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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7-17 조회수 : 590

7월17일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이사야 38,1-6.21-22.7-8
마태오 12,1-8 
 
휴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일도 잘하는 사람이다 
 
사제들은 동기들이 한 달에 하루 만나 식사를 함께 합니다. 소위 ‘동기 모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동기 모임은 전혀 생산적인 모임이 아닙니다. 그냥 먹고 마십니다.
그래도 신부 대부분이 동기 모임에 빠지려 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떤 면에서 동기 모임은 정말 비생산적 모임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너무 의미가 없어 보여서 아예 동기 모임을 나오지 않는 사제들도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동기들끼리 얼굴 보고 떠들고 웃고 하는 의미 없는 쉼은 창세기부터 시작한 ‘안식일’에 매우 가까운 쉼입니다.
주님 이름으로 모여 쉬기 때문입니다.  
 
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없을까요? 그동안 열심히 일했기 때문입니다.
그 보상을 절대 빼앗기지 않습니다. 
 
이제 휴가철이 시작됩니다.
이상하게 휴가 가서 일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면 일하면서 휴가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안식일을 어떻게 지내느냐가 사실 일의 능률과 직결됩니다. 
 
15년 동안 오로지 골프에 둘러싸인 박세리가 골프여왕답지 않게 두 경기를 계속 컷오프당한 뒤 “골프에 지쳤다. 이제 골프에서 잠시 빠져나오고 싶다.
나는 골프 말고 다른 일상생활을 즐기는 게 필요하다.”라고 자가진단과 처방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정되었지만, 그때가 가장 최악의 슬럼프였습니다.
그녀는 스승이기도 한 아버지에게 “다른 건 다 가르쳐놓고 왜 쉬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느냐?”
고 항의했다고 합니다.
일하는 것은 가르치고 쉬는 것은 가르치지 않았다면 다 가르친 것이 아닙니다.
달리는 것은 가르치고 브레이크 잡는 것은 가르치지 않는 사람과 같습니다.
제7일의 안식일이 우리가 힘겹게 일하고 사는 오늘의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6일 동안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그 고생의 대가로 누리시는 것이 안식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주님 창조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은 안식에 들게 됩니다.
물론 그 안식일의 주인은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도 세상에서의 창조사업을 마치시고 안식에 드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선행의 보상은 안식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런데 왜 모든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바리사이들은 그 안식에 들 수 없을까요?
바로 선행에 대해 또 다른 ‘보상’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안식일을 지키는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그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했습니다.
안식일을 자기만족의 또 다른 일하는 날로 삼은 것입니다.  
 
그들에겐 남을 비판하면서 오는 맛이 그들 선행의 보상이었습니다.
안식일이 보상이 아니라, 안식일에도 남을 비판하며 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도 요한의 제자였고 스미르나 교회의 주교였던 폴리카르푸스의 일화입니다.
자고새 한 마리와 놀고 있던 폴리카르푸스를 보고 지나가던 사람이 “성인이라는 분이 어떻게 새와 놀며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폴리카르푸스는 빙그레 웃으며
“활도 쓰지 않을 때는 줄을 풀어 놓아야지, 언제나 줄을 매어 두면 못쓰게 되고 맙니다.”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이것 자체가 그분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를 말해줍니다. 
 
우리도 하느님 앞에서 지쳐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하며 보상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당신과 함께 쉬는 것만을 보상으로 주십니다.
그러나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면 안식일도 제대로 쉬지 못합니다.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기에 다른 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결국 지쳐 쓰러집니다. 
 
부자들은 돈을 버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큰 부자가 되는 것? 이미 부자입니다.
그들은 돈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돈을 번다고 합니다.
돈을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 때문에 놀지 못하게 될까 봐 돈을 버는 것입니다.  
 
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일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성취한 자유, 그다음에 오는 것이 안식입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안식을 향하고 있어야 합니다.
쉼이 목적이 아닌 일은 그 쳇바퀴에 영원히 갇히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도 일하고 있었습니다.
안식일은 열심히 일한 것의 유일한 보상입니다.
쉼만으로 모든 것이 충만히 채워집니다.
쉼이 아닌 다른 보상을 바라는 사람이 쉬지도 못하고 안식에 들지 못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창조사업에 협력했기 때문에 예수님이라는 안식에 들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쉬는 것, 이것이 그분께서 우리 노력에 부어주시는 유일한 행복입니다.  
 
열심히 주님 뜻에 따라 살아갑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는 주님과 함께 머무는 쉼을 즐깁시다.
이것을 잘할 수 있을 때 영원한 안식에도 들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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