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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5-12 조회수 : 644

사도행전 14,19-28
요한 14,27-31ㄱ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귀할수록 돌려주어야
 

어떤 랍비에게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외출한 사이에 두 아이가 사고로 죽고 말았습니다.
그의 아내는 남편에게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그는 두 아들의 시체를 방안으로 옮겼습니다.
한참 후 랍비가 돌아왔을 때 아내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제게 귀중한 보석 두 개를 맡기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느닷없이 그가 찾아와서는 그것들을 돌려달라는데 이럴 때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랍비는 별 생각 없이 쉽게 대답했습니다.
 
“아니 주인이 달라고 하면 당연히 돌려주어야지.
자꾸 가지고 있다 보면 자기 것이 아닌데도 돌려주기 싫어진다니까, 쯧쯧...”
 
그제야 아내는 랍비를 데리고 두 아들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흐느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금 생명의 주인께서 우리에게 맡겨놓으셨던 귀중한 보석들을 찾아가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세례 받으신 지가 몇 년 안 되십니다.
제가 어렸을 때 가끔은 어머니가 성당에서 오래 계시면 그것에 대해 짜증을 내실 때도 있으셨습니다.
 
또 제가 성당에서 활동을 너무 오래하면 아예 성당에서 살라고 하실 때도 있으셨습니다.
아마도 집에 혼자 계실 때 외로움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주인께서 나에게 맡겨놓으신 것인데도 오래 가지고 있다 보면 나의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돌려주기 싫을 때가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너무 지나치다 싶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어머니와 저희가 성당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첫 영성체도 할 수 있었고 복사도 설 수 있었고 지금처럼 사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기껏 성당 나가는 것을 허락했더니 대학 잘 다니고 있던 제가 사제가 된다는 폭탄발언을 들으신 것입니다.  
 
아버지는 매우 반대를 하셨고 그날 밤엔 잠을 주무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딱 하룻밤만에 사제가 되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어떤 신부님의 아버지는 아들이 신학교 들어갔을 때 몇 년 동안 아들을 보려고 하지 않으셨다고 하지만 그런 분에 비하면 저희 아버지는 매우 관대하신 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마 하느님이란 분에게 당신의 아내와 자녀들까지 모두 빼앗긴다는 생각을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신도 세례를 받으시고 신앙에 열심하게 되실 수 있으셨던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어머니와 저희들 먼저 하느님께 가는 것을 막지 않은 것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그분께 돌려드리면 다시 축복을 받게 되는 것은 자신인 것입니다.
 
대장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시뻘겋게 달구어진 쇠를 내리치다가
그 열이 다 사라져버리면 아무리 쳐도 원하는 만큼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게 됩니다.
그 때면 대장장이는 그 식어버린 쇠를 다시 풀무 불에 쇠를 넣어 달굽니다.
 
이렇듯 우리 또한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을 자신 옆에만 묶어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소유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을 사랑한다면 당신이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해야 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시뻘겋게 달구어지지 않으면 대장장이에게 그 쇠는 필요가 없는 것처럼 하느님과의 사랑이 아니면 예수님도 우리에게 건네줄 것이 없어집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가 필요하십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말씀대로라면 아버지께서 당신보다 크시기 때문입니다.
 
즉 같은 하느님이시지만 아버지가 크시다고 하시는 이유는 같아지기 위해서 아버지께 받을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을 받아서 우리에게 주시기 위해 아버지께로 가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받으셔서 우리에게 돌려주시는 것이 성령님인 것입니다.  
 
따라서 사랑한다면 보내야합니다.
자녀는 어머니를 아버지에게 보내야합니다.
아내는 남편을 교회에 보내야합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않으면 어머니는 자녀에게 너무 집착하여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는 것이 사랑인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자녀 또한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면 그 사랑하는 사람은 더 큰 사랑이 있는 사람에게 보내어 사랑을 받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랑으로 나도 사랑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귀하다면 그 주인에게는 더 소중한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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