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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0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6-10 조회수 : 522

6월10일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1열왕기 18,20-39
마태오 5,17-19 
 
율법은 사랑이라는 완전한 걸작과 같다 
 
 
제가 신학교에서 공부할 때 거의 지옥이 없는 것처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있다고 하시는데 왜 어떤 분들은 없다고 가르치는 것일까요? 
 
고해 성사를 할 때 어떤 신부님은 저에게 자신과 화해하고 화가 날 때는 화를 내고 성욕이 올라올 때는 굳이 막으려 하지 말라고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라고 하시고,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라고 가르치십니다. 
 
심지어 예수님께서 “십일조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루카 11,42; 마태 23,23)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지금 제가 십일조에 대해 말하면 마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아닌 것을 가르치는 듯 이상하게 바라봅니다. 
 
마치 지옥도 없다고 말하고, 화를 내도 되고 성욕도 좋은 것이라고 말하며 십일조와 같은 것들은 개신교나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자비로운 사제로 여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가르치는 것은 어쩌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왜 율법에서 아주 작은 계명이라도 소홀히 하면 안 될까요?
모든 율법을 하나로 모으면 ‘사랑’이란 한 자가 나옵니다.
즉, 율법은 사랑이신 하느님의 총합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본성이 표현된 것이 율법입니다.
그러니 율법 자체는 하느님처럼 완전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만약 모자이크나 훌륭한 작품에서 어떤 한 조각이 빠지면 완전한 작품이 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율법이라도 어기거나 또 그래도 된다고 말하면 하느님의 모습을 그만큼 훼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자세로는 하늘나라에서 큰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사람이 가져간 작품은 무언가 빠져있거나 불완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작은 율법 가운데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만 지키고 나머지는 바꿔버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교만 때문입니다.
자기 생각이 하느님의 생각보다 나을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래서 율법까지도 자기 뜻대로 변형시키게 됩니다. 
 
5천 명의 시민이 사는 스페인 북부 작은 시골 마을 보르하의 한 성당에는 19세기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의 벽화 ‘에체 호모(여기 사람이 있다)’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붉은 망토를 걸치고 가시관을 쓰고 깊고 그윽한 눈빛으로 하늘을 응시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그린 매우 정밀한 걸작이었습니다. 
 
그런데 히메네스라고 하는 할머니가 성당 청소를 하다가 습기 때문에 벗겨진 그 그림을 보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려진 예수님께 뭐라도 해 드리고 싶어서
벗겨진 부분을 물감으로 덧칠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수님의 얼굴을 마치 원숭이처럼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이에 화가의 손녀에게 소송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습니다.
물론 이 사건이 신문에 나자 오히려 그 그림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 시에 큰 화젯거리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살다 보면 하느님의 법을 우리가 수정할 수 있다고 교만해질 수 있습니다.
지옥이 있다면 있다고 믿고, 십일조를 내라고 하셨다면 내고,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셨다면 그러려는 노력을 시작합시다.  
 
우리는 주님 앞에 우리가 그린 하느님의 법을 들고 올라가야 합니다.
저런 식으로 하느님의 법을 망쳐놓았고 그것을 가져간다면 얼마나 부끄럽겠습니까?  
 
율법은 하느님 본성인 사랑을 그려낸 걸작입니다.
거기에 인간이 손을 댔다가는 훼손만 될 뿐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새겨봅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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