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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8-17 조회수 : 697

8월 17일 [연중 제20주간 월요일] 
 
에제키엘 24,15-24
마태오 19,16-22 
 
​‘댐’이 되기보다 ‘폭포’가 되리라!  
 
구원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한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선한 일일까요? 이것을 묻는 부자 청년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찌하여 나에게 선한 일을 묻느냐? 선하신 분은 한 분뿐이시다.” 
 
자신이 선하다고 정한다고 선해지는 것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선한 일이라고 여기고 하지만 사실 악한 일을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자기 생각으로 선한 일이라고 여기는 일들을 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에 이를 수 있다면 굳이 예수님을 믿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석가모니도 선한 일을 말하고, 공자 맹자도 선한 일을 말합니다. 
선한 일로만 구원에 이른다면 예수님께서 구원자가 되실 수 없습니다. 
 
“선하신 분은 한 분뿐이시다.” 
어떠한 일을 할 때, 그것이 선해지려면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어야 합니다. 
개가 죽어가는 주인을 구했다면 이것은 사람 쪽에서 보면 선한 일입니다. 
그러나 개는 그것이 선한 일인 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것 또한 주인에게 잘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하신 분은 한 분뿐이시다.”라고 하신 말씀은 인간으로서 아무리 선해지려고 노력해봐야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네가 생명에 들어가려면 계명들을 지켜라.”라고 하십니다. 
계명은 선한 일입니다. 
다시 말해 선한 일을 하되, 주님께서 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기 생각으로만 하는 선행은 선행이 아닙니다. 
반드시 주님께서 그 일에 개입하셔야 합니다. 주님만이 선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그냥 선한 일을 하는 사람과 계명에 있기에 하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젊은 사람은 “그런 것들은 제가 다 지켜 왔습니다. 아직도 무엇이 부족합니까?”라고 묻습니다. 
주님 때문에 선한 일을 하며 살아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는 이미 구원에 길에 다다랐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한 단계 더 높은 선함을 요구하십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자기 능력이나 재산으로 계명을 지키는 것이 아닌 선함 자체이신 분의 통로가 되라는 뜻입니다. 
 
세계 1위 부자 ‘빌 게이츠’는 어머니의 권유로 2위 부자 ‘워런 버핏’을 처음 만납니다. 
처음에 만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별로 이익이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단 만나고 보니 말이 잘 통했습니다.  
 
‘어떻게 더 많은 돈을 벌 것인가?’만을 생각해오던 빌 게이츠에게 워런 버핏은 ‘어떻게 잘 쓸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선재단을 설립하면 자신도 동참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2010년 설립된 빌 게이츠 재단의 자선단체가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입니다.  
 
빌 게이츠는 자기 재산의 95%를 기부하기로 합니다. 
워런 버핏도 재산의 99%를 기부하기로 하고 게이츠 재단에는 83%를 내놓기로 합니다. 
이후 수많은 재벌의 기부 릴레이가 이어졌습니다. 
 
빌 게이츠는 오늘 예수님을 만난 젊은 부자 청년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부자 청년은 재산이 너무 많아서 예수님의 뜻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것과 비교하면 빌 게이츠는 그 부자 청년보다는 잘 대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모든 재산을 기부하라고 하면 빌 게이츠라고 할 수 있을까요? 
 
며칠 전에도 빌 게이츠는 빈곤국 코로나 백신 공급을 위해 1억 5000만 달러를 지원하였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선의 영광은 빌 게이츠와 그 재단에 함께 도움을 주고 있는 워런 버핏에게 돌아갑니다.
물론 그 일도 훌륭하고 주님께서 갚아주시겠지만, 더 완전한 선행은 ‘선하신 분은 주님뿐’임을 입증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제가 볼 때 이런 분들은 마치 ‘댐’과 같은 역할인 것 같습니다. 
댐은 홍수 조절도 하지만 가뭄 때 품고 있던 물을 공급하여 그 물줄기가 메마르지 않게 합니다. 
이 댐의 역할을 하는 이들도 참으로 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더 완전해지려면 ‘폭포’와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를 통해 하느님의 선함이 드러나게 하는 것입니다. 
내가 모아두었다가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며 주님의 자비에 나 자신까지 온전히 맡기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이태석 신부님이 ‘폭포’와 같은 삶을 사셨습니다. 
그분은 의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가난한 이들에게로 찾아가 하느님께서 당신을 통해 그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어쩌면 그분이 돈을 많이 벌어 도왔으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열매는 그런 도움을 주는 것보다 더 많이 열렸습니다. 
그분의 제자들 중 의사가 된 이들이 벌써 40여 명이 넘고 기자, 공무원, 약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이웃을 돕겠다는 제자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이태석 신부님을 보며 그분의 능력이나 재산보다는 그분 뒤에서 활동하신 선하신 하느님을 봅니다. 
 
저도 댐과 같은 사람이 될 것인지, 폭포와 같은 사람이 될 것인지에 혼돈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돈을 모았다가 필요한 때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하느님의 섭리보다는 나의 의지로 선행을 하려는 것이기에 주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그때그때 흘려보내 주려 노력합니다. 
선하신 분은 주님 한 분뿐이십니다.
마더 데레사가 참으로 큰 선행을 했지만, 그분이 남겨주신 더 큰 선행은 청빈을 보여준 것입니다. 
모든 것을 주님의 섭리에 맡김으로써 그분의 도움을 받으시는 분들이 주님을 찬미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우리가 무언가를 내어놓으며 주님의 영광을 가로채서는 안 됩니다.  
 
내가 선해지려 할 때, 그분의 선하심이 가려집니다. 
따라서 참으로 완전한 선행은 마치 폭포수처럼 나에게 많은 물이 흘러들어오게 하여, 
그것을 거침없이 당장 흘려보내 주는 주님 섭리에 맡기는 삶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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