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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1-18 조회수 : 1121

11월18일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복음: 루카 19,11ㄴ-28 
 
​변명은 원망이다 
 

오늘 복음은 ‘미나의 비유’입니다.
주일 복음 ‘탈렌트의 비유’와 비슷합니다.  
 
주일 복음은 주인이 세 하인에게 다섯, 둘, 한 탈렌트를 맡기고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한 탈렌트를 받은 사람은 주인이 모진 사람이어서 자신에게만 덜 주었다고 하여 원망했습니다.
그러자 자신이 받은 재능을 썩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조금 더 신학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열 미나를 종 열 사람에게 나누어 준 것입니다.
한 미나는 천만 원 정도 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도 악한 종은 이렇게 변명합니다.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두려움은 사랑의 반대말입니다.
사랑하면 두렵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능력들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발휘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미 받은 것에 원망이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좋은 분이시니 이미 다 받았으니 핑계는 없다고 믿어야 합니다.
이것이 착한 종의 마음입니다. 
 
‘자이언 클라크’는 하반신 없이 태어났습니다.
어머니가 당뇨였고 감옥에서 아이를 배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보육원에 맡겼고 아이는 멸시와 학대, 절망과 우울증에서 커야만 했습니다.
그때 그의 삶을 바꿔준 한 권의 책이 있었습니다. 
 
『핑계는 없다』(No Excuse)
이 책의 저자인 ‘카일 메이나드’는 손발이 없이 태어난 레슬링 선수였습니다.
그런데도 고등학교 4학년 졸업반 때 36승을 기록하고
가장 낮은 체급에서 전국 12등을 달성해 냈습니다.  
 
자이언은 카일에게서 희망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레슬링을 하기로 합니다. 
 
미국에서 레슬링은 벽이 매우 높습니다.
초등부에서는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둬보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웃음거리였습니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레슬링부를 찾아갔는데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코치를 만나게 됩니다.
코치는 손만 가진 자이언에게 알맞은 기술과 근력 운동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첫 승리를 해보게 되었고 이는 자이언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실력 차가 너무 컸던 것입니다.
첫 2년 동안 치른 경기에서 모두 패배를 당했습니다.
보육원에서도, 동료들도 이제 그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이언 자신도 절망의 나락으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어떠한 것도 변명거리로 삼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처음의 마음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평상시 모습으로 돌아왔고 이제부터는 레슬링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훈련 시간을 남들보다 두 배로 늘렸고 주말에도 훈련하였습니다.
코치도 더는 물러날 곳이 없음을 알기에 훈련 강도를 높여 전보다 더욱 모질고 엄격하게 가르쳤습니다. 
 
3학년부터 자이언은 다시 승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어머니로부터 입양 제의를 받아 가족도 생기게 됩니다.
4학년 때는 초반 18경기를 패배 없이 승리하였습니다.  
 
레슬링의 가장 낮은 체급인 48kg보다 더 낮은 40kg의 그는 지역대표 결승전에서 안타깝게 준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우승을 못 하여 하염없이 울고 있는 그를 7년 동안 지도해 준 코치는 하늘로 들어 올리며 진정한 승리자라며 자이언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자이언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승전 직후 세 바퀴로 달리는 휄체어 레이스에 도전하였고 3개월 만에 지역대표가 됩니다.
상체의 근육이 뛰어난 그를 따라올 적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2021년 도쿄 패럴림픽을 노리며 지금도 훈련하고 있습니다. 
 
물론 레슬링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세계 최초로 휠체어 경주에서는 패럴림픽으로 일반부에서는 레슬링으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등에 “핑계는 없다”(No Excuse)라는 카일의 문구를 새기고 언젠가는 자신도 자서전을 써서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은 자신을 임금으로 삼지 않으려는 이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 더 많이 가진 이들에게 내어줍니다.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하느님을 참 임금이요, 좋으신 분이라 믿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에 원망하고 부족하다고 핑계를 대는 것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을 원망하고 모질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 되고
자신의 인생도 실패자로 남습니다. 
 
며칠 전에 한 아는 신자가 아기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그러나 잘 키워보겠다고 아이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부모 마음은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믿어주어야 합니다.
믿음을 주는 카일 메이나드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코치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도 핑계를 댈 수 없게 됩니다.  
 
하느님은 좋으신 분이라는 믿음만이 우리가 더 많은 것을 갖게 만듭니다.
그때 그분을 참으로 우리 임금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주님이 좋은 분이심을 믿기만 하면
그 믿음은 나를 통해 모든 이들에게 전해집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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