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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25 조회수 : 1570

코로나 백신처럼 오시는 예수님 

 

오늘은 주님 성탄 대축일입니다. 

예수 부활 대축일과 마찬가지로 많은 본당에서 대축일 미사가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로 행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되니까 주님께서 이런 상황을 허락하셨을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은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태어나시기보다 ‘우리 마음’에 태어나십니다. 

우리 각자는 예수님을 모신 작은 마구간입니다.  

 

이런 의미로 ‘미사’는 사실 매번 드릴 때마다 예수님의 성탄과 부활 대축일이 반복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옷을 입고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것이나, 그 예수님께서 밀떡의 옷을 입고 우리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나 본질적으론 다를 게 없습니다. 

매 미사가 성탄이 되지 못하면 성탄 미사도 그 사람에게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태어나신 것이나, 성체로 우리 안에 들어오시는 것이 우리에게 도대체 왜 기쁜 일이 되는 것일까요? 요즘 같아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가장 기쁜 소식일 것입니다. 주식이 폭등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기쁜 소식인 이유는 우리가 모두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죄의 바이러스에 두려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죄를 없애는 백신으로 오신 그리스도께서 오히려 코로나 백신 보다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서울까요, 죄 바이러스가 더 무서울까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자칫 우리 생명을 잃게 만들 수 있지만, 죄의 바이러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도 아주 가끔은 존재합니다. 

호주에 사는 세 아이는 부모가 코로나에 걸렸지만 멀쩡했습니다. 

막내딸은 부모와 함께 같은 침대에서 잤지만, 전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자칫 우리도 죄의 바이러스에 이처럼 면역력을 지니고 태어났다거나 걸렸어도 우리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죄의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파력이 강력하고 걸렸다면 자가 치료가 절대 불가능합니다. 

이것을 모르니 백신으로 오신 예수님을 모시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은 백육십팔만 명입니다. 

그런데 ‘아돌프 히틀러’ 때문에 사망한 유태인 수만 육백만 명입니다. 

또 그가 일으킨 전쟁으로 죽은 사람은 그 열 배인 육천만 명입니다. 

과연 어떤 바이러스가 더 위험할까요? 당연히 죄의 바이러스가 더 위험합니다. 

 

히틀러가 죄 바이러스의 최초 보균자는 아닙니다. 죄는 우리 안에 있고 끊임없이 생성됩니다. 

누구도 그 죄의 바이러스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원죄입니다. 

물론 히틀러의 집은 그 원죄의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그런 죄의 바이러스로 가득 찬 가정에서 자라나 히틀러가 더 완전한 죄의 보균자가 된 것입니다. 

 

히틀러에게 죄를 더 감염시킨 장본인은 아버지였습니다. 

어머니는 매우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였습니다. 

그러나 폭력적인 남편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한 여인이었습니다. 

히틀러의 아버지 알로이스는 밖에서는 유능한 공무원이었고 집안에서는 매우 폭력적인 남편이요 아버지였습니다.  

 

알로이스는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를 여의고 삼촌 밑에서 자란 고아였습니다. 

누구도 그의 자아에서 솟아나는 바이러스를 잡아줄 백신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아의 열등감을 세상 명예와 돈과 쾌락으로 극복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폭력으로 모조리 제거하고 싶어 하였습니다. 

 

죄의 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은 그 죄의 바이러스가 우리 각자 안에서 솟아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아에서 솟아나는 재물에 대한 욕심과 성욕, 그리고 명예나 권력욕 등입니다. 

사탄이 똑똑한 이유는 이것들의 위험성을 사람들이 모르게 하고 오히려 이 바이러스에 취해 살아도 된다고 믿게 만든 것입니다.  

 

히틀러도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결국 아버지처럼 자아에게서 솟아나는 죄의 바이러스를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렇다면 죄의 바이러스를 죽이는 백신은 무엇일까요? 이 백신은 2차에 걸쳐 접종해야 합니다. 

1차 접종은 이 세상의 부모로부터 받아야 하고, 2차 접종은 하느님의 부모로 받아야 합니다. 

부모가 주는 사랑이 죄 바이러스를 죽이는 백신입니다. 

 

히틀러는 1차 접종에 실패하였고, 그러니 2차 접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통제되지 않는 죄의 바이러스는 온 독일을 물들였습니다. 

좋은 부모에게서 자라 자아를 통제할 줄 알았던 독일인들도 히틀러의 엄청난 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부모가 있어도, 그리스도를 믿어도 그들은 학살과 전쟁의 공범이 되었습니다. 

물론 몇 안 되는 1차,2차 접종을 모두 한 사람들만 이 물결에 저항할 수 있었습니다. 

 

히틀러는 본인이 성공한 줄 알았습니다. 

교만이 극에 달해 있어서 독일 총통까지 오른 것은 엄청난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본인이 그런 착각에 빠져있으니 1차 접종의 중요성을 알 리가 만무했습니다. 

그는 순수한 아리아인의 피만 남겨야 한다고 말하며 아기 생산 공장도 만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어머니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독일 남자나 여자라면 그 공장에 들어가 아기를 만들고 낳으면 그냥 나라에서 키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히틀러의 선전용으로 쓰였습니다. 

그들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완전한 히틀러의 바이러스 안에서 자란 아이들입니다. 

1차 접종부터 거부당한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부모님의 사랑 안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이 주시는 그 사랑이 바로 1차 접종입니다. 

1차 접종으로 세속-육신-마귀의 바이러스가 활개를 치지 못하게 자랍니다. 

그러나 비록 그렇지 못한 부모에게서 자랐더라도 일단 인간으로 성장했다면 1차 접종은 어떤 형태로든 맞은 것입니다. 

그리고 2차 접종 없이 1차 접종만으로는 어른으로 성장하여 솟아나는 바이러스를 잡을 수는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이 2차 접종입니다. 

 

그런데 이 2차 접종은 개인의 자유의사가 매우 존중됩니다. 

1차 접종 때 사랑의 필요성을 깨달은 사람만이 2차 접종을 받아들입니다. 

사랑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맞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맞지 않습니다. 

 

오늘 성탄 때 이 접종을 한 사람들은 목동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천사들을 시켜 이들에게 가장 완전한 죄의 백신인 거룩한 하느님 사랑의 총체인 그리스도의 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몸을 먹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스도는 성체이십니다. 

성체는 하늘의 아버지, 하늘의 어머니의 사랑 백신입니다.  

 

이 사랑을 맞으면 더는 세속-육신-마귀의 바이러스가 힘을 쓰지 못합니다. 

하느님 자녀라는 ‘믿음’의 항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자녀가 어떻게 돈에 집착할 수 있고, 육체의 쾌락을 좇으며, 남의 험담을 하고 사람을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그런 욕구나 행위가 나와도 바로 고해성사를 통해 이전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죄의 바이러스를 이기며 살게 됩니다. 

그리고 이 2차 접종은 계속되는 성체성사를 거행하며 반복됩니다. 

 

부모에게서 사랑이 아닌 무관심이나 폭력이 온다면 자녀는 자신 안에서 솟아나는 바이러스에 지배당하여 히틀러나 혹은 그와 비슷하게 이웃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가게 됩니다. 

 

부모의 사랑으로 하느님 사랑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면 구유 위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은 

코로나 백신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귀한 영원한 생명의 백신으로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성체를 영하며 기쁨으로 주님을 찬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 기쁨을 되새기라고 잠시 이번엔 언제든 받을 수 있는 2차 백신 접종의 기쁨을 미루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쁨으로 성체를 영하면 그날이 참 성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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