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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1-25 조회수 : 1302

11월25일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복음: 루카 21,12-19 
 
내가 말실수를 자주 한다면? 
 
마지막 때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세상의 박해는 더욱 거세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악의 세력이 세상을 더욱 강력하게 지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오히려 이때가 당신을 증언할 기회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할 것인지는 미리부터 준비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미리부터 할 말을 준비한다는 것은 주님께 완전히 자신을 내어 맡기지 못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언변과 지혜는 주님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나의 힘으로 준비해서 잘 말하는 것은 그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주님을 증언하고 사람을 변화시킬 강력하고 지혜로운 말은 잘 준비되어서가 아니라 두려움 없이 솔직해서 주님께서 주시는 언변입니다. 
 
J. D. 슈람은 스탠퍼드 경영대 교수입니다.
그는 테드(TED) 강의에 나와 자신의 경험에 대해 4분 동안 강의했고 그 강의는 수많은 사람을 자살에서 구하는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의 강연 제목은 ‘자살 생존자를 위한 침묵 깨기’입니다.  
 
그는 두려움으로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경험을 강연에서 했고 그 강연으로 힘을 얻어 다시 살기로 했다는 사연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가 39세 때 당시 뉴욕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는 자살 시도를 합니다. 원인은 2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거의 확실시 되었던 한 교육 관련 회사의 사장 자리를 거부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예상한 것만큼 연봉을 받을 수 없었고 뉴욕으로 오며 산 주택 대출금을 갚을 수 없어 집이 압류되기 직전인 상황까지 되었습니다.  
 
그는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술과 마약에 손을 대었고
그것 때문에 돈은 더 빠르게 탕진되었습니다. 
 
암울하기만 한 자신의 미래를 비관한 슈람 교수는 2003년 6월 11일 뉴욕의 맨해튼 다리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페리 승객이 표류하고 있는 슈람 교수를 발견한 것입니다.
오른팔은 크게 손상되어 치골이 모두 부러져 있었고, 폐는 납작해져 반쯤 죽은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 23일간 입원하여 외상 등을 치료한 다음, 알코올과 약물 의존증 재활 센터에서 28일간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요양센터에서 한 달간 머물며 정신 건강을 회복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5개월 동안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났을 때 뉴욕대에서는 건강만 괜찮다면 계속 강의를 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어디 갔다가 왔느냐고 물어보지 않아 자신의 자살 시도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뉴욕의 집을 팔고 시골의 작은 집으로 이사하여 1시간 이상 출퇴근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걱정이 없으니 마음이 편했고 학교의 강의는 인기가 높아졌으며 학교도 5년간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친구가 자살합니다.
자신에게 그런 경험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함께 아파해 주었다면 자살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대중들에게 알리기로 합니다.
동성애자이고 술과 약물 중독자이며 자살 미수자인 자신을 학교에서 계속 받아줄 것 같지 않았고, 학생들도 자신을 정상적인 눈으로 보아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순간만 넘기면 훨씬 나은 세상이 기다린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낸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살 직전에 그의 동영상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습니다.
누가 좀 도와달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그는 자살했습니다.  
 
그런 슬픈 사연 외에는 많은 이들이 그의 강연을 듣고 다시 생각하게 되어 자살을 면했다는 사연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예상외로 좋게 보아주었고 학생들에게도 더 인기 있는 교수가 되었습니다.
[참조: 『인간은 탐구하는 수업』, 사토 지에, 다산 북스] 
 
제가 말을 실수한 것들을 되짚어보면 대부분 어떠한 두려움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저 자신도 모르게 말해버린 것들이었습니다.
말을 잘하거나 영향력 있는 말을 하려면 먼저 이 두려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을 때 주님은 그 사람의 말을 통해 역사하실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 만난 어떤 자매님은 교리신학원 입학 면접 때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었습니다.
교수님이 두 분 앉아계셨고 5명씩 면접을 보고 있었습니다.
왜 교리신학원에 다니려 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어떤 신부님의 추천으로, 혹은 더 많은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 등 준비해 온 말들로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자매님은 신학적인 지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꾸며대고 싶지 않아서, ‘떨어지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차례가 오자 솔직하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미사를 아무리 다녀도 죄를 지어서, 왜 그런지 알아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제가 들었어도 가장 솔직하고 가장 마음에 와닿는 답변입니다.
고개만 숙이고 점수를 먹이던 두 교수님이 동시에 머리를 들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고 합니다.
물론 합격을 해서 교리신학원을 잘 다니고 있습니다. 
 
말의 힘과 지혜를 떨어뜨리는 것은 자신의 평가가 저하될 거 같다는 두려움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평가절하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솔직해질 수 있다면 지혜로운 말이 나오고 영향력 있는 말이 나옵니다.  
 
말실수는 다 두려움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두려움 없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만 가진다면 성령께서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주실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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