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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1-26 조회수 : 1093

11월26일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복음: 루카 21,20-28 
 
주위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다면? 
 
요즘 복음은 계속 무서운 종말에 관해 말합니다.
성전의 파괴에서 시작된 복음은 이제 예루살렘 파괴로 넘어와 이스라엘의 멸망, 그리고 온 세상의 멸망으로 그 이야기가 확대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바로 우리 각자의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이 포위된 것을 보면 예루살렘에 있는 사람들은 그곳을 빠져나가고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려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사실 도시는 죄가 많은 곳을 상징합니다.
코로나도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발생률이 높습니다.
이상하게 재앙과 죄는 실과 바늘처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우리가 세상을 거슬러야 함을 알면서도, 그 세상의 사람들을 구원해야 함을 알면서도,
그 속에 머물며 그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 경우를 봅니다.  
 
요즘 혜민 스님의 뉴스가 많이 나오는데, 어쩌면 나오는 뉴스대로라면 그분은 세상을 구하려다가 세상에 조금은 발이 묶여버린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이 그렇게 추락하더라도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은 하늘에 사십니다.
우리 구원은 하늘에 있지 추락하는 곳에 있지 않습니다.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항상 세상을 거슬러야 하는 것이 우리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허리와 머리를 숙이게 된다면 짐승의 자세가 되고 세상 사람들의 자세가 됩니다. 
 
세상은 마치 가라앉는 배처럼 아래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래만 바라보면 위에서 오는 구조의 손길을 볼 수 없습니다.
세상이, 내 주위의 많은 사람이 아래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떤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구원이 오는 방향을 잊으면 안 됩니다.
절망은 지옥의 문입니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2009)는 엄청난 크기의 몸을 지닌, 그래서 빅 마이클이라 불린 흑인 고등학생 이야기입니다.  
 
이 아이는 아주 안 좋은 가정에서 자라 지능지수(IQ)가 80에 불과합니다.
도저히 일반 고등학교에서 공부가 불가능합니다.
약물중독에 걸린 어머니 밑에서 살 수도 없어 쫓겨난 상황입니다.  
 
그는 같은 흑인 친구의 아빠가 받아주어 그 집에서 살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과 빅 마이클을 고등학교 풋볼팀에 넣어달라고 코치에게 부탁합니다.
코치는 마이클의 엄청난 신체조건을 보고 교장 선생님을 설득하여 IQ 80짜리를 고등학교에 입학시키고 자신의 풋볼팀에 입단시킵니다.
그러나 몸은 좋지만, 말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친구의 아버지 집에 머무는 마이클은 아래층에서 부부싸움 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내가 더는 그 덩치 큰 아이를 책임질 수 없다고 소리 지르는 것입니다.
마이클은 짐을 싸서 어머니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월세가 밀려 마이클에게 알리지도 않고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옷도 한 벌 없는 마이클은 비를 맞으며 학교 체육관에서 잠을 자려고 길을 걷습니다.
추운데 반소매 셔츠 하나만 입고 비를 맞으며 걷는 마이클을 본 ‘리 앤’이라는 여성은 자신의 자녀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마이클을 집에 데려옵니다.
그리고 침대를 주며 씻고 잠을 자라고 합니다.
마이클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침대에서 잠을 청합니다. 
 
마이클은 학교에서 뭐든지 꼴찌입니다.
그런데 하나, ‘보호 본능’만은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리 앤과 그 가족들은 마이클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가족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마이클도 그들을 믿고 가족으로 여깁니다.  
 
리 앤은 마이클에게 함께 뛰는 자기편 선수들을 가족처럼 여기라고 합니다.
그래야 보호 본능이 발동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클은 이 말을 알아듣고 자신의 편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뜁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마무리를 지을 무렵 많은 대학에서 그를 스카우트하려 하고 결국 그는 엄청난 스타로 발돋움합니다.
그는 수백억 원의 몸값을 받는 프로미식축구 슈퍼스타 중 하나인 ‘마이클 오어’이고 이 모든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마이클 오어는 모든 것이 아래로 추락하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약물중독 어머니에게서 지적장애를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집도 없었고 침대에서 자 본 적도 없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맞아주었지만, 그 집에서마저 쫓겨나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습니다.
비가 오는 추운 날 반소매 셔츠 하나 입고 추위에 떨며 학교 체육관에서 잠자기 위해 길거리를 헤맸어도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맞아준 부잣집 가정의 따듯함도 어색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떨어지는 것들을 본 것이 아니라 그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허리를 펴고 위를 보았습니다.
그러니 도움의 손길이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 세상을 사랑한다며, 사람을 사랑한다며 그들에게서 분리되지 못하고 그들과 함께 추락합니다.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남편이 자녀를 남겨두고 그 자리에서 자신도 뛰어내려 자살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만 보면 현기증이 나서 자신도 떨어집니다.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추락하는 세상에서 현기증을 일으키지 않고 위에서 오는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십니다.
이것을 믿는 사람은 추락하는 세상 속에서도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듭니다.
그리고 언제쯤 도움이 올지만을 절망하지 않고 기다립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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