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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0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6-20 조회수 : 590

6월20일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이사야 61,9-11
루카 2,41-5 
 
​성모님의 마음은 찾는 마음이다 
 
 
어제 예수 성심 대축일에 이어 오늘은 ‘성모 성심 기념일’입니다. 
그런데 그 앞에 ‘티 없이 깨끗하신’이란 수식어가 붙습니다. 죄가 없으시다는 뜻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원죄까지도 없으시기에 ‘죄에 물들지 않은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죄가 없는 마음이란 어떠한 마음을 말하는 것일까요? 
어린이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죄를 짓지 않게 만드는 분 곁에 있어야 합니다. 
 
영화 ‘블랙 스완’에서 주인공은 어머니의 뜻을 따라주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여인입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기 위해서 발레를 포기하였기에 자신이 어머니의 꿈을 이루어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도 누군가와 깨끗하지 못한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집에서 하게 됩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니 어머니가 자신의 침대 옆에 있었습니다. 
너무나 화들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모든 행동을 다 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어머니는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밤새 자신의 침대 옆에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 자신의 행위를 다 보았는지 몰라 주위를 살펴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죄를 짓는 꿈을 꾼 것이었습니다. 
죄를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죄와 반대되는 뜻을 가진 사람을 멀리해야 합니다. 
반대로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죄와 반대되는 뜻을 가진 분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부산 외가댁에 처음으로 간 날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일단 어머니와 외가 친척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을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투리를 처음 들어보았기 때문입니다. 
 
잘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외삼촌들에게 저를 맡기고 가신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잘못 들었거니 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어머니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어머니를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외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 어머니는 밑에 층에서 목욕하고 계신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저를 버리고 간 줄 알고 무척 불안했었습니다. 
외가댁은 목욕탕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머니를 찾던 제가, 어느 순간부터는 어머니를 더는 찾지 않았습니다. 
죄가 커지는 사춘기 때부터였습니다. 
어머니가 계시면 죄를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안 좋은 비디오를 보다가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 화들짝 놀라 테이프를 빨리 빼곤 하였습니다. 
부모의 법이 아니라 내 안의 법을 따를 때는 이렇게 부모를 찾지 않을뿐더러 그분이 함께 있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죄가 커질수록 부모를 찾는 마음이 식어갑니다.
왜냐하면, 부모는 죄와 반대되는 법을 가지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은 예수님을 잃으셨습니다. 
자녀를 잃은 어머니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찢어지듯 아플 것입니다. 
자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여길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에너지를 총동원해 자녀를 찾습니다. 
이사야서의 이 말씀이 꼭 성모 마리아의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밤새도록 당신을 그리는 이 마음, 아침이 되어 당신을 찾는 이 간절한 심정! 
당신의 법이 세상에 빛나는 때 세상 주민들은 비로소 정의를 배울 것입니다.”(이사 26,9)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 밤새 찾고, 아침이 되어서도 찾으려는 마음. 이것이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성모 마리아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죄와 반대되는 법이고 그 법대로 사는 것이 정의입니다. 
 
오즈의 마법사에 자신에게 없는 심장을 찾겠다는 양철 나무꾼이 있습니다. 
왜 심장을 찾으려고 했을까요? 그것 없이는 살 수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니 이미 심장이 생긴 것을 알았습니다. 
찾으려는 마음이 이미 거룩한 마음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던 헬렌 켈러도 이 진리를 깨닫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햇살을 향해 얼굴을 들어라. 그러면 그림자가 안 보인다. 
해바라기가 그렇게 한다.”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사람은 죄의 어둠에 들지 않습니다. 
죄로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기를 원하지 않아서 그분의 법만을 찾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하느님 나라에 이르게 하는 길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찾고 나니 결국 ‘아버지 집’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라고 물으십니다. 
 
죄에서 구원해 줄 예수님을 찾는 마음만 있다면 
이미 죄에서 벗어나기를 원한 것이고 또 벗어나고 있는 것이고 어쩌면 이미 아버지의 집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 간절히 찾는 마음이 곧 성모 마리아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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