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과 신앙인의 차이; 배척 아니면 포용
오늘은 성령강림 후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 부제 축일입니다.
스테파노는 왜 순교하게 된 것일까요?
바로 유다 지도자들이 믿기 싫어하는 대상을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믿음 때문에 박해도 하고, 믿음 때문에 순교도 합니다.
어떤 믿음은 서로 사랑하게 만들고 어떤 믿음은 서로 분열하게 만듭니다.
하느님을 믿으면 사랑하고 다른 것을 믿으면 미워합니다.
사실 스테파노를 죽인 이들은 정치인들이었습니다. 물론 ‘종교인’들이기도 하였습니다.
문제는 종교인이라고 해서 다 구원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종교가 참 신앙인을 박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교인이 아니라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스테파노는 신앙인이었고 그를 죽인 이들은 종교인이었습니다.
같은 종교 내에서 신앙인과 종교인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종교인은 정치인들처럼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척합니다.
하지만 신앙인은 생각이 달라도 포용합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사람을 미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부가 꼭 생각이 같아서 한집에 사는 것은 아닙니다.
의견이 달라도 그것은 믿음이 아니고 그저 생각일 뿐이기에 생각의 차이가 사람을 갈라놓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믿음이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마치 북한에서 남한을 좋아하는 사람을 가족끼리도 신고하고 가둘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정권이 곧 종교가 된 상황입니다.
생각은 의견이지만 믿음은 종교를 만듭니다.
생각으로 갈라지는 일은 없지만 믿음으로는 서로 갈라집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누군가를 배척한다면 그 사람은 그 누군가를 배척하는 종교를 믿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돈이든, 정권이든, 피부색이든, 나이든, 성이든 상관없습니다.
그 사람이 가진 생각 때문에 누군가를 차별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생각이 아니고 종교입니다.
영화 ‘리멤버 타이탄’(2001)은 1971년 미국 버지니아주의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무대로 한 실화입니다.
어느 날 ‘허문 분’이란 흑인 감독이 백인 ‘빌 요스트’가 맡은 고등학교 풋볼팀에 수석 코치로 부임합니다.
허문 분은 흑인 선수들로 구성된 다른 학교의 팀과 합쳐서 타이탄이란 풋볼팀을 지도해야 했습니다.
당시 인종차별이 심할 때였기에 백인 학생들과 코치진들은 흑인이 수석 코치가 된 것에 큰 불만을 가집니다.
백인들은 흑인 동료들에게 우린 절대로 섞일 수 없다며 엄포를 놓습니다.
실제로 분의 가족이 백인들의 공격을 당하기도 합니다.
교육 기관에서 이렇게 발령을 낸 이유는 흑인 인권운동 때문에 무언가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허문 분이 한 경기라도 지면 바로 자르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허문 분은 2주간의 전지훈련 중 흑인과 백인을 하나의 팀으로 만듭니다.
물론 처음엔 기분 나빠하던 코치 빌 요스트도 분 코치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그의 방식에 조금씩 따르기 시작합니다.
그가 새벽 3시부터 지옥 훈련을 시키며 아침에 게티즈버그라는 곳에 다다라 이 선수들에게 하는 말을 들어봅시다.
“여긴 게티즈버그다.
게티스버그 전투가 일어났던 곳이다.
바로 이 장소에서 5만 명의 병사들이 죽어갔다. 이 푸른 초원이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때 그들이 했던 싸움을 지금 우리 안에서도 하고 있다. 그들 영혼의 소리를 들어봐라. ‘증오가 우리 가족을 망쳤습니다.
난 원한을 품고 내 형제를 죽였습니다.’ 이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자.
이 숭고한 땅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이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우리 역시 망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서로를 인정하는 법만 배운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사나이다운 시합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이 증오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생각만으로는 미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증오는 믿음에서 생기는 것이고, 이미 증오하고 있다면 사랑이 아닌 다른 종교를 섬기고 있는 것입니다.
믿는 것이 종교가 됩니다.
어쩌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과 백인이 반반씩 합쳐진 첫 팀으로 구성된 타이탄은 그 해 13승 0패로 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립니다.
타이탄은 그리스 신화에 신들에 대항한 지상의 거인들이었습니다.
타이탄이란 제목은 풋볼이 아닌 각자가 쌓아 올린 인종 종교 신념에 저항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분 코치는 신앙인이었습니다.
그가 무슨 종교를 신봉하든 상관없습니다.
그는 인종차별이 없었습니다.
오직 그들을 하나로 모으고 싶은 마음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신앙이 된 것입니다.
신앙은 사랑을 믿는 종교입니다.
사이비만 사이비가 아닙니다.
나를 타인과 분열시키는 무엇이 내 안에 있다면 나도 그것을 섬기는 사이비 종교인입니다.
스테파노 성인은 오늘 이런 종교 숭배자들에게 순교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하는 것은 정치를 종교로 신봉하는 모습입니다.
정치적 의견이 믿음이 되면 그 사람은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치인이 됩니다.
나와 다른 정치성향을 보이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대하는지 바라봐야 합니다.
그 사람을 혐오하고 배척한다면 나는 정치를 신봉하는 사람이지 사랑을 섬기는 참 신앙인은 아닙니다.
정치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자기 생각대로 투표하고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것은 국민의 의무요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믿음이 되어 다른 이들을 배척한다면 정치를 종교로 신봉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도 누군가를 스테파노와 같은 순교자로 만들고 있을 것입니다.
정치는 하되, 정치인은 되지 마십시오.
믿을 분은 하느님 한 분밖에 안 계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은 생각이 다르다고 타인을 배척하는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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