. 가톨릭교회의 첫 번째 순교자로서 스테파노가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가운데에서도 주님을 증거했던 이유가 무엇일까를 떠올려 봅니다. 주님께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의 훌륭한 성인으로 모든 이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분이 되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에서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영광을 얻게 되셨습니다. 


이 세상 안에 살면서 온갖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세상 안에만 머물면 그 걱정을 내려놓을 수가 없게 됩니다. 대신 주님 안에 머물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영광을 떠올리면 그 어떤 것도 이겨낼 힘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복음에서도 걱정하지 말라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시면서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온 세상에서 일어나게 되어 있는 일들에 대비하여 제자들을 준비시키셨듯이, 지금을 사는 우리 역시 준비시키십니다. 주님 안에서 참 기쁨과 행복을 얻는 데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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