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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2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5-27 조회수 : 592

5월27일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사도행전 20,28-38
요한 17,11ㄷ-19 
 
부모는 자녀 때문에 거룩해진다 
 

영화 ‘비투스’(2006)는 아이큐 180의 천재 소년 비투스의 이야기입니다.
부모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 아이의 천재성을 자랑하며 만족해합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천재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15세도 안 되었는데도 대학 수업이 재미없어 강제졸업을 해버려야 하는 처지이기에, 친구가 하나도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비투스는 평범한 삶이 늘 그립기만 합니다.
아버지는 비투스가 이젠 공대에 재입학하기를 원합니다. 
 
비투스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할아버지 한 분밖에 안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비투스에게 날개를 만들어줍니다.
만들어진 새의 날개를 어깨에 끼고 비투스는 2층에서 뛰어내립니다.
그 사고로 다친 곳은 전혀 없지만 비투스는 평범한 아이큐의 아이가 된 척합니다.
건강하고 평범한 아이로 되돌아온 비투스에 부모는 크게 실망합니다.
그러나 친구들과 같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 비투스는 매우 신이 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여 가정이 어렵게 됩니다.
비투스는 평범해진 척 하며 부모를 속이는 것을 그만두고 천재적인 머리를 이용하여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주식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름 모를 투자의 귀재가 되어 아버지 전 회사를 인수하고 아버지를 사장으로 앉혀 줍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기대가 컸던 엄마를 위해 다시 피아노를 시작하여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부모를 영광스럽게 합니다. 
 
그때 할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이 모든 사실을 기록해 놓은 편지를 받습니다.
아이가 평범하지 않은 삶을 힘들어했음에도 부모가 아이를 다시 본인이 싫어하는 천재의 삶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야 했던 사실을 알고는 부모도 크게 뉘우칩니다. 
 
사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더 성숙해지는 사람이 상대의 부모가 됩니다.
비투스는 어렸지만, 부모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할 수 있었던 부모의 부모였던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 때문에 거룩해지게 됩니다.
자녀를 위해 자신을 포기할 수 있음이 곧 거룩함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먹힘으로써 자신의 거룩함을 자녀도 지니게 만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십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이름’은 ‘본성’을 의미하고, 아버지께서 아드님께 주시는 본성은 곧 ‘신성’, 즉 성령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아버지께로부터 받으시는 성령으로 제자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만들어서
서로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청하시는 것입니다. 
 
주님의 성령을 받은 이들은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습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성령으로 거룩해지면 반드시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비투스가 부모를 위해 다시 특별해진다면 이제 보통 사람들로부터는 외면당하고
미움과 질투를 받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녀들을 이렇게 거룩하게 만드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거룩하게 하십니다.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자녀는 부모를 보고 배웁니다. 부모를 먹고 자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모가 거룩하지 못하면 자녀들도 거룩해질 수 없습니다.
자녀를 사랑한다면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양식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를 위해 거룩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채변봉투를 가져오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면 온 교실에 화장실 냄새로 가득 찹니다.
개똥을 퍼간 아이들은 구충제를 한 움큼 받기도 합니다.
대부분이 그런 시절이었는데, 우리 집도 재래식 화장실이었기 때문에 채변 봉투에 변을 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뭇가지로 변을 채취하다가 그만 비닐봉지를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나뭇가지로 해 보려고 했으나 채변봉투가 더러워지기만 했습니다.
이때 아버지를 불렀습니다.
아버지는 긴 손으로 그 냄새를 다 맡으며 봉투를 건져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구토가 쏠리는 냄새가 나는 듯합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위해 그렇게 더러운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 거룩함입니다.
부모는 자녀 때문에 힘들지만, 그 자녀 때문에 또한 거룩한 삶을 살게 됩니다. 
 
자녀를 많이 낳지 않으려는 이때, 우리는 또한 우리 자신을 거룩하게 만들 수 있는 대상이
우리를 힘들게 만들 자녀들일 수 있음도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저도 이번 코로나 이후에 만약 유튜브를 하지 않았다면 몸은 편했을지라도 훨씬 거룩하지 못한 삶을 살았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 글을 읽고 동영상을 보시는 분들에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나를 고생시키는 그 자녀가 바로 나를 거룩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나중에 주님 앞에서 봉헌할 수 있는 열매는 나를 먹고 거룩해진 자녀들뿐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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