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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0-25 조회수 : 807

우리는 끊임없이 해고한다 
 
 
사랑은 모든 율법의 목적지입니다.
사랑하면 그러니 모든 율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공부를 했어도 사랑이 없다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다양한 지식이 결국은 자신을 속이게 될 것입니다. 
자기 꾀에 자기가 속는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지식의 목적은 행복이고 영원한 삶인데, 사랑을 위한 지식이 아닌 것들은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게 만들어 지식의 허세라는 수렁에 빠지게 만듭니다. 
 
겸손과 사랑이 목적이 아니라면 그 어떤 것도 배워서는 안 됩니다. 
교만만 키우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교육이 마치 히틀러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습니다. 
공부하는 것이 경쟁하여 남을 이기는 목적이 된다면 그렇게 많이 배운 사람은 그 배운 것 때문에 구원을 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학자가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때, 예수님의 대답은 명확합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 
 
사랑은 분명 경쟁이 아니라 공생입니다. 나를 죽게 하여 타인을 살리는 삶입니다. 
이 방향이 틀어지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됩니다. 우리는 관계의 중요성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참 많은 시간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영화 ‘인 디 에어’(up in the air/ 2009)는 해고 대행 회사의 베테랑 직원인 ‘라이언 빙햄’의 이야기입니다.  
 
라이언은 전국의 사람들을 만나 회사 대신 해고통보를 해주는 일을 하며 1년 365일 중 322일을 비행기에 오릅니다. 
그런 그가 원하는 유일한 것은 아메리칸 에어라인(AA)에서 천만 마일리지를 모아 7번째이자 최연소로 플래티넘 카드를 발급받고 기장에게 인사받는 것입니다. 
 
그는 해고통보를 하는 일과 별개로 강의도 하는데, 그의 강의 주제는 ‘당신의 배낭에는 무엇이 있습니까?’입니다. 
배낭에 넣는 물건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부담을 지지 않고 사는 것의 장점을 피력합니다. 
라이언은 결혼도 안 하며 어떠한 관계에도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출장을 가서 바에 들른 어느 날, 자신처럼 출장을 다니는 아름다운 여인 ‘알렉스’를 만나게 됩니다. 
서로의 출장 일정을 맞춰보고 일치할 때마다 만납니다. 
그러나 그냥 가벼운 관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이언의 회사에 ‘나탈리’라는 신입사원이 들어왔는데, 패기 넘치는 신입인 그녀는 
회사에 출장비용을 감축시키기 위해 비디오 회의를 건의합니다.  
 
그렇지만 라이언은 멀쩡히 다니던 직원을 해고하는 일은 직접 출장을 가서 면대면으로 전달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화면으로 해고를 한다는 것은 무리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 한편에는 마일리지를 거의 다 모아가는데 플래티넘 카드를 못 받을까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라이언에게 그럼 나탈리를 데리고 출장을 가서, 직접 만나서 해고하는 일의 장점을 보여주라고 합니다. 
라이언은 혹이 달리는 게 너무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 떠납니다.  
 
나탈리는 선배인 라이언이 하는 걸 지켜보기도 하고 직접 해 보기도 하지만, 자신의 말을 듣고 낙담하고 좌절하고 화를 내고 자살을 하겠다는 등의 다양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일이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탈리는 감성적이고 어쩌면 사랑이 풍부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나탈리는 자살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무시하고, 여자를 건성으로 만나며 결혼은 꿈도 꾸지 않는 해고의 달인인 선배 라이언에게 자기만 아는 아이 같다고 한바탕 퍼붓습니다. 
 
라이언은 나탈리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는 가끔 만나던 알렉스의 집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그녀는 가정이 있는 여자였습니다. 
자기가 해고하기 직전의 마음으로 만났듯, 그녀도 라이언을 그렇게 만났던 것입니다.  
 
라이언은 관계의 짐을 지려고 하다 알렉스에게 차이는 마음의 아픔을 겪습니다.
그때 천만 마일리지에 도달해 기장으로부터 플래티넘 카드를 받습니다. 
그리고 기쁘지 않으냐고, 집이 어디냐고 묻는 기장의 말에 라이언은 “여기입니다!”(up to the air)라고 말합니다.  
 
평생 자신이 쫓았던 목적을 달성했어도 한 명에게 마음을 주었다가 당한 아픔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공중누각을 지으며 살아왔음을 알게 됩니다. 
 
별거 아니었던 한 사람과의 헤어짐이 자신의 감정에 이렇게 큰 울림을 준다면, 가족과 같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얼마나 큰 행복을 줄까? 
그는 마음을 바꾸어 그동안 해왔던 짐을 내려놓으라는 강의를 때려치웁니다. 
그리고 해고 통지 때문에 자살까지 하는 그런 회사를 떠나버린 나탈리를 위해 좋은 회사에 입사할 수 있도록 정성껏 추천서를 써줍니다.  
 
또 돈이 없어서 신혼여행의 꿈은 꿀 수도 없는 자신의 매형이 될 사람과 누이를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섭니다. 
 
해고 통지를 하던 삶에서 고용하는 삶으로의 전환. 
이제 라이언은 무언가를 알아가는 느낌입니다. 
땅으로 조금씩 내려오는 느낌입니다.
사람은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실제로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가족을 제외하고는 5년 이상 친분을 유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무슨 목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일까요? 
어쩌면 끊임없이 사람을 해고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요? 
 
관계가 전부입니다. 
늦더라도 이것을 깨닫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 진리를 모르면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지식을 머리에 넣습니다. 
그것은 공중에 집을 짓는 것과 같은 삶입니다. 
왠지 공허하고 하늘에 붕 떠 있어 정착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때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히 남는 것이 가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관계입니다.
관계를 유지하려면 사랑이 필요합니다. 
그 사랑은 주님께로부터 옵니다. 
이웃을 사랑하려면 그래서 주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빈손으로 주님께 가지 맙시다. 
주님은 플래티넘 카드를 들고 왔다고 칭찬해주지 않으십니다. 
내가 만들고 간 관계를 칭찬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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