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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26 조회수 : 1343

충만한 성령 안에 살아간다면 그 어떤 환난과 시련 앞에서도 활짝 웃을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교회 전례는 성탄 대축일을 성대하게 경축한 바로 다음 날 인정사정없이 날아오는 큼지막한 돌들에 맞아 참혹하게 순교한 스테파노 성인의 축일을 기념합니다. 

 

성탄 바로 다음날 끔찍한 죽음! 이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탄생과 죽음,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사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입니다. 

탄생도 큰 가치가 있지만 죽음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탄생은 이미 죽음을 포함하고 있으며, 죽음을 통해 또 다른 탄생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스테파노의 죽음은 어찌 그리도 예수님의 죽음과 흡사한지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전승에 따르면 스테파노는 현재 예루살렘 동쪽 성벽의 북쪽 끝에 있는 성문 밖에서 순교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 성문은 스테파노 성문이라고 불렸습니다. 

 

스테파노는 신성모독이란 죄명으로 성문 밖으로 끌려 나가 돌에 맞아 죽는 형벌을 당합니다. 

굵직굵직한 돌들을 고스란히 맞으며 죽어가던 스테파노는 십자가상 예수님과 유사한 모습을 보입니다. 

 

무지막지한 적대자들은 무죄한 어린양이신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한 것도 모자라 극심한 고통 중에 신음 중이던 예수님을 조롱하고 모욕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해도 해도 너무한 그들을 위해 이렇게 기도합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스테파노 역시 사람들이 들고 있던 돌을 하나하나 던질 때 마다 피하지 않았습니다. 

던지는 족족 고스란히 온 몸으로 돌을 맞으며 죽어가던 스테파노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사도행전 7장 59절) 

 

스테파노가 고발당한 이유, 다시 말해서 신성모독죄에 걸린 이유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적대자들 앞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당당하고 의연하게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조리 있게 표현했습니다. 

그 유명한 설교, 길고도 논리정연한 스테파노의 설교는 사도행전에 잘 소개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사도행전 7장 56절) 

 

스테파노는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자 하느님의 아들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예수님께 대한 확고한 신앙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예수님만이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길이라는 진리도 확실히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죽음이나 권세, 적대자들의 횡포 앞에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그리고 당당히 맞설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그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굳건한 하느님의 지성소, 자신만의 감실을 마련했던 스테파노였기에 언제나 성령으로 충만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 안에 충만히 현존하면서 활동하신 성령의 은총에 힘입어 스테파노는 언제나 하느님 아버지를 눈앞에 뵙는 듯이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충만한 성령의 활동 속에 살아간다면 스테파노처럼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성령 안에 살아간다면 그 어떤 환난과 시련 앞에서도 활짝 웃을 수 있습니다. 

성령의 인도 아래 살아간다면 매사에 감사하며, 모든 것을 은총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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