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3일 [연중 제16주간 목요일]
마태오 13,10-17
<마태오 효과 (Matthew effect)>
제가 시골에서 통학하면서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결국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더니 저희 마을에서는 개천에서 용 났다고 곧 대통령이라도 될 것처럼 칭찬을 받았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면장이 되라는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정말 시골에서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큰 성공이었고 주위에서도 제가 대학을 가장 잘 간 사람 축에 끼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와서 만난 친구들을 보니 대부분이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었습니다.
가까운 학교나 기숙사 있는 학교에서 공부를 했거나, 학원과 과외 등은 기본적으로 했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저는 학원 문턱에도 못 갔으니 ‘저런 좋은 환경에서 공부했다면 더 나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저들과 같은 대학에 다닌다는 것도 스스로 대견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던 것은 낮은 환경에서 높은 환경으로 올라가는 데는 기적과 같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미 기득권에 있는 이들이 그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는 별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안일을 도와가며 학원 한 번 못 가는 아이들과 고액 족집게 과외를 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경쟁이 되겠습니까?
결국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되고 가지지 못한 자는 계속 가난하게 살아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이 한 번 들어간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이건 대학에 들어와서도 아니 졸업 이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친구들보다 제가 학점은 더 높았지만 친구들은 해외 영어연수를 1년씩 다녀오면서 토익 점수 등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보고 저들은 태어날 때부터 복권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대학 졸업을 하고 나니 부모님의 백으로 큰 어려움 없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친구들과, 어떤 친구는 졸업 후 바로 부모님이 사무실을 열어주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결혼할 때 강남의 아파트를 부모님이 바로 사주시기도 하였습니다.
40년 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저명한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한 이 말은 마태오복음에 나오는 “사실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마태 25,29)라는 구절에서 비롯한 ‘마태오 효과(Matthew effect)’라는 용어입니다.
만약 읽기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글을 읽지 못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배워야 하는 지식들을 습득하는 것이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기 때문에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누적 우위’ 이론이라고도 하는데 이미 쌓아놓은 게 많은 사람이 더 유리하다는 뜻입니다.
곱셈, 나눗셈도 못하는 사람에게 미적분을 가르쳐 줄 수가 없습니다.
기초 지식이 있어야 더 깊은 지식을 넣어줄 수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가진 자만이 더 가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누적 우위의 법칙은 신앙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오늘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께 왜 저 사람들에게는 비유로만 말씀하시느냐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저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십니다.
눈도 닫히고 귀도 닫히고 마음도 무뎌서 직설적으로 이야기 할 수준이 아니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후 당신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하는 것이 이 기적의 의미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떠나간 것을 보아도 그들은 깊은 진리를 깨달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따로 비유의 뜻을 설명해 주시곤 하였습니다.
이는 그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머물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스도와 항상 함께 있었고, 그래서 필요할 때만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었던 사람들과는 차별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입니다.
애인이 있는 친구 녀석이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애인이 있으면 여자에 대해 집착하거나 안달하지 않아서 오히려 여자들에게 더 관심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 다섯 달란트를 벌고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 두 달란트를 벌었으며 한 달란트만 있는 사람은 그것마저 빼앗겼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믿음에 관한 것입니다.
그 분께 대한 믿음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분은 가지면 가질수록 그 분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고 그 누적효과로 더 깊은 진리를 쌓아나가게 됩니다.
혼자 살면 혼자입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게 되면 자녀를 낳아 셋이나 넷, 다섯까지도 됩니다.
이것이 마태오 효과입니다.
요아킴과 안나는 경건한 삶으로 늦은 나이에 마리아를 가졌습니다.
결국 마리아를 통해 구세주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가져야 더 가지게 됩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를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노력합시다.
왜냐하면 모든 좋은 것들은 다 그분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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