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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09-29 조회수 : 672

9월29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복음: 요한 1,47-51
 
천사는 복채를 받지 않는다

 
오늘은 우리가 잘 아는 세 대천사의 축일입니다.
천사는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받아 인간을 다시 하느님께 데려가기 위해 일하는 거룩한 일꾼들입니다.
천사들의 이끎을 잘 따라가면 천국으로 갑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 천국에서 파견받은 천사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옥에서 파견된 악마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사탄의 심부름꾼으로서 우리를 천국과 반대 방향으로 이끕니다.
 
만약 우리를 이끄는 힘이 천사의 힘인지, 악마의 힘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면 우리 결말은 심각하게 끝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천사일 수 있고, 어느 정도는 마귀일 수 있습니다.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은 한 여인을 둔 두 남자의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몰리’는 갑자기 남자친구인 ‘샘’을 잃습니다.
샘은 영문도 모르고 총에 맞아 죽습니다.
하늘이 열리지만, 그는 울고 있는 연인을 두고 차마 하늘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귀신의 모습으로라도 몰리 곁에 머물려 합니다.
 
그러던 중 샘은 자신의 친구이자 직장동료인 ‘칼’이 돈 문제 때문에 킬러를 고용해 자신을 살해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몰리까지 차지하려 하는 것을 봅니다.
샘은 무언가 해야만 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심령술사인 ‘오다 매’를 찾아갑니다.
‘오다 매’는 샘의 일을 도와줍니다.
반면 샘을 죽인 킬러는 칼을 도와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주위엔 오다 매와 킬러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천사일 수 있고 악마일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히 천사나 악마가 된 사람은 거의 없기에 두 모습이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쨌든, 오다 매는 천국의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고, 킬러는 지옥의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몰리는 이 두 사람 중에 누가 천사인지, 누가 악마인지 구별하지 못합니다.
겉보기엔 감옥에 여러 번 다녀온 오다 매가 더 사기꾼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다 매를 통해 말하려는 샘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샘은 몰리가 오다 매를 받아들이게 하려고 동전을 집어 올려 그녀의 손에 쥐여줍니다.
영화에서는 오다 매가 친구가 빼돌린 4백만 달러의 돈을 기부하게 만든 일이 나옵니다.
돈을 몰리의 손에 올려준다는 것은 저 나름대로 오다 매가 돈 때문에 그녀를 찾아온 것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결말은 이 일로 몰리는 오다 매를 통해 샘을 만나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악한 무리는 죽어서 지옥으로 끌려가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천사와 악마, 천사의 일을 하는 사람과 악마의 일을 하는 사람을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점을 보러 무당을 찾아갔다고 합시다.
무당은 공짜로 굿을 해 주거나 점을 봐주는 일이 없습니다.
그의 목적은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복채를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합니다.
 
영화에서 칼과 킬러는 모두 돈에 중독된 이들이었습니다.
돈이 아니면 어떠한 행동을 할 에너지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면 오다 매는 돈이 아닌 연민의 마음으로 샘의 목소리 역할을 합니다.
끝나도 마음의 따뜻함 외에는 얻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천사는 복채를 받지 않고 악마는 복채를 챙깁니다.
이것으로 내 주위에서 천사와 악마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타나엘이 나옵니다.
그는 거짓이 없는 사람이란 칭찬을 듣습니다.
순결한 사람이고 세속, 육신, 마귀의 욕구에서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당신 위로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천사를 볼 수 있다는 말은 그 당사자도 천사의 일을 하게 됩니다.
 
오늘 세 대천사의 이름은 하느님의 천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인지 잘 보여줍니다.
먼저 미카엘 이름의 뜻은 “누가 하느님과 같은가?”입니다.
이름 뜻대로 미카엘은 사탄의 세력과 싸우는 역할을 합니다.
내가 돈, 쾌락, 교만이 아닌 청빈, 절제, 겸손의 길로 사람을 이끌고 있다면 미카엘 천사입니다.
 
가브리엘은 “하느님은 나의 힘”이란 뜻입니다.
가브리엘 대천사는 보통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성모님께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준 이가 가브리엘입니다.
 
미카엘 대천사가 사람의 마음에 하느님과 같은 분은 없다는 생각을 심어주면 가브리엘 천사는 그 하느님만 의지하며 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말씀으로 누군가에게 양식이 되어주고 또 누군가의 마음에 그리스도께서 잉태되게 하고 있다면
가브리엘 천사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치유하신다”라는 이름을 가진 라파엘 대천사도 있습니다.
토비트서에 라파엘은 토비아와 함께 여정을 하며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치유해줍니다.
누군가의 옆에서 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유해주고 부축해주는 일을 한다면 그 사람은 라파엘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세속의 집착에서 벗어난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유학을 다녀와서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여기저기서 강의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마다 강의료를 받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교구에서 공부시켜 준 것이고, 또한 하느님의 일을 하면서 그 대가로 돈을 받기는 싫었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주는데 거부할 수 있는 용기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하다 보니 강의료를 많이 주는 쪽을 조금씩 선호하게 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돈을 적게 주면 왠지 하기가 싫었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천사는 복채를 받지 않습니다.
복음을 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재물에 치우치는 욕심을 경계해야겠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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