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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7-12 조회수 : 635

7월12일 [연중 제15주일] 
 
이사야 55,10-11
로마 8,18-23
마태오 13,1-23 
 
​마음이 정해지면 머리와 몸은 봉사한다 
 
 
살다 보면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 사람들은 어떠한 것을 판단해놓고 그 판단이 옳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이런 경우를 오늘 복음에서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은” 
마음이 무딘 사람입니다. 
이들 마음 안에 아무리 진리의 씨를 뿌려도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우리도 이렇게 눈멀고 귀먹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한 가지를 깨달아야 하는데, 우리 안에 증거 자체 조작 기능이 내재하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누구든 자신의 주장을 확증해줄 근거를 찾는데 그 근거는 사실 그들 주장을 조작해 줄 도구밖에 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증거가 믿음을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믿음이 증거를 조작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믿어야 보이는 것이지, 보인다고 믿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결정하면 머리는 따라줄 뿐입니다. 
 
2004년 5월 미국 FBI 요원들이 들이닥쳐 변호사이자 미군 전직 장교였던 ‘브랜던 메이필드’를 마드리드 폭탄테러 용의자로 체포하였습니다. 
그해 3월 11일 192명이 사망하고 2천 명이 다친 끔찍한 마드리드 공격에 연루되었다는 혐의였습니다.  
 
그는 미국인이지만 이슬람으로 전향했고 이집트 여성과 결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FBI에 계속 감시를 당하던 중이었습니다. 
 
FBI는 마드리드 현장에서 폭발물이 담긴 파란색 쇼핑백을 발견하였는데 거기서 메이필드의 지문이 나온 것입니다. 
FBI는 그 지문이 100% 일치한다고 주장을 했고 그것이 틀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지문이 미국과 대서양을 가로질러 8700㎞ 떨어진 곳에서 
발견될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바로 그날 아침, 스페인 경찰청이 폭탄 공격과 관련 있는 인물로 알제리 남성 
‘우나네 다우드’를 체포하였습니다. 
메이필드보다 그의 지문이 FBI가 무시했던 애매한 영역을 포함한 검지 지문에 더 잘 맞을 뿐 아니라 그의 엄지 지문도 쇼핑백에서 발견된 지문과 일치했던 것입니다.  
 
메이필드는 다음 날 풀려났고 FBI는 굴욕적인 사과를 공개적으로 해야 했습니다. 
물론 200만 달러의 피해보상금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2001년 911테러로 공포에 휩싸여 있어 아랍인들에게 대한 편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전문가들의 판단을 맹신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미국 최고 지문 감식반의 판단이 틀릴 리가 없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참조: ‘지능의 함정’, 데이브드 롭슨, 유튜브 채널 ‘책한민국’] 
 
사람들은 증거가 믿음을 만든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믿음이 증거를 조작하게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기적을 요구하는 세대를 비판하신 것입니다. 
눈과 귀를 막아놓고 보고 듣겠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똑똑한 전문가들도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어버리면 눈이 감기고 귀가 막혀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하고 뻔히 보이는 것도 보지 않으려 합니다. 
이런 경우는 세상 사람들이 똑똑하다고 인정해주는 전문가들에게 더욱 자주 일어납니다. 
 
1920년대에 미국 심리학회 회장이었던 ‘루이스 터먼’이라는 유명한 학자입니다. 
그도 자신의 편견을 배열하며 과학이라 믿었습니다.  
 
그는 IQ가 삶과 직결되고 IQ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각 학급에서 IQ가 140 이상인 아이들을 골라내어 그 아이들의 인생을 수십 년 동안 수집하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차이가 없었습니다.  
 
IQ가 높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아주 조금 좋은 성과를 내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 이유는 그 실험을 하며 터먼이 그들에게 특별한 지원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실험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머리가 좋은 아이들에게만 특별한 지원까지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 집 식구들의 IQ를 재서 지능이 높은 순서대로 식탁에 앉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화를 내었다고 합니다. 
 
데이브드 롭슨의 ‘지능의 함정’이란 책에서는 이런 사례가 아인슈타인, 에디슨, 스티브 잡스 등 
모든 고집불통인 뛰어난 천재들에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고집은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그 고집은 한마디로 하면 ‘교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믿는 마음이 교만입니다. 
자신을 믿는다는 말은 자신의 힘으로 ‘진리’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진리이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는 오히려 진리와 반대되는 자아가 있습니다. 
그 자아를 믿으면 진리에서 멀어집니다. 
그 자아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주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이 약해집니다.  
 
뱀이 하와를 그렇게 만들어 하느님의 말씀에 불순종하게 하였습니다. 
나의 눈을 가리고 나의 귀를 막는 것이 내 자신임을 알지 못하면 이 교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길바닥에 씨가 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씨를 먹는 까마귀가 창세기의 뱀이요, 탈출기의 파라오요, 우리가 버려야 하는 자아입니다. 
 
오늘 복음은 그 자아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길이 되지 않으려면 겸손하면 되고, 돌밭이 되지 않으려면 절제하면 되며, 가시밭이 되지 않으려면 청빈하면 됩니다.  
 
겸손과 절제와 청빈을 ‘복음삼덕’이라고 합니다. 
복음삼덕은 세속-육신-마귀를 이기는 무기입니다. 
나 자신 안에서 끓어오르는 교만과 육체적인 욕구와 재물에 대한 탐욕만 줄여가면 자아가 죽고 
눈이 열리고 귀가 열립니다. 
그러면 진리의 말씀이 내 안에서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농부가 뿌리는 말씀의 씨는 비유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비유로 우리 마음에 떨어집니다. 
그렇지만 교만과 육욕과 탐욕은 그 비유를 이해할 수 없게 우리 감각을 마비시킵니다.  
 
남을 판단하는 것을 멈춥시다. 
그러면 교만이 줄어들 것입니다.  
 
육체의 욕망을 절제합시다. 
그리고 십일조를 내봅시다. 
그러면 눈이 열려 비유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인터넷의 어두운 소굴로 과감히 발을 들여놓으면 케리(Kery)라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세상의 질서를 바꿀 해안을 가졌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는 캘리포니아 나바로 강 근처에서 몸에서 빛이 나는 너구리같이 생긴 물체를 만나 외계인에 납치되었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점성술을 절대적으로 믿고 에이즈 바이러스나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다는 믿음은 
다 가짜라고 주장합니다. 
 
케리가 정신이상자처럼 보입니까? 
케리 멀리스는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입니다. 
다만 자신 안에 자신을 바보로 만드는 자아가 있고 그 자아를 믿으면 바보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 비참합니다. 
 
진리와 반대되는 자아의 주장이 자신 안에 있음을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것을 모른 상태로 하는 과학적 연구는 모두 자체 증거 조작 기능에 당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눈멀고 귀먹은 마음이 무딘 백성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마음이 결정하면 머리는 따라줄 뿐입니다. 
또 눈과 귀는 머리가 찾는 것만을 보고 듣게 됩니다.  
 
그래서 이미 완고해진 마음은 외부의 것들로 바꿀 수 없게 됩니다. 
완고한 마음을 버리려면 내가 아닌 주님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심을 믿어야 합니다. 
나를 믿어서는 안 됩니다.  
 
내 안에 뿌려지는 말씀이 진리이고 나는 그 진리를 열매 맺게 하는 좋은 밭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 때 눈이 열리고 귀가 열릴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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