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바꿀 수 없습니다.
오늘은 요한 세례자의 순교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헤로데 왕에게 잘못을 충언하다 목이 잘렸습니다.
한두 번 이야기하고 그만두었으면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겠지만, 워낙 성인들은 고집이 있어서 그럴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잘못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좋은 이야기를 해 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예언자직인지, 나의 욕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충고를 해 줄 때, 이것이 하느님의 뜻인지 나의 욕심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오늘 요한 세례자의 경우를 보면 예언자직은 목숨을 잃을 때까지 옳은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대부분 예언자직이 아닌 말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자녀나 남편 혹은 아내에게 어떤 것을 고치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잘 고쳐지지 않을 때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소리소리 지르다가 그래도 변하지 않을 때는 ‘내가 말을 말자!’라며 포기해버립니다.
이것은 예언자직이 아닙니다. 잔소리에 불과합니다. 나 편해지자고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불편해지면 금방 포기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언자직은 멈춤이 없이 목소리의 톤이 변하지 않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사제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한 번도 사제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제게 사제가 되라고 결코 목소리를 높이신 적은 없었습니다.
일이 년에 한 번 정도는 꾸준히 말씀하셨습니다.
오죽하면 대학 입시 시험을 보러 가는 날, 떨어지라고 미역국에 달걀 반찬을 싸 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설마 제가 대학에 떨어지기를 바라는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서야 제가 신학교에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에 그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학 다니면서도 제가 사제가 되는 것을 어머니는 끝까지 원하신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결국 25살 때 마음을 고쳐먹고 26살이 되어서야 신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기도와 잔잔하지만 지칠 줄 모르던 그 말씀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당신이 저를 바꾸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그 말 뒤에 숨은 하느님의 뜻이 더 크게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언자직은 “나는 당신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당신을 바꾸시기를 원하시고
그래서 저는 말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라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잘 바꾸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말로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주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이 믿음이 우리를 멈추게 하지 않습니다.
영국의 한 직업군인 크리스 브래니건(40)은 희소병을 앓는 하스티란 딸이 있습니다.
하스티는 성장 지연, 골격과 행동 장애 등이 나타나는 코넬리아디란지증후군(CdLS)을
진단받았습니다.
치료를 위한 기초 연구비만 40만 파운드(약 6억 2천만 원)가 듭니다.
하지만 크리스는 딸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를 만들고 25kg의 완전 군장을 하고 맨발로 1,127km에 달하는 행군을 시작합니다.
발바닥은 찢기고 곪았습니다.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유리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37일 만에 소중한 딸을 만날 수 있었고,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여 62만 파운드(약 9억 6천만 원)를 모았습니다.
크리스는 아픈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딸을 위해 1,127km를 맨발로 행군한 아빠’, 비디오 머그, 유튜브]
오늘 요한 세례자는 한 사람의 회개를 위해 자기 목숨을 바쳤습니다.
물론 실패한 듯 보이나 미래의 모든 세대 사람들에게 참 예언자직이 무엇인지 그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언자직은 잔잔한 울림입니다.
나는 할 수 없지만, 주님은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것이 예언자직입니다.
우리가 하는 말들이 잔소리가 아닌 예언자직이 되려면 내가 사람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그 사람을 바꾸기 위해 나를 도구로 사용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포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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