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5일 [부활 제4주간 화요일]
사도행전 11,19-26
요한 10,22-30
주님의 뜻에 열려있으면 주님의 양이다
저는 신학생 때 유학을 나가 성서신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사제가 되어서는 전공을 바꾸고 싶은데, 이득이 있을까 싶어 다니던 학교에 다시 갔습니다.
석사 할 때 교의 과목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공부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에 대한 편견이 좀 있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분이 학장님이 되어 계셨습니다.
저는 당연히 같은 학교이니 석사 때 들은 과목들을 빼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절대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과목을 많이 신청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때는 석사과정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려는 분위기였습니다.
많이 들어야 2년 안에 석사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규정이 바뀌어 그것도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집에 돌아와 학과규정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규정에는 분명히 학장님이 말한 것보다 더 들을 수 있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아마 교수회의 때 정한 것을 책자에는 고쳐 넣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다시 규정을 보여드렸더니 짜증을 내시기는 했지만, 일단 그렇게 쓰여있으니
어쩔 수 없다며 저의 학과등록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내 생각이 너무 강하면 점점 타인의 말이 들리지 않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다인들은 예수님께 “당신이 메시아라면 분명히 말해 주시오.”라고 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여러 차례 그렇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하시며, 그들이 믿지 않는 것은 “너희가 내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하십니다.
왜 그들은 주님의 양이 될 수 없었을까요? 그분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라고 하십니다.
사실 그들은 알아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고 계속 말해달라고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분의 양이 맞을까요?
우리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있을까요?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나에 대한 주님의 뜻을 여쭈어본다면 그 사람은 분명 그리스도의 양이 맞습니다.
그리스도의 목소리는 우리를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십니다.
그러니 나의 삶의 방향에 대해 ‘어떻게 사는 게 주님의 뜻일까?’를 묻는다면 그 사람은 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양이 맞습니다.
주님의 뜻이 옳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귀가 열리고 믿음이 생깁니다.
오늘 복음은 ‘성전 봉헌 축제’라는 배경설명으로 시작됩니다.
성전 봉헌 축제는 기원전 164년 유다 마카베오가 시리아의 하스모네아 왕조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를 물리치고 성전을 다시 주님께 봉헌한 축제입니다.
겨울이고 예수님의 탄생 날짜와도 비슷합니다.
이때는 성전과 온 가정을 촛불로 밝히는데 이는 아마도 솔로몬이 성전을 봉헌할 때 하늘에서 불이 떨어져 제물을 사른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요한은 우리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성전이 될 수 있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성전을 허물면 사흘 만에 다시 짓겠다고 말씀하신 성전이 바로 예수님의 몸을 가리킨다고 말하는 것입니다(요한 2,21).
이 불은 곧 성령을 가리키는데 성령께서는 우리 뜻을 사르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려주십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양이 될 수 없었던 이들은 자기 자신을 주님의 성전으로
봉헌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기 위해서는 우리 뜻보다 주님의 뜻을 우선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한 가난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학교에 갈 만큼 넉넉하지도 못했고, 어느 공장에 들어가 일을 할 만한 기술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사진술을 배워 사진기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술을 엮어 놓은 책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그 편지를 받은 서점의 착오로 사진술에 관한 책은 오지 않고 발성법에 관한 책이 왔습니다.
소년은 너무 가난하여 그 책을 돌려보낼 만한 배송료도 없었거니와 반송하는 방법도 몰랐습니다.
소년의 실망은 너무 컸습니다. 이 소년은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할 수 없이 발성법에 관한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년이 그 책을 통해 복화술 인형 쇼로 유명하게 된 찰리 매카시라고 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뜻에 민감한 사람이 될 때 주님께 봉헌된 성전이 되고 주님의 양이 됩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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