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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08-11 조회수 : 729

8월 11일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에제키엘 2,8─3,4
마태오 18,1-5.10.12-14 
 
​어른이 미각을 끊으면 어린이처럼 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어린이처럼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이처럼 된다는 말은 자신을 낮춘다는 말입니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어린이처럼 되라는 말씀은, ‘겸손’하여지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자신을 낮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예수님은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라고 하시며,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라고 하십니다.  
 
교만해지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만 좋아하지만, 겸손하면 모든 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됩니다. 
이것이 어린이처럼 되는 것입니다. 
 
‘응웬 차우 로안’은 ‘골형성부전증’이란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베트남 여성입니다. 
이 병은 특별한 원인 없이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선천성 유전 질환입니다. 
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키가 매우 작고 허리가 굽습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의 조롱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응웬 반 부옹’이란 청년이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그는 “겉모습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누구보다 착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부옹은 로안과 결혼을 하고 함께 평생을 기약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로안은 부옹에게 평생 짐이 될까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4월 4일, 로안은 지인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초대받아 휠체어를 이끌고 결혼식장으로 향했습니다. 
결혼식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었습니다. 
이때 로안의 앞에 예쁘게 차려입은 소녀들이 등장했고, 소녀들은 로안을 결혼식장 한가운데로 이끌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박수갈채를 보내며 로안을 환영했습니다. 
로안은 어리둥절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신랑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바로 자신의 남자친구 부옹이었습니다. 
이것은 부옹이 로안을 위한 깜짝 결혼식이었습니다.  
 
상처가 많아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로안을 위해 부옹이 준비했던 것입니다. 
모든 사실을 안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백년가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결혼식 7개월 만에 부옹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로안도 병세가 악화하여 이듬해인 1915년에 남편을 따라 하늘나라로 향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한쪽 얼굴에 붉은 모반을 가지고 태어났고 다른 쪽 얼굴은 암이 들어 뼈까지 깎아내는 수술을 해야 했던 김희아씨를 사랑해 결혼한 남편이 있습니다.  
 
외모지상주의의 세상에서 이런 분들이 진정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이라고 여겨집니다. 
받아들임이 곧 겸손입니다.
왜 어린이와 같은 이들은 세속적으로는 전혀 매력이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어린이들은 세속적인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끔 예전에 청년이었다가 결혼하여 아기들을 데리고 나오는 신자들을 만납니다. 
아기들은 식당 밥을 먹지 못합니다. 
엄마가 미리 이유식을 준비해 오는데 저는 거저 줘도 안 먹을 전혀 간이 되지 않은 보기만 해도 맛이 없어 보이는 음식입니다. 
그러면서 어른이란 세상의 맛에 길든 사람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미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습에 길들었다면 그 사람은 어른이고 그러면 예쁘지 않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눈은 잃습니다. 
자신은 예쁜 여자와 결혼해야 하는 사람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교만은 사람을 받아들일 그릇을 좁힙니다.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어린이처럼 될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바로 세상의 맛을 끊으면 됩니다. 
 
요즘 좀비 영화가 한창입니다. 좀비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사람을 먹습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사람을 음식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좀비는 인간이 아닙니다.  
 
어린이의 마음을 잃은 사람들은 좀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맛볼 무언가를 만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실 선물을 바라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결혼을 하니 그 찾는 맛을 더는 발견할 수 없게 되면 곧 이혼을 생각하게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서 그 허기를 채우려 합니다. 
그렇게 누구와도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 초등학교 3학년부터 사춘기가 시작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부모님과 세상이 빨리 아이들을 성인으로 만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통해서 만들까요? 
바로 스마트폰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세상의 맛을 빨리도 맛보게 만듭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투와 표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말투를 따라 합니다.  
 
유아용 방송이라고 해서 세상의 맛이 없을까요? 
교묘하게 숨겨진 유혹이 더 많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방송과 게임 등을 통해 세속-육신-마귀의 맛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깊이 각인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을 빼앗는 엄마까지도 미워하게 됩니다. 
엄마도 이제 스마트폰이라는 맛을 주는 도구에 불과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절대 7살 이전에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쥐여준다는 것은 아기들을 빨리 어른으로 만들어 자신들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어렸을 때 맛 들인 것들을 끊는 것은 매우 힘이 듭니다. 
10분에 맛 들인 맛을 끊는 데 10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시간이 나면 아직도 영화를 보는 게 낫지 따분한 활자들의 조합인 책을 읽으려 하지 못합니다. 
억지로 노력하는데도 아직 잘 안 됩니다.
‘어렸을 때 TV를 보지 않고 책을 읽는 습관을 들였더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겸손함이란 많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의 크기입니다. 
그 크기는 세상의 맛을 알수록 줄어듭니다.  
 
겸손은 세상의 맛을 끊는 것과 하나입니다. 
그 맛 때문에 사람을 있는 그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세상의 맛을 끊어가야 하는 이유이고, 어린이처럼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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