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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5-11 조회수 : 613

5월11일 [부활 제5주간 월요일] 
 
사도행전 14,5-18
요한 14,21-26 
 
그 사람에게 이르는 길은 그 사람이 나에게 바라는 뜻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동방으로의 여행」 줄거리입니다.
이 소설은 동방국가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순례자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여기에서 순례자 집단은 동방으로 여행을 함께 떠납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레오라는 사람은 순례자 집단의 서번트 즉, 하인으로서 그들을 따라
함께 여행합니다. 레오는 여행길에서 순례자들의 모든 일을 보살핍니다.
그는 하찮은 일을 도맡아 할 뿐만 아니라 순례자들의 지친 영혼을 위로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불평이나 하소연을 마다치 않고 들어주며, 순례자들이 이상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 줍니다.  
 
레오는 드높은 영혼의 소유자였습니다.
이 소설에서 레오는 순례자들이 여행에 차질이 없도록 헌신적으로 봉사합니다.
그래서 레오와 함께하는 동방으로의 여행은 순조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 레오가 순례집단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동안 레오는 한낱 하인에 불과했기 때문에 순례자들은 그의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레오가 사라진 순간부터 순례자들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동방으로의 여행은 엉망이 되어 버렸으며, 순례자들은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됩니다.
레오는 그들에게 있어서 공기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레오는 순례자들의 여행 과정에서 필요한 욕구를 채워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친 영혼이 쉴 수 있는 쉼터가 되어 주었고,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순례자들은 레오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순례자 중의 한 사람이 어느 교단의 후원을 받아 자신들의 하인이었던 레오를 찾아 나섭니다.
그는 몇 년을 헤매던 끝에 드디어 레오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수색작업을 후원했던 교단으로 인도됩니다.
그 교단에서 그는 순례집단의 봉사자였던 레오가 실제로는 교단의 최고 책임자이자
정신적 지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출처: 헤르만 헤세, 「동방으로의 여행」, 김종민 시인 블로그] 
 
레오는 순례자 집단에서 공기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욕구를 채워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 교단의 정신적 지도자가 순례자들을 맞으려 찾아온 것입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는 상대의 욕구를 채워주는 길로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은 그 누군가를 만나주지 않습니다.  
 
밥을 먹고 싶은데 물만 주면 그 사람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만 강요하는 그 사람을
밀쳐내고 말 것입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순례자 중에서 레오를 만나러 온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이 레오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레오를 만나러 가는 길은 레오의 욕구를 채워주는 길입니다.  
 
즉,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레오의 욕구를 채우는 공동체에 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로 말하면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 공동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 이것에 관해 말씀하십니다.
당신은 하느님으로서 우리의 욕구를 아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공기요, 양식이 되어 주러 오셨습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분의 봉사를 원치 않았습니다.
인간들이 그분을 만나려면 그분의 뜻을 따라주어야 함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세상을 만나러 오셨지만, 세상은 그분을 만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산 것처럼 사는 것이 끔찍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뜻이 ‘계명’입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 계명의 길로 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로 가면 당신을 만날 것이라고 하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누군가가 여러분의 뜻을 따르지 않으며 자기 뜻만 따르기를 강요한다면 그 사람을 떠나십시오.
여러분은 이용만 당할 것입니다.
누군가의 뜻을 따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누군가를 만날 마음이 없다는 뜻입니다. 
 
자녀가 부모를 진정으로 만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바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살아서 부모가 원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입니다.
아기 때는 부모를 만나고 있지만, 진정으로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원하는 어른이 되어 부모가 원하는 모습의 사람이 되었을 때 진정으로 부모를 만납니다.
예수님도 그분의 뜻을 완전히 따라주기 전에는 그분을 온전히 만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참 행복입니다.
참 행복 자체이신 분을 만나는 행복을 원한다면 그분의 계명인 사랑부터 자신 안에서 완성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 사랑은 그분께서 보내시는 성령의 열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성령을 받으면 사랑의 열매가 맺히고 그렇게 주님을 만날 길이 열립니다.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제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피정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토요일까지 복음 묵상이 없겠습니다.
다녀와서 주일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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