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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9-19 조회수 : 560

좋은 땅이 되는 길; 하느님은 정의로우시다는 믿음 
 
 
몇 년 전 돌아가신 한 유명한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1등을 놓쳐본 적이 없고 서울대에 들어가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못 하는 것이 없었던 분입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을 접고 목사가 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문제는 이분이 칼뱅의 ‘예정설’에 지나치게 빠져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의 씨뿌리는 농부의 비유도 예정설을 바탕으로 해석합니다. 
 
예정설은 좋은 땅을 만들어 좋은 열매를 맺게 하는 주체는 땅이 아니라 농부이고 그 농부가 뿌리는 씨라는 것입니다.  
 
예정설은 주님께서 나쁜 땅도 구원하고 싶으면 구원하고 좋은 땅도 구원하기 싫으면 구원하지 않으신다는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길이나 돌밭에 씨가 뿌려져도 그 씨가 길을 부드럽게 만들고 돌을 깨서 좋은 땅이 되게도 하며, 
그 씨가 뿌려지지 않은 땅은 땅이 좋더라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씨가 땅을 변화시킨다고 합니다. 좀 억지가 심합니다. 
 
이분은 결국 좋은 땅이었는지, 나쁜 땅이었는지는 몰라도 우울증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인을 인간이 감히 판단할 수는 없겠으나, 어쩌면 참 좋은 땅이었음에도 잘못된 믿음으로 점점 나쁜 땅에 되어버린 사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땅을 좋게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씨의 힘에만 집중하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은 땅이 되어 더 많은 열매를 맺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이 노력해서 좋은 땅이 되면 그만큼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믿음입니다. 
하늘은 땀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입니다. 
주님은 공평한 분이시라 노력한 대로 갚아 주신다는 믿음입니다. 
농부는 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베트맨으로 유명한 ‘크리스찬 베일’은 궁핍한 가정형편 때문에 연기를 일찍 시작한 배우입니다. 
어렸을 때는 명성을 얻었지만, 청소년기는 그저 연기가 평범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의 연기가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한 이유는 그의 연기에 대한 자세의 변화 때문입니다.  
 
극사실주의 연기자로 변신하겠다는 결심입니다. 
이를 메소드(인물 몰입형) 연기라고 하는데, 극 중 인물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방법입니다. 
그는 55kg, 81kg, 100kg의 몸무게를 영화 때마다 맞춰 만들어냈습니다.  
 
싸이코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매일 싸이코처럼 살았고, 배트맨을 연기하면서는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목을 긁어댔으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하루 두 시간씩만 자며 살았습니다. 
 
물론 좀 지나친 모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혹사하는 데는 하나의 믿음이 있었습니다. 
노력한 만큼 보답이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달 동안 참치 한 캔과 사과 하나만 먹으며 체중을 55kg으로 감량했을 때, 그는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고 합니다. 
마음의 고요와 평화를 느낀 것입니다.  
 
이런 감정이입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연기 때문에 오는 결과 때문이었습니다. 
좋은 땅을 만들면 그만큼 좋은 열매가 맺힙니다. 
씨가 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땅이 열매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씨는 어디에나 뿌려집니다. 
하느님은 공평하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하느님이 공평하다는 믿음을 갖기에는 너무나도 잔인합니다. 
흙수저, 금수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하느님은 불공평해 보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하느님은 공평하십니다. 
 
뇌성마비로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 송명희 시인이 있습니다. 
그녀가 ‘나’라는 유명한 시를 쓴 이유는 주님께서 불러주셨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진 재물도 없고 능력도 없지만, 주님께서 사랑해주시니 행복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때 “공평하신 하느님”이라는 말은 좀처럼 쓸 수가 없었습니다. 
끝까지 저항하다 그 글을 썼을 때 한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가 유명해지자 미국에 사는 한 부부가 그녀를 고쳐주겠다고 찾아왔습니다. 
송명희씨는 “저는 주님께서 주신 몸에 감사합니다. 주님께서 주신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비유의 해설을 제자들에게만 해 주십니다. 
그 이유를 이사야 예언서를 반복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비유로만 말하였으니, 
‘저들이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 말씀이 선택받은 자들에게만 주님께서 깨달음을 주신다는 불공평한 말로 들리시나요? 
아닙니다. 예수님을 따름은 각자의 자유였습니다. 
하느님은 그 자유의지를 존중해주십니다. 
그래서 가리옷 유다 같은 사람도 사도로 뽑혔을 것입니다. 
당신께 더 머물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깨달음을 주시는 것입니다.  
 
노력에 합당하게 보답해 주시는 이것은 예정설과 같은 차별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노력에 합당한 보답을 주신다는 주님 정의로움에 대한 표현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앞에 나올 때 빈손으로 오지 말라고 하십니다. 
분명히 우리가 말씀을 받아들여 맺은 열매를 들고 주님 앞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나 로또처럼 요행을 바라지 맙시다. 
열매는 주님께서 결정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과 노력이 결정합니다.  
 
주님은 노력한 만큼 갚아 주시는 정의롭고 공평하신 분이십니다. 
이 믿음이 우리가 점점 더 좋은 땅이 되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땀은 결코 배신하는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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