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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2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5-24 조회수 : 486

5월24일 [주님 승천 대축일] 
 
사도행전 1,1-11
에페소 1,17-23
마태오 28,16-20 
 
​믿으려거든 전하라! 

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 개신교 학교를 나왔습니다.
그래서 매주 예배를 보아야 했고 종교 수업도 해야 했습니다.  
 
중학교 때 종교 수업을 하시던 선교사분이 있습니다.
그분은 몇 년 동안 돈을 모아서 아내와 자녀들을 데리고 아프리카 오지로 선교를 하러 가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교도 없는 정글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것도 대단했고 그것에 아내도 동의했다는 것이 참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어느 날 돈이 다 모여 아프리카로 떠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분이 참 좋아서 다른 종교 교육 교사가 바뀌는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은행에서 돈을 찾아 집에 올 때 골목에서 강도를 만난 것입니다.
몇 년을 걸려 모은 돈이었지만 선교사님은 그 돈 봉투를 강도에게 그냥 줘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꿈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말할 때는 잘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속 그분에게 종교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며칠 뒤 희한하게도 개신교 선교 단체에서 모든 자금을 지원해 줄 테니
선교를 떠날 수 있느냐고 연락이 왔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그 이야기를 수업 시간에 하면서 매우 신이 나 계셨습니다.
분명 하느님께서 그것을 원하고 계심을 섭리를 통해 느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눈에 보이지 않으시지만, 반드시 당신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을 체험하면 기쁨에 차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하늘로 승천하신 날입니다.
그러면서 제자들에게 모든 민족을 가르치고 세례를 주라고 명하십니다.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이십니다.
그리고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고 하십니다. 
 
승천하시는 예수님은 더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십니다.
다만 복음을 전할 때 당신께서 함께 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천사들이 여인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면 그리스도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제자들에게 전하라고 말한 것과 같습니다.  
 
천사들만 본 여인들은 그 복음을 전하러 가면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우리가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믿고 든든하게 살고 싶거든 먼저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저에게 주님께서 저와 함께 계심을 언제 가장 많이 느끼느냐고 묻는다면 ‘강론 준비할 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서품을 받고서는 강론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새로운 것들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정말 피가 마를 지경이었습니다.
사제가 제일 두려워하는 말은 아마 “했던 강론 또 하네!”일 것입니다.
어떤 때는 고해성사 주면서 강론을 생각하다 고해 내용을 듣지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제단 위에 딱 올라가면 강론 거리가 막 떠오르는 것입니다.
심지어 복음을 읽는 순간 떠오르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정말 제 능력이 아니라 주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게 됩니다. 
 
그런데 교구청으로 들어가니 강론 쓰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조금 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을 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생겼습니다.  
 
‘부모님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를 한 번도 굶기신 적이 없는데 목자가 자기 양들을
굶길 수 있는가?’, 혹은 ‘양식을 제 때에 주지 못하는 깨어있지 못함으로 주님을 갑자기 맞이하면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두산 천지에 오를 일이 있었는데 그때
“천지를 맑게 보게 해 주신다면 강론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습니다.
천지는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구름이 약간 흘러가는 것을 말한 것이지 이렇게 완전히 맑은 것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제가 강론을 다시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물론 영성관에서도 강론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성체 조배실이 바로 사제관 옆에 있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아침마다 성체 조배실에서 한 시간만 앉아있으면 매번 새로운 강론을 주십니다.
한 번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요즘만큼 강론 쓰기가 편한 적이 없었습니다.
전엔 다음 날 강론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졸음을 쫓아가며 인터넷을 뒤졌던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할 말이 없었는데 요즘은 성체 앞에만 앉아있으면 예외 없이 강론 거리를 주십니다.  
 
물론 마음 한편에는 ‘내일은 안 주시면 어떡하지?’라는 불신이 여전히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의심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강론 준비할 때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체험하게 됩니다. 
 
어머니가 밖으로 나가실 때 숙제하라고 하셨다면 돌아오실 때 똑같이 숙제했느냐고
물으실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어머니를 만날 준비는 바로 마지막 때 하신 말을 실행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어머니가 기다려지고 사실 이미 만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 떠나실 때 하신 명령은 우리를 만나러 오실 때도 똑같이 하실 것입니다.
만약 복음을 전하고 있지 않았다면 내가 예수님을 두려워하며 만나기를 꺼리게 될 수 있습니다.  
 
믿고 싶거든 전합시다.
전하면 만나게 되고 만나면 믿게 됩니다.
믿으면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광고: 평화방송에서 제가 ‘오늘 다시 주님께’ 녹화한 것이 이번 주와 다음 주 방영됩니다.
오랜만에 녹화한 것이라 제 잘난 척만 한 것 같아 후회되지만, 그래도 시간 되시면 보시면 주일 미사에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토요일 저녁 7시, 주일 오전 8시, 밤 10시입니다. 감사합니다 ^^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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