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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0-12 조회수 : 695

10월12일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복음: 루카 11,29-32 
 
요나의 표징인 그리스도의 십자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표징을 요구하는 세대를 악한 세대라고 말씀하십니다.
표징이 하나도 없었지만 남방 여왕은 솔로몬의 지혜를 배우려 그 멀리서 솔로몬을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표징이 없어서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배울 마음이 없어서 안 믿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이들에게 설사 표징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요나는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 밤낮을 머물고 난 뒤에 니네베로 가서 말씀을 선포하였습니다.
요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니네베 사람들이 다 회개를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표징을 요구하는 세대는 회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솔로몬보다 지혜로우시고 요나보다 크십니다.
솔로몬은 하느님 지혜를 발산하는 사람이었고 요나는 그 표징을 보여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솔로몬은 진리를, 요나는 은총을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늘로부터 태어난 사람이 아니면 그 은총과 진리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만약 하늘로부터 태어났다면 표징이 없어도 믿고 변화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주시는 요나의 표징은 무엇일까요?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갈라 6,14)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표징은 요나가 그랬던 것처럼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한 새로운 창조입니다.
요나는 니네베 사람들을 창조하였고 그리스도는 교회를 창조하셨습니다.
세상에 이것보다 완전한 표징은 없습니다. 
 
어떤 대학 교수의 ‘나는 꼴찌였다’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아버지는 어려운 형편에 머리도 그리 좋지 않은 나를 대구로 유학 보냈다.
나는 대구중학교에 다녔고, 석차는 68/68 등, 꼴찌였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표를 부모님께 내밀 자신이 없었다.  
 
아버지께서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대도시 중학교로 유학을 보냈는데, 꼴찌라니.
가난한 소작농이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께서는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오자, 마을 사람들이 몰려왔다.
“찬석이는 공부를 잘했더냐?”라고 물었다.
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는 어쩌다 1등을 했는가 봐.”
마을 사람들은 “자식 하나는 잘 두었어.
1등을 했으면 책거리를 해야제?”하면서 부러워했다. 
 
당시 우리 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하였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께서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집 재산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아부지~” 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곧바로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하여 그로부터 17년 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가 되던 어느 날, 아버지께 33년 전의 일을 사과하려 했다.  
 
“아버지, 저 중학교 1학년 때 1등은 사실은요…….”
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알고 있었다. 그만해라. 민우(손자)가 듣는다”라고 말씀하셨다.  
 
자식이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 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하신 부모님 마음을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교수의 글’이라고 합니다.
한 나라가 망하려면 어떠한 믿음이 사라질 때일까요?
바로 ‘자녀를 낳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임을 믿는 마음입니다.
이것이 사라지면 나라가 망하고 인류가 멸종합니다.  
 
이런 믿음이 사라진 나라로부터 자연 파괴가 더 심각하게 일어납니다.
동물들은 이 본성을 절대 잃지 않습니다.
그래서 천적이 없는 이상 동물들은 영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 믿음을 잃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더 믿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을 더 믿는 사람은 세속-육신-마귀가 더 행복이라 믿습니다.
이들은 자녀를 낳는 게 왜 행복이냐고 그 표징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새로 태어남의 행복은 자녀를 낳을 때 완성됩니다.  
 
박찬석 총장 아버지의 행복은 자신이 믿어주면
자기 아들이 훌륭하게 될 것을 믿고 가장 소중한 돼지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돼지를 잡는 것이 참 행복을 위한 유일한 길이었음을 나중에야 확인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했을 때 행복한 모습이 바로 표징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시려던 요나의 표징이 바로 그것입니다.
교회를 탄생시키려 십자가의 피 흘림을 당하셨어도
부활하여 기쁨을 누리시는 바로 그것이 표징입니다.  
 
이 표징을 두고 계속 표징을 운운하는 것은
그런 행복을 따를 마음이 없다는 것만을 증명해 줍니다. 
 
제가 사제가 된 기쁨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표징은
사제로서 또 누군가를 새로 태어나게 해 주기 위해
피 흘림으로써 얻는 기쁨과 행복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보고도 믿지 않고 표징을 요구한다면 방법이 없습니다.
자녀를 낳는 행복,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 요나의 표징입니다.
이 요나의 표징을 받아들이는 공동체만 영원히 지속될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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