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8일 [연중 제34주간 토요일]
복음: 루카 21,34-36
기도하지 않는 하루는 몽유병 환자의 밤과 같습니다
오늘은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이고 또 복음 말씀은 심판에 대한 마지막 조언입니다.
마지막 조언은 역시 ‘기도’입니다.
예수님은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이 마음을 짓눌러 마지막 때가 덫처럼 갑자기 덮쳐도 알아볼 수 없게 된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런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기도입니다.
기도하는 시간이 깨어있는 시간입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인데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면 자기 자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되고 그러면 세상에 휩쓸려 소경이 되어 죽어도 죽는 줄 모르고 살게 됩니다.
그런데도 기도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면 아직 진정한 신앙은 시작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기도에 관한 좋은 책이 있는데 『천로역정』(天路歷程, The Pilgrim’s Progress)입니다.
크리스천이란 사람이 한 책을 발견하는데 아내와 자녀들이 사는 자신의 도시가 불로 멸망하게 될 것이란 예언이 쓰여 있습니다.
그 책을 너무 믿어버린 나머지 모든 사람과 가족에게까지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힙니다.
하지만 등에 보이지 않는 짐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집니다.
크리스천은 가족을 떠나, 아니 가족을 구원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 등짐의 무게를 덜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두려움과 의심, 재물과 교만함 등의 유혹을 모두 물리치고 천국의 성까지 가는 여정을 담은 책입니다.
신앙인의 삶을 우화적으로 그려낸 책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기도’입니다.
구원의 길에서 여러 갈래의 오류로 빠지려 할 때 기도를 하면 목자나 도움을 주는 이들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다시 올바른 길로 되돌려놓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항상 ‘좁은 길’입니다.
알면서도 잊어버리는 이 ‘좁은 길’은 오늘 복음 말씀의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과 반대의 길입니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이 가는 길과 반대이고, 자신이 원하는 길과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믿음과 희망으로 크리스천은 무거운 짐을 벗고 그리스도의 피로 하늘나라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책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고도 말하는 만큼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이 읽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은 17세기 존 번연이란 선교사에 의해 쓰였습니다.
영국에서 신앙의 자유가 제한되었던 때, 나라의 허락을 받지 않고 설교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한 젊은이가 존 번연입니다.
무려 12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하던 중 그의 사랑하는 아내 메리가 죽었습니다.
소경이었기 때문에 거지로 살던 아내가 죽자 세 자녀는 스스로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고아의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런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는 이와 같은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느님, 너무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주님을 위해서 제가 할 일이 남아 있을까요?
만약 제가 해야 할 그 일을 볼 수만 있다면 저는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이때 주님은 그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넣어주셨습니다.
“너는 글을 써라. 나는 너에게 글을 쓰는 달란트를 주었단다.”
주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던 그에게 환상이 보였습니다.
주님의 나라를 향해 걸어가는 한 사람이 보였습니다.
감옥에 갇혔던 그 사람,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존 번연은 좁은 감옥 안에서 자기 자신의 신앙의 길을 책으로 엮어 수많은 영혼의 길잡이가 되는 『천로역정』을 쓰게 된 것입니다.
어떤 분이 자신은 죄를 짓지 않기로 ‘절대 결심’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분이 잘 안 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마치 결심만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죄를 짓지 않을 만큼 기도하기로 결심했습니다”가 기도의 힘을 믿는 신앙인의 말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목적을 이룰 가능성이 큽니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처음으로 한 일이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낙태를 찬성하기도 하여 사제가 성체를 주지 않은 적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기도할 줄 알기에 그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어도 ‘트럼프 때보다는 좀 나은 미국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길을 잃습니다.
기도는 그 사람의 신앙을 판별하는 유일한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기도하고 있는지, 없는지는 세속-육신-마귀에게 얼마나 사로잡혀 있는지로 판별이 됩니다.
자신과 세상의 욕망을 따르는 길은 넓고 편합니다.
그러나 기도하면 좁은 길로 가라고 안내를 받습니다.
절제의 삶을 살 수밖에 없고 선교의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됩니다.
기도를 통해 내려오는 성령의 불이 태우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통해 자아와 싸우지 않는 사람과 신앙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몽유병 환자처럼 세상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내일부터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됩니다.
내년의 목표를 정하지 않았고 단 하나만 정하고 싶다면, 기도의 목표를 꼭 정하도록 하십시오.
매일 아침 30분이나 1시간은 기도하는 시간을 꼭 정하고 죽어도 그 시간은 지키겠다고 다짐하십시오.
그것이 내년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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