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7일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복음: 루카 21,29-33
세상과 싸워 이긴 멘토가 필요한 이유
오늘도 심판에 관한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든, 세상적으로든 심판은 오고야 맙니다.
그리고 깨어있기만 한다면 심판의 시간이 도둑처럼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무에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아는 것처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펴보면 세상이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세상 종말이 아주 임박해있지는 않을지라도 ‘꽤 가까이 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그 표징을 깨닫지 못하고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우리가 시대의 표징을 읽을 수 없는 이유는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른 것이란 바로 ‘세상의 믿음’입니다.
세상의 믿음은 ‘교회의 믿음’과 대비되는 것으로 사탄의 무리가 형성하여 놓은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믿는 어떤 것입니다.
공부를 잘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인기가 많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등의 거짓 믿음을 말합니다.
이런 믿음에 휘둘려 정신없이 살다가는 종말의 그 엄청난 표징들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잃게 됩니다.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 11살 꼬마 천재 화가 ‘박리엔’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리엔이는 한 번도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고 합니다.
5살 때 아침에 일어나 서리가 껴 있는 창문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나면 종이컵 같은 데다 바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종이컵 그림은 지나가시던 분이 10만 원에 사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리엔이는 자연을 관찰하고 무엇을 표현해야 할지 생각이 꽉 차게 되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그림을 그린다고 합니다.
제가 복음 묵상을 쓰는 방법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것을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고, 리엔이의 그림은 어떤 화가의 책에 실리기도 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리엔이의 그림을 보고 갖고 싶은 작품이라며 놀라워했습니다.
그런데 리엔이는 학교의 미술 시간이 가장 어렵습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좀처럼 그림을 그리지 못합니다.
그림 주제가 정해지면 머리가 하얗게 됩니다.
선생님은 ‘가을’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라고 했고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생각한 것을 그립니다.
그러나 리엔이는 교실 안에서 가을에 관한 관찰과 사색,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리엔이는 경쟁도 싫어합니다.
경쟁하게 되면 잘 그려야 한다고 의식해야 해서 그림을 그리는 행복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부담감에 앞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리엔이는 지금 교육의 문제점을 제대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만약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부모가 이 시스템 안으로 집어넣으면 리엔이의 천재성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예화가 떠오릅니다.
거북이와 오리와 캥거루가 함께 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치타였습니다.
거북이는 잠수를 잘하고 오리는 수영을 캥거루는 높이뛰기를 잘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빨리 달리기가 가장 중요하니까 달리기를 먼저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거북이는 손과 발이 다 갈라지면서까지 연습을 했지만 빨리 달릴 수가 없었고 무능력한 열등아로 평가되었습니다.
오리는 날개를 사용하지 못하여 날지도 못하게 되었고 다리 근육이 붙어 조금 빨리 뛸 수 있게 되었으나 물갈퀴가 찢어져 수영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노력하는 학생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캥거루는 높이 뛰지 못하고 달리는 것만을 강요받았기 때문에 높이 뛰면서 달리면 더 빠르다는 것을 잊고 뒤뚱뒤뚱 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등생으로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좀 비관적이긴 하지만 저는 이 예화가 우리 교육 시스템을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팀은 리엔이에게 ‘멘토’를 만들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전 홍익대 미술대학원장인 김태호 화백을 소개해줍니다.
김태호 화백을 만난 리엔이는 그림으로 마음껏 소통합니다.
그리고 학교나 학원에서는 그림을 좀처럼 그릴 수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김 화백은 ‘남과의 경쟁은 무의미한 소비’라고 말합니다.
“그런 공모전, 사생 대화나 이런 거 안 해도 충분히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으니까 싫으면 굳이 할 필요 없어.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것은 대가의 작가적인 세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을 원해.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것은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좋은 그림을 요구하는 거지. 잘 그린 거하고 좋은 작품하고는 달라요.
리엔이는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내가 하고 싶은 거,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그런 독특한 기법을 개발해나가면 돼.” 리엔이는 이 가르침에 확신과 힘을 얻고 지금처럼 꾸준히 그리겠다고 말합니다.
세상에서도 세상을 거슬러 성공한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만이 이런 천재에게 도움을 주는 멘토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세상을 이겼다고 말씀하신 분이 계십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분은 세상의 믿음을 거스르는 믿음을 교회에 심어주셨습니다.
경쟁하지 말고 주님을 찬미하며 서로 사랑하고 나누고 자녀를 많이 낳고 자연을 보호하라 하십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평범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주님 말씀을 따라 세상의 믿음을 거스르며 살아야 할까요?
세상의 믿음을 거스를 수 있는 이런 스승을 얻게 되었을 때 내가 행복해지고 행복하면 세상의 이런 흐름이 표징으로 보이게 됩니다.
행복하면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고 놀라고 주님을 찬미하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계절이 가는지 날짜가 가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게 됩니다.
내가 세상을 거스를 때 진정한 창조의 행복 안에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행복할 때 표징을 명확히 보게 되고 마지막도 잘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리엔이가 김태호 화백을 만나 힘을 얻은 것처럼
우리는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 힘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자유로움과 행복으로 눈이 열려 시대의 표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야 세상에 속지 않고 세상을 이기고 즐기고 어떠한 환란에도 준비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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