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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7-28 조회수 : 708

7월28일 [연중 제17주간 월요일] 
 
예레미야 14,17ㄴ-22
마태오 13,36-43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 

나이가 50을 코앞에 두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자신 있었던 건강도 이제는 자신이 없어집니다.
더 나아지지 못하고 어차피 고장 날 것이기에 최대한 아껴 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건강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달려온 길을 뒤 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때이기에 공자는 이 나이를 ‘지천명’(하늘의 뜻을 안다)이라고 정의했을 것입니다.  
 
이쯤 되면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에 관해 정리를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지 않을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혜롭게 나이 드는 방법은 ‘죽음을 생각하라!’라는 것입니다.
라틴어로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고 합니다.
죽음을 생각하되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 살라는 것입니다.  
 
이 격언은 “카프페 디엠”(carpe diem)입니다. 오늘을 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 사는 것만큼 인생을 성공시키는 데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톨스토이가 한때 생각했던 죽음을 대처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에 톨스토이가 제안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4가지 방식이 실려 있습니다.  
 
1. 어린이처럼 죽음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
2. 어차피 죽는 무의미한 인생을 그냥 생각 없이 사는 것,
3. 삶은 고통이기에 더 고통 받지 않고 그냥 자살하는 것,
4. 어차피 무의미한 삶, 그냥 지금 무작정 쾌락을 추구하며 오늘을 사는 것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삶, 오늘을 사는 삶이 맞지만
이런 자세는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 수 없습니다. 
 
초나라와 한나라의 대결의 두 주인공,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왕은 폭정을 일삼다가 죽습니다.
이 틈을 타서 초나라가 들고 일어나 다시 중국의 통일을 이루려 합니다.
이때 두 위대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항우와 유방입니다. 
 
항우는 특급귀족 출신이고 기골이 장대하고 잘 생기기까지 하였습니다.
반면 유방은 문지기 천민 출신이었고 서른이 넘을 때까지 한량으로 세월을 보낸 인물입니다.
그의 군대는 오합지졸 그 자체였고 승리도 거의 거두지 못했습니다. 
 
초나라 임금은 이 둘을 경쟁시켜서 중국을 통일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항우는 승리를 거듭하지만, 목적지에 유방보다 늦게 도달합니다.
항우는 항복한 군사 20만 명을 자신을 배신할 수 있다는 이유로 몰살시켜버립니다.
반면 유방은 길만 비켜주면 죽이지도 않고 강탈하지도 않겠다고 회유하며 싸우지도 않고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항우는 화가 나서 유방을 죽이려 하지만 실패합니다.
그의 주위에는 언제나 그를 지켜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항우는 초나라로 돌아와 쿠테타를 일으켜 자신이 왕이 됩니다.
그리고 꼴 보기 싫은 유방을 지방으로 보내버립니다. 
 
그러나 그의 안하무인 격의 성격 때문에 위대한 지략가들과 장수들이 지방에 있던 유방에게로
몰립니다. 유방은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공부하여 인덕을 닦아나갔습니다.
그의 부하들이 그의 스승이었습니다. 
 
이에 민심은 유방에게로 향했고 군대의 질과 숫자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결국 항우를 몰아내고 중국을 통일합니다.
한나라가 초나라를 이긴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항우는 스스로 자결을 하였는데, 그때 나이가 31세였습니다.
그때 그의 곁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유방도 천하통일을 이룩하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동네 사람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벌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죽게 되었는데 당시 나이가 62세였습니다. 
 
누군가 워런 버핏에게 인생의 성공은 무엇이라 정의하겠느냐는 질문을 하였습니다.
워런 버핏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업보다 인간관계를 중요시하여 그의 직원 대부분은 회사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한 사람들입니다.
그는 그들을 가족이라 부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밀과 가라지의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어떤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밀과 같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어떤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 됩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연세가 들고 몸이 안 좋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을 모았습니다.
2000년 그 더운 여름 로마로 청년들이 2백만 명이 넘게 모였습니다.
하루에 일사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청년만 8백 명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왜 청년들은 그분에게 그렇게 모였던 것일까요?
먹을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삶을 계속 밀로 만들어오셨습니다.
당신 자신이 젊은이들에게 양식이 될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밀은 한순간에 익지 않습니다.
매일매일을 밀이 되는 삶을 살아야 마지막 때에 많은 사람을 먹일 밀이 됩니다.
오늘을 가라지로 살면 내일도 가라지입니다.  
 
인생을 성공으로 끝맺으려면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오늘부터 나를 채워가야 합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채워야 합니다. 
 
마지막 때 양식이 되는 사람만이 하늘에 살 자격을 얻게 됩니다.
항우처럼 자신의 출세를 위해 타인을 이용하면 결국 쭉정이가 됩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고 끊임없이 도움이 되기 위해 공부하면
알곡이 됩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이웃을 위한 양식이 되는 삶을 살기 시작하면 정말 마지막 때에 유방처럼 잔치를 벌이며 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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