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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6-01 조회수 : 530

6월1일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창세기 3,9-15.20 또는 사도행전 1,12-14
요한 19,25-34 
 
​어머니는 아버지 사랑의 징표다 
 

오늘은 성모 마리아께서 교회의 어머니가 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공식적으로 성모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라고 칭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헌장’을 통해서이지만, 성모님을 교회의 어머니로 믿어온 것은 교회의 오랜 전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성모 마리아와 요한 사도를 모자 관계로 맺어주십니다.
사도 요한은 그리스도의 피로 새로 태어난 교회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니 성모 마리아는 교회의 어머니가 되시는 것입니다. 
 
유학 때 마리아론 시험에 이 문제가 나왔었습니다.
교수님이 “성모 마리아가 너의 어머니인 것이 왜 중요하냐?”라고 물으셨을 때, 저는 엉겁결에
“십자가상에서 고통 받으시는 예수님께서 말 한마디 하기도 힘들어하시면서
저희에게 성모님을 어머니로 맡기셨는데, 그것이 어떻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려 절대로 중요하지 않은 말은 하실 수 없으십니다.”
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왜 어머니인 것이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고 십자가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그래도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제 그것에 대한 보충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정답은 될 수 없겠지만, 지금 만약 그런 문제를 다시 물으면 “어머니는 아버지의 사랑의 징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는 아버지는 어머니께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져다 바치고 어머니는 그것에 만족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번은 신문지에 3백만 원이나 하는 돈뭉치를 가져오신 적이 있습니다.
땅을 팔아서 어머니에게 돈을 가져오신 것입니다.
그때 어머니가 처음으로 만족해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빚을 갚고 나면 남을 것이 별로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농사일을 접으시고 주유소에서 일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주유소에서 매출에 비례하여 월급을 주었습니다.  
 
한 번은 20여만 원밖에 안 되는 돈 봉투를 어머니에게 주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이것 가지고 어떻게 한 달을 사느냐며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항상 부족한 돈만 가져다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미안해하셨습니다.
그다음에 아버지는 막일하시며 평생 어머니에게 돈을 가져다주셨습니다. 
 
지금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4년이 넘었습니다.
이제 어머니만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를 볼 때 어머니만 보일까요? 아닙니다. 아버지도 보입니다.
어머니에게 그렇게 돈을 가져다 바치셨던 아버지가 안 보일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가 자녀들을 위해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가져다 바친 기억이 어머니 속에 있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그것으로 힘겹게 저희를 양육하셨습니다.
만약 두 분 중 한 분만 안 계셨어도 저희는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없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저는 젊은 부부가 이혼하고 자녀들을 아버지가 양육하게 되었을 때, 그 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자녀들을 보육원에 맡겨야 했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도저히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돈을 벌러 나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어야 하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할 수 없는 일을 자녀들을 위해 해주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교회에 성모 마리아를 어머니로 내어주신 이유는 당신의 피로 자녀들을 돌보아야 하는 어머니가 당신 자녀들을 위해 필요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를 보며 교회의 머리요, 아버지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봅니다. 
 
제가 신학교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할 때 제가 다니던 성당 성모님이 진짜 성모님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때는 겨울이었고 시간은 새벽이었고 저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습니다.
그때 저를 불러주시는 것이면 나타나서 표징을 보여달라고 예수님께 청할 때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성모 마리아를 보내주셨습니다.
물론 그때 술을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저의 착각이라고 믿고 내려오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다면 무척 부담스럽고 도망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마리아상이 진짜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겁이 나서 머리를 들 수 없었는데 예수님이 나타났다면 더 무서워서 제가 돌이 되어버렸을 것입니다.  
 
부드러운 어머니를 보내주시며 그 안에서 당신의 사랑을 발견하라고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성모님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우리 교회를 위해 성령님을 중개하시는 어머니가 계십니다.
성모 마리아의 청에 예수님은 어쩔 수 없이 기적을 해주셔야 했습니다.  
 
저는 성모님을 보면 어머니를 보는 것 같고 예수님을 보면 아버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자녀를 위해 청하는 성모님 앞에서 예수님은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당신 피까지 다 부어 주십니다.
그런 어머니를 둔 교회는 얼마나 행복합니까?  
 
성모님 덕분으로 우리는 언제나 죄를 용서받는 고해성사를 할 수도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실 수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어머니로서 중개하고 계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아버지이신 예수님의 사랑을 품고 있는 우리의 어머니이십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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