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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2-02 조회수 : 1366

12월2일 [대림 제1주간 수요일] 
 
복음: 마태오 15,29-37
기적의 시작: 한 번에 안 되면 하나씩이라도 
 
오늘 복음은 빵 7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였는데도 남은 빵이 7 바구니에 가득 찼다는 내용입니다.
나누면 부족해져야 당연하지만 나누고 났더니 가졌던 것보다 훨씬 더 많아진 상황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풍족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만약 오늘 복음 말씀이 맞는다면 더 많은 이들을 먹이려는 마음이 있으면 더 많은 것이 남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누면 가난해진다는 믿음이 강해서 좀처럼 가진 모든 것을 나눌 줄은 모릅니다. 
 
그러면 이 기적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자들처럼 우리는 그런 기적을 할 믿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겸손해지면 되는 것일까요?
예수님은 우리도 그러한 기적을 할 수 있기를 바라십니다. 
 
여기에 비밀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빵 7개와 물고기 몇 마리를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십니다.
수많은 군중이 모여있는데 그 적은 양의 음식을 들고 어떻게 감사를 드리실 수 있으셨을까요?
아마도 예수님의 이러한 마음을 깨닫는 것이 오천 명을 먹이는 기적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 것입니다. 
 
인천 ‘민들레국수집’의 서영남 베드로 대표는 코로나로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는 지금은 250인분의 도시락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모든 운영은 자발적인 기부로 이루어집니다.
서영남 베드로 대표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벌려놓기만 했지 정작 예산이라든가 인력이라든가 신경을 하나도 안 썼거든요.
왜냐하면, 하느님이 다 알아서 해주시겠거니 했는데,
하느님이 걱정하시기 전에 주변에 착한 분들이 먼저 더 걱정해주시고 십시일반 도와주시고 하니까 넘치지는 않지만 모자라지 않게 우리 손님들에게 나눠드릴 수 있고 그렇습니다.” 
 
서영남 대표는 수도회에 들어갔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다시 사회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수중에 가진 돈은 30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2003년 국숫집을 만들어 식탁 하나에 간이 의자 6개를 놓고 나눔을 시작했습니다. 
 
17년이 지난 지금은 하루에 4~500명의 노숙자, 도시 빈민들에게 무료 음식을 제공합니다.
현재 ‘민들레국수집’, ‘민들레 꿈 공부방’,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 ‘민들레희망지원센터’,
‘노인분들을 위한 무료 국수집’ 등의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옷가지들도 나누어주고 매 월요일엔 모든 노숙인에게 식사와 함께 적게나마 용돈도 줍니다.
더 나아가 민들레국수집의 나눔은 현재 필리핀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영남 대표는 쉬는 날이면 교도소를 찾아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영치금도 넣어주는 선행을 베풉니다. 
 
그는 말합니다.
“벌써 17년이 흘렀는데 매일매일 고마운 사람을 만나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그의 기적은 300만 원에 실망하지 않고 적게나마 가난한 사람과 식탁 하나 놓고 국수 한 그릇 나누고 싶은 작은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으로 함께 나눌 소수의 몇 명을 보았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그 적은 돈에도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배고픈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그들에게 음식을 배불리 먹이고 싶다는 예수님의 말에 제자들은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이 광야에서 이렇게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일 만한 빵을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이들은 수많은 군중을 바라보았습니다.
한사람만이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보다는 ‘수많은 사람을 어떻게 다 먹일까?’만 고민하였습니다.
그렇게는 어떤 기적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 능력으로 감사하며 나눌 수 있는 사람만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래서 빵 7개를 드시고 감사기도를 드리실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안나의 집’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는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매일 체험한다고 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예수님은 5천 명을 먹이라고 제자들에게 명하셨습니다.
저희가 하루 7백여 명씩 일주일 음식을 나누면 5천 명이 됩니다.” 
 
김하종 신부는 이렇게 가면 하루에도 5천 명도 먹일 날이 올 것입니다.
처음엔 5명이라도 먹이려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을 것입니다.
큰 기적을 할 용기가 없으면 5천분의 1이라도 하려고 노력해봅시다.
그렇게 5천일이 지나면 5천 명을 먹이는 기적을 일으킨 것입니다.  
 
한 명에 대한 사랑이 기적임을 인정할 때 5천 명에 대한 사랑의 기적도 가능해집니다.
1명을 먹이는 기적을 할 수 있다면 5천 명을 먹이는 기적도 멀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한 명과 감사히 나눌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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